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콕 수완나품공항 맥도널드 매장 직원의 눈치빠른 서비스
이번주가 칠말팔초 여름휴가 피크라는데 어떻게 휴가지에 계신가요? 아니면 벌써 다녀오셨나요? 아니면 조금 한가할 때로 미루고 출근하셨나요?
저는 지난주 일주일을 방콕과 파타야에서 보내고 오늘 출근을 했습니다. 일상으로 돌아온다는 것은 반복되는 행위에 대한 지겨움일 수 도 있을 테지만 오늘 아침은 출근준비를 하면서 살짝 긴장감도 느껴지는 그런 시간이었습니다. 예전처럼 출근할 때 넥타이를 매는 의례도 없는데 그저 아침 이른 시간에 집을 나서야 한다는 것 자체가 긴장을 하게 만드나 봅니다.
이번 여름휴가는 다소 짧은 일정으로 다녀왔습니다. 방콕 2박 3일, 파타야 2박 3일 일정이니 그럭저럭 일주일을 소요한 꼴이지만 돌아오는 일정이 방콕에서 밤 9시 반 출발로, 인천공항에 새벽 5시 조금 넘어 도착하는 스케줄이었습니다. 갈 때는 서울보다 더 더울 텐데 걱정을 하며 갔는데 오히려 예상했던 것만큼 덥지는 않았습니다. 습도가 오히려 서울보다 낮아서 그런 모양입니다. 기온도 일주일 내내 28-32도 정도를 기록했는데 서울처럼 습기가 피부에 달라붙는 그런 체감온도는 아니어서 돌아다닐만했습니다. 파타야에서는 오히려 바닷바람에 사원 하게 보내다 왔습니다. 스노클링 투어 신청해서 하루종일 바다에 들어가 있기도 하고 리조트 수영장에서 빈둥거리며 보내서 시원했을 수 도 있지만, 오히려 관광객들로 북적이는 선선한 건기 때보다 덥고 비 많이 내릴 것이라는 우기라고 지례짐작하고 여행을 안 가는 이 여름 한철이 오히려 특급호텔이나 리조트 숙박비가 저렴하니 휴가여행지로 노려볼만한 합니다. 방콕을 세 번째 가는 것이긴 했지만 먹고 놀고 즐길 거리가 넘쳐나는 곳의 대표 관광지가 방콕임은 분명합니다.
오늘 태국에서의 여름휴가 일정을 글머리로 끌고 오는 이유는 방콕에서 돌아오는 날 공항에서 만난 한 사람 때문입니다.
다들 아시겠지만 방콕의 지상 교통 체증 상황은 거의 최악의 수준입니다. 웬만하면 전철을 이용해 움직이라고 권유하는 게 보통입니다. 저는 파타야에서 공항으로 가는 일정이라 할 수 없이 픽업서비스를 신청해서 파타야에 있는 리조트에서 공항으로 바로 갔습니다. 파타야에서 공항까지는 대략 120km 거리로 한 시간 반 정도면 갈 수 있습니다. 교통체증 없이 간다는 전제가 따라붙습니다. 그래서 보통 항공기 출발 5시간 전에는 방콕시내든 파타야든 움직이라고 권하기도 합니다. 저도 퇴근시간과 겹치는 저녁 시간 때라 혹시 모를 교통체증에 걸려들까 봐 9시 반 비행기임에도 5시에 픽업을 해달라고 차량신청을 했습니다. 그런데 재수가 좋았는지 고속도로가 막히지 않아 한 시간 반 만에 공항에 도착했습니다. 체크인 카운터가 열지도 않은 시간에 도착을 해서 줄을 서서 기다려야 할 정도였습니다. 그래도 도로에서 차가 막혀 전전긍긍하는 것보다는 훨씬 좋다고 위안을 삼습니다.
그래서 공항에서 면세점을 빈둥거리며 돌아다닐 여유도 있고 그래도 시간이 많이 남아 맥도널드에 들러 콜라에 햄버거라도 하나 놓고 기다릴 심사로 갔습니다. 방콕 수완나품공항은 워낙 큰 공항이라 출국수속을 하고 탑승구 앞까지 가는 데로 10분 정도 걸어가야 합니다. 물론 탑승구를 어디로 배정하느냐에 따라 시간차이는 있을 수 있기는 하겠지만 말입니다. 돌아오는 날 제가 타는 비행기는 G55 탑승구라 맨 끝쪽 탑승구입니다. 탑승구 앞까지 가는 동안 면세점과 식당들이 즐비하게 있어 심심할 틈이 없긴 하지만 한참을 걸어야 합니다.
