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Lohengrin Jun 17. 2020

'가치'라는 화두

무슨 일이든 첫 시작이 중요합니다. '시작이 반이다'라는 말도 있지만 시작을 어떻게 하느냐에 따라 모든 방향이 잡히기 때문입니다. 아니 방향을 잡고 시작을 하는 것이 먼저일 수 있으나 시작과 방향은 동시적인 것이 맞을 겁니다. 어떤 것이 먼저라는 우선순위가 아니라 시작이 곧 방향을 결정하는 것이니 같은 개념이라 할 수 있습니다.


아침 글을 쓰는 것 중의 첫 화두로 날씨 이야기로 시작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시작의 문자들을 써 나갈 때 가장 일상과 밀접하게 연결되는 것이 날씨이며 이는 곧 환경을 공감하고 있다는 것이기에 친밀감을 높이며 관심을 유도하기 위한 방편인 것입니다. 그렇게 일단 공감을 유도한 후 연결 조사를 이용하여 쓰고자 하는 방향으로 문장의 흐름을 이어 나갑니다.


글은 상호 간 의사소통을 하기 위한 도구입니다. 인간만이 진화시켜온 놀라운 전달 능력입니다. 자자손손 유전시키는 어려운 과정을 거치지 않아도 학습을 통해 지식과 지혜를 전달할 수 있었기에 지구의 지배자가 될 수 있었습니다. 물론 유전이라는 DNA에 한번 각인시키면 대대손손 변하지 않을 수 있습니다. 하지만 그렇게 유전적 흔적으로 남기 위해서는 수천 세대를 이어져가야 합니다. 효율적인 측면에서는 비효율적일 수 있습니다. 당장 배워 써먹을 수 있는 수단이 있는데 굳이 오랜 세월 각인되기를 기다릴 필요가 없어진 것이죠.

오늘 아침 출근길, 한 달을 쉬다 오랜만에 전철을 탄 출근길이어서 그런지 전철안 풍경이 조금 생소하게 다가옵니다. 이른 아침임에도 전철에 앉을 좌석도 없어 서서 오느라 책도 펼치기가 힘들어 머릿속을 "가치"라는 화두로 채웠습니다. 아침 사색의 시간이 출근길에 국한되어 짧긴 하지만 선선한 아침 공기를 마시며 오는 동안 한 생각에 집중하는 습관을 들여보고자 하는 겁니다.


'Value'는 상대적입니다. 경중을 따질 수 없는 것이라는 것이죠. 모든 것에는 있어야 할 의미가 있으며 그것이 곧 가치라는 것입니다. 이것이 저것보다 못하다, 좋다는 비교의 가치가 있을 수 있으나 그것은 가치의 개념에 대한 몰이해라고 볼 수 있습니다. 사회에서 한 단어가, 의미가 통용되어 모든 사람들이 상징의 의미까지 공유하게 될 때 단어로서의 가치를 갖게 됩니다. 그것은 각 지역사회에 속한 문화권에 따라 의미가 달라질 수 있기에 같은 개념의 뜻으로 평가받아 공통의 약속이 뒤따라야 가능한 것입니다.

오늘 하루에는 어떤 가치를 부여할까요? 자기만의 가치로 사회를 평가하는 것이 맞는 것일까요? 수준이 가치를 좌우할까요? 가치가 수준을 좌우할까요? 출근길에 잡은 화두 치고는 너무 심오한 듯하여 살짝 저녁까지 내려놔야겠습니다. 사무실 일에 정신 팔리다 보면 어쩌면 잊히는 가치일 수 도 있을 겁니다. 그래도 순간순간 깨어 잠시나마 뒤돌아보고 침잠하다 보면 무언가 실체가 떠오르지 않을까요? 


자연과학을 접하면서 떨쳐버린지 오랜 관념의 골짜기로 스멀스멀 짙은 안개처럼 번 저가는 것이 있습니다. 역사학자인 유발 하라리가 다가올 미래를 예측하며 바라보듯이, 들여다본 것을 인간의 가치로 다시 표현해내고 구현해내는 능력은 인본주의자들의 몫이었던 것 같습니다. 


지금은 그저 들여다볼 일입니다. 무엇이 보이고 무엇이 떠오르나요? 그렇다고 엉뚱한 것을 들여다보지는 말아야겠습니다.


작가의 이전글 삶의 해석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