'예쁘다 아름답다 멋지다'라는 표현은 뭔가? 추상적 표현이자 상대적 주관이다. 누구에게는 예쁘게 보일 수 있지만 또 누구에게는 추하지는 않더라도 예쁘지 않게 보일 수 있다. 미의 기준은 사회적 심성을 반영하고 있기도 해서 민족마다 차이를 보이기도 한다. 남태평양 국가에서는 뚱뚱한 것이 미의 기준이 되고 미얀마 북부에 사는 카렌족은 긴 목을 아름다움의 척도로 보기도 한다.
아름다움을 보는 개인적 시각과 관점의 차이가 있다고는 하지만 공통점이 있다. 바로 균형과 맥락이다. 아름다움에 대한 인식 차이는 편안함과 균형, 맥락에 대한 편차에서 온 것이다.
'예쁘다 아름답다 멋지다'라는 표현에는 '편안하다 자연스럽다'라는 시각적 이미지가 강하게 들어있다. '편안하다 자연스럽다'는 것은 '불안하지 않다'는 것이다. 바로 균형이다. 안정이다. 인간 심성의 발원지이며 정서의 출발점이다.
아름답고 예쁘고 멋진 것을 추구하다는 것은 인간 진화의 정점을 차지하고 있는 인류의 위대한 힘이다. 엉뚱하게 외모지상주의로 빠져 성형이 판을 치고 있는 사회화 경향은 미의 왜곡이라 할 수 있다. 억지로라도 균형을 맞추기 위한 처절한 사투다. 그렇게 까지 해서 예뻐 보이고 아름답게 보이고 싶은 욕망은 사회의 분위기에 편승해서라도 소외받지 말아야겠다는 생존투쟁일 수 있다. 성형도 상황에 정당성을 가지는 행위규범인 권도(權道)의 관점에서 보면 일견 그럴 수도 있겠다는 수긍을 하게도 한다. 사회가 바라보는 관점의 높낮이를 맞춰가고 높여가는 것은 이만큼 중요하다.
이왕이면 다홍치마여야 하고, 이왕이면 예쁘고 아름다워야 한다는 시각적 미의 추구는 그래서 감각에만 머물러서는 안 된다. 감각적인 미는 속 빈 강정일뿐이다. 세상의 모든 사물에 미의 기준을 적용하는 포용성을 가져야 한다. 건축에 대한 아름다움이 도시의 미관을 결정하고 시인의 아름다운 시어로 인해 온화한 감성이 퍼져나가며 예쁜 말들로 인해 사람 관계가 사랑으로 충만하게 된다.
감각적 아름다움을 넘어서는 요소 중 하나가 바로 '맥락'이다. 맥락(脈絡 ; context)은 일관적인 내용의 흐름을 말한다. 앞뒤가 맞아야 한다. 앞에 한 말과 지금 한 말이 연결성이 없으면 횡설수설한다고 한다. 맥락이 없는 것이다. 맥락은 이해의 기본 속성이다. 맥락을 읽지 못하면 불안해지고 스트레스가 쌓인다. 맥락을 찾기 위해 내가 계속 머릿속으로 계산을 해야 하기 때문이다.
맥락을 일관적으로 유지하기 위해서는 많이 알아야 한다. 결국 공부해야 하는 것이다. 공부하는 이유가 아름다음을 유지하기 위한 방편이다. 일사천리로 일목요연하게 설명을 하고 물음에 정확한 답변을 하는 것을 멋있다고 한다. 바로 말과 글에 맥락을 유지하는 힘을 보여주었기 때문이다. 이 힘의 원천이 바로 많이 알게 되는 공부에 있었던 것이다.
모르면 무슨 말을 해야 하는지, 어떻게 해야 하는지 알 수 도 없고 표현할 수조차 없다. 아름다움조차 멋있음 조차 아는데서 나오는 것이다. 직관적으로 아름답게 보이는 것은 현상적일 뿐이다. 직관적 아름다움은 계속 변하게 된다. 시간이 지남에 따라 늙고 추해질 수밖에 없다.
하지만 정신적 맥락을 유지하여 지켜내는 아름다움은 시간적 간섭을 받지 않는 아름다움이다. 하지만 이 지적인 아름다움조차 계속 유지하고자 하는 공부의 축척이 없으면 무너져 내릴 수밖에 없다. 한 이야기 또 하고 어제한 말 또 하는 꼰대를 멋지다고 하지 않는다. 새로운 지식을 계속 쌓아서 지평을 넓히고 그 넓힌 지식을 융합하여 맥락을 유지한 창의적 시각을 엮어낼 때, 그때를 아름답고 멋지다고 한다.
근육질의 멋진 육체, 아름다운 예쁜 외모는 무너지게 되어 있다. 다이어트하다가 한 달만 조절하지 않고 먹고 마시고 해 봐라. 바로 똥배 나온 원래의 상태로 복귀된다.
반면에 지 적의 아름다움을 쌓기 위한 노력을 게을리하지 않으면 그 아름다움의 속도는 줄지 않고 오히려 늘어나는 마법으로 작동한다. 바로 맥락을 유지하는 보조재들을 충분하게 받아들이는 노력을 해야 하는 이유다.
그렇다고 어느 한쪽의 아름다움과 멋짐만을 추구하는 오류를 범해서는 안된다. 자연의 흐름은 항상 복합적이다. 인생도 마찬가지도 겉과 속을 같이 아름답게 만들기 위한 노력이 병행되어야 한다. 운동도 하고 공부도 해야 한다. 알면 편안해진다. 여유가 있으면 편안하고 세상의 변수를 수용할 수 있게 된다. 전정한 고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