면세점 구경을 하다 컨코스(concourse) F 존 쪽 맥도널드 키오스크에서 햄버거와 콜라를 주문을 합니다. 사람들이 워낙 많아 앉을자리가 만만치 않습니다. 와이프는 자리 맡으라고 보내고 키오스크 주문을 끝내고 확보한 자리에 앉습니다. 잠시 기다리자 주문한 햄버거와 콜라를 홀 담당하는 직원분이 가져다줍니다. 항공기 출발시간도 1시간 반 정도 남은지라 천천히 햄버거 속 패티의 맛을 음미하며 먹습니다.
그러고 있는데 매장 홀을 오가며 자리 정리를 하고 손님들이 남기고 간 빈 컵 들을 분주하게 처리하는 중년의 남자 직원이 눈에 들어옵니다. 뒷정리만 하는 것이 아니었습니다. 테이블마다 손님들이 뭐가 필요한지 한눈에 스캔해서 알아보고 냅킨을 가져다주기도 하고, 케첩을 더 주기도 하고 일행이 6명이라 빈 의자가 필요한 가족에게는 재빨리 의자를 가져다 배치해 줍니다.
멕도널드 홀에서 일하는 직원이 그 중년의 남직원과 여직원 2명이 있는데 이 남직원의 움직임이 정말 기가차게 눈치 빠르고 동작이 착착 맞아떨어집니다. 햄버거 먹으며 가만히 지켜보는 내가 기분이 좋아질 정도입니다. 그래서 일부러 감지튀김을 먹을 때 가져온 케첩 2개를 다 먹고 기다려 봅니다. 과연 이 직원이 눈치 빠르게 케첩을 가져다 줄지 보기 위해서입니다.
아니나 다를까? 감자튀김이 남아있는데 케첩이 없는 것을 눈치챈 직원이 다가오더니 케첩 2개를 주머니에서 꺼내 놓습니다. 그리고는 매운 소스도 필요하냐? 고 물으며 같이 하나를 더 꺼내 놓습니다. 이런 샌스쟁이!
지난 7월 19일(금) 자 중앙일보에 조선호텔에서 도어맨으로 근무하시는 분의 인터뷰 기사가 실렸습니다. 47년을 근무하셨다는 분의 서비스 노하우가 공개됐는데요. "서비스는 디테일이라고 생각합니다. 택시를 타고 온 손님은 신용카드로 결제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영수증을 받기까지 몇 초가 걸리는 만큼 속으로 '하나, 둘, 셋' 센 뒤 문을 엽니다. 날씨가 덥거나 추울 때도 마찬가지로 차 문을 천천히 열고요. 단골은 한 발 더 들어갑니다. 많이 챙겨주기를 바라는 손님에겐 고개를 45도 숙이고 부담스러워하는 손님에겐 고개를 15도 숙일 정도로 신경 씁니다. 즐겨 찾는 동선이 있을 땐 먼저 안내하기도 하고요. 어느 서비스업이나 마찬가지겠지만 도어맨에게 요구하는 디테일은 그런 것 아닐까요?"라고 말했습니다.
47년을 도어맨으로 근무하신 분이나 맥도널드 매장에서 홀 담당을 하는 분이나 고객들이 지금 뭐가 필요한지를 정확히 꿰뚫고 거기에 맞춰 서비스를 제공하는 디테일을 체득하고 계셨던 것입니다.
방콕 수완나품공항 맥도널드 매장에 근무하는 중년의 남직원의 이름은 Jack입니다. 올해 55세랍니다. 생활의 달인에게서 풍겨오는 여유를 간직한 분입니다. 제 뒷자리에 인도인 가족 여러 명이 앉아 있었는데 햄버거를 다 먹고 나가면서 아이를 시켜 약간의 팁을 Jack에게 줍니다. 지폐의 색깔을 보건대 20밧짜리 두 개 정도가 꼬마의 손에 들려있었습니다. 그 인도 가족도 저처럼 Jack이 보여준 놀라운 서비스 정신에 감동해서 일 겁니다. 패스트푸드점에서 팁을 챙겨준다는 것은 쉽게 볼 수 있는 광경이 아닙니다.
뜨내기손님이 들렀다가는 공항의 매장에서 이런 베테랑 직원 한 명이 맥도널드의 명성과 품위를 유지시키는 일등공신일 겁니다. 직업은 성스러운 것이고 그 일에 자부심을 갖는 그 심성은 최고의 서비스를 이끌어냅니다. 무엇을 하든지 열심히 하는 사람은 보는 사람을 흐뭇하게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