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제는 경제야, 바보야!(It's the economy, stupid!)"
1992년 미국의 대통령선거 당시, 민주당 후보였던 빌 클린턴이 현직 대통령이었던 공화당의 조지 H.W. 부시 후보의 경제 정책을 집요하게 파고들어 선거전에서 이기게 된 결정적 선거전략의 캐치프레이즈로 유명했던 문구다.
먹고사는 문제는 인류가 생명을 부지하고 사는 한 절대 명제다. 물을 필요도 없다.
그래서 고대문명에서부터 현세에 이르기까지 권력을 쥔 군주에서부터 권력을 쥐려고 하는 세력까지 모두, 국민들의 먹고사는 문제에 천착했다. 민생 경제를 들먹이지 않은 대통령 있으면 손꼽아보라. 눈 씻고 찾아봐도 찾을 수 없을 것이다. 대한민국의 정치역사를 들여다봐도 그렇게 욕을 먹는 대통령들도 하나같이 경제를 최우선에 둔 것을 볼 수 있다. 선거할 때는 주옥같은 경제정책들을 쏟아내 마치 유토피아를 만들 것처럼 떠벌리다가 막상 자리를 차지하고 나면 온갖 핑계를 가져다 붙이고 미적거려서 문제지만 말이다. 경제정책들이 5년마다 물갈이를 하는 이런 졸속 관점으로는 경제가 제대로 순항을 할 수 없는 구조다. 한국경제가 망하지 않고 이렇게라도 유지하고 있는 것이 천운이 아닐 수 없다.
아! 이런 ㅠㅠ 오늘 글의 주제가 정치권 아저씨들 비난하려고 하는 것은 아닌데, 쓰다 보니 옆길로 샜다. 그만큼 경제정책에 불만이 많다는 것이니 양해해 주길 바란다.
사실 오늘 아침은 신문을 펼치다 눈에 들어온 단어 하나에 대한 생각을 함께 해보기 위함이다. 바로 '먹사니즘'이라는 단어 때문이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전 대표가 어제 새롭게 당대표에 출사표를 던지며 내놓은 일성이다.
(disclaimer : 정치인이나 정당을 비하하거나 폄하할 의도가 전혀 없음을 밝힌다. 어느 당 누가 무슨 정책을 발표했는지 내 알 바 아니다. 관심도 없다)
먹사니즘? 이게 뭔 말이며 무슨 뜻을 가지고 있지? 신조어로 만든 모양이다. "국민이 먹고사는 문제를 해결하는 것, '먹사니즘'이 유일한 이데올로기여야 한다"라고 부연설명을 하여 신조어의 뜻을 친절히 밝히고 있어 "아! 그런 의미로 먹사니즘이라고 했구나" 이해할 수 있는 정도다.
문해력(文解力 ; literacy)이 있니 없니를 이야기할 때 단어와 용어에 대한 의미를 정확히 모르기 때문에 발생하는 혼선을 말한다. 단어를 아예 모르거나 비슷하지만 어렴풋이 알고 있어 전혀 다른 뜻으로 해석하는 경우이거나 아예 못 알아듣는 경우다.
새로운 단어와 용어를 만들어 관심을 끌고자 하는 의도는 아닐 것이다. 하지만 신조어를 만듬에 있어 정치권 인사들은 신중할 필요가 있다. 단어 자체는 여러 상황에 맞게 계속 생겨나 의미전달을 하는데 유용하게 쓰이는 경우도 있지만 그저 한 철 유행처럼 생성되었다 사라지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그렇지만 '먹사니즘'처럼 줄임말과 외래어의 혼용으로 정체불명의 단어를 만들어내면 이를 이해 못 하는 사람이 바보인가? 눈치 없는 사람인가? 개떡같이 말해도 찰떡같이 알아들어야 하는데 이게 잘 안 되는 거 보니 꼰대가 되었나? 자책까지 하게 만든다.
휴대폰 텍스트 문자를 보내 소통을 하는 시대로 전환되다 보니 줄임말의 효용성이 극대화되어 있다. 말로 통화하는 것보다 의사전달하는데 속도가 늦다 보니 자연히 줄임말을 통해 시간을 단축하고 문자송신 비용을 아끼는 용도로 발전했다. 이는 예전, 인터넷이라는 도구가 발달하기 이전에 기업들이 텔렉스라고 문자 전송도구를 사용하던 시절에 이미 자리 잡고 있던 방법이기도 했다. 단어 하나하나가 다 돈이었던 시절에 사용하던 줄임말이 인터넷을 통해 일반 용어들이 줄임말로 표현되어 폭발적으로 대중에게 다가갔을 뿐이다.
신조어의 생성과 발달은 자연스러운 사회현상이다. 신조어가 만들어져 사회적으로 통용되어 모든 사람들이 그 신조어의 정확한 뜻을 공유할 때 단어로써의 기능을 하게 되는 것이다. 이렇게 사회적으로 통용되는 단어가 되는 중요한 개념을 어설프게 만들어서는 곤란하다. 특히나 우리 사회를 이끌어가고 선도하는 정치집단에서는 더욱 신중해야 하는 것이 맞다.
왜? 단어가 의미이고 생각이고 생각이 행동을 만들기 때문이다. "바보야! 문제는 경제야" 촌철살인의 단어는 이런 것이 아닌가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