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무 흔해서 신경 쓰지 않는 것이 있다. 흔하다는 것은 언제든지 구할 수 있고 취할 수 있다는 뜻이다. 그래서 신경 쓰지 않는다. 여기에 생존의 비밀이 있고 유전자의 학습능력과 진화의 길이 있었음에도 말이다. 볼츠만의 엔트로피를 들먹이지 않더라도 직관적이고 경험적으로 에너지를 최소한으로 쓰는 방법을 안다는 것이다.
인간이 다른 동물과 근본적으로 다른 특징 중 하나가 '따라 하기'다. 포유동물 중 인간 다음으로 똑똑하다는 침팬지에게 호두 까는 법을 가르치는 데는 4년 정도가 걸린다고 한다. 반면 인간은 한번 보면 바로 따라 한다. 따라 하기 학습능력은 지구상 어떤 포유류보다 빠르다. 이것이 인간이 지구 최상위 포식자가 된 근본적 이유 중 하나다.
하버드대 인간진화생물학과 교수인 조지프 헨릭(Joseph Henrich)이 쓴 '호모 사피엔스' 책에 있는 도표 하나를 인용해 보자. 걸음마를 시작한 어린아이와 침팬지, 오랑우탄에게 공간 인지능력, 숫자를 세는 수량 인지 능력, 원인과 결과를 추론할 수 있는 인과 검사를 비롯하여 사회적 학습 능력을 알 수 있는 검사를 했는데 다른 인지능력에 있어서는 대부분 비슷하지만 사회적 학습능력, 즉 '따라 하기'능력은 인간이 월등하다. 언어가 인간을 규정하는 절대적 가치이기도 하지만 그 이면에는 말이 아닌 행동 따라 하기가 공진화하고 있었다.
인간에게 '따라 하기' 모방(模倣 ; imitation)이 왜 이렇게 파워풀해졌을까?
따라 하면, 그 행위나 기술을 습득한 원작자가 들인 시간과 공을 단박에 줄일 수 있다. 원작자는 기술과 행동을 익히기 위해 수많은 시행착오를 거치며 가장 효율적인 방법을 찾아냈을 것이다. 아니 인류초기 시절부터 생존에 필요한 행동들을 따라 하며 대대손손 전해졌을 것이다. 그 수고를, 따라 하기를 함으로써 시간 간극을 단축시킬 수 있다. 인간은 '따라 하기'가 가장 효과적이고 훌륭한 학습 전이 방법이라는 것을 알아챘다.
'따라 하기'는 생존에 가장 효과적인 수단임을 본능적으로 알게 됐다. 기술을 습득하고 감정을 공유하는데 에너지가 가장 적게 드는 기법이다.
인류의 정신 문화사적 진화도 '따라 하기'에 바탕을 두고 있음을 알 수 있다. 바로 성인 4명의 행적과 사상을 따라가고 닮고자 하는 종교의 본질이 여기에 있다. 예수와 석가모니, 마호메트 그리고 공자가 대상이다. 이들 4명의 성인을 따라 하려는 발심이 인간 본성과 연결되어 있고 인간 심성과 맞닿아 있다.
세상의 모든 지식과 지혜도 인류가 쌓아놓은 것이고 현생인류는 학습이라는 사회적 '따라 하기'를 통해 익히고 전승한다. 역시 생존에 가장 유리한 방법임을 간파한 호모사피엔스의 생존방법이자 전략이다.
인간은 자신이 경험한 지식으로 모든 행동과 생각을 결정하고 판단한다. 하지만 개개인이 학습하고 경험한 범위는 한정적일 수밖에 없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한 사람의 세계관과 가치관이 된다. 오류투성이임에도 말이다.
결국 자신의 직관을 버리고 타인의 행동과 생각을 주시하는 한편, 사회적으로 존경받는 명망가를 따라 하고 모방하여 자기 것으로 만드는 과정에 충실해야 한다. 발명보다 위대한 것이 발견이다. 타인이 이미 해서 성공한 것을 발견하고 따라 하는 것이 가장 창의적인 방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