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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Lohengrin Aug 09. 2024

"단속 나갑니다! 감추고 피하세요" 이런 제길 ---

마약에 찌들어가는 대학생.


물론 일부 학생들이다. 어느 시대 어느 사회에나 그런 존재들은 있다. 하지만 마약 청정국이라 생각했던 대한민국이 마약소굴로 변모한 맨 얼굴은 참담하기만 하다. 서울대, 연세대, 고려대 등 공부 좀 한다는 대학의 '마약 동아리' 사건은 그래서 더욱 충격이다. 먹고살기 힘들어서, 피로와 고통을 잊기 위해 마약을 찾는 것이 아니라 쾌락적인 환각을 위해서, 환상적인 섹스를 위해서 마약을 탐했다. 탐욕과 퇴폐의 정점이다. 어쩌다 이 지경이 됐을까?


이 시대의 정점에 있는 기득권층과 사회의 공기를 운영하고 있는 권력자들이 만든 사회 현상이라고 본다. 마약에 빠져드는 대학생이 문제가 아니라 이렇게 되도록 방관하고 방치하고 있는 사람들이 문제다.


어제 서울시가 내놓은 보도자료 하나를 보자.


"서울시, 8월 한 달간 유흥업소 마약류 강력 단속--- 위반업소 영업정지, 정보공개" "시, 자치구, 서울경찰청 등 51개 기관 합동 특별반 편성 총 360여 명 투입"이라는 보도자료를 냈다.


웃기지도 않는다. 단속한다고 동네방네 떠들고 다니며 단속한단다. 이게 말이나 되는가?


이것은 "단속하니 다들 피하고 증거 감추고 한 달간 조용히 지내라"는 정보 유출 아닌가?


그렇잖아도 이미 마약동아리 기사가 도배가 되어 있어 눈치 까고 숨을 놈은 다 숨고 튈 놈은 다 튀고 했을 텐데 이렇게 공개적으로 단속한다고 하고 단속하면 단속이 될까?


아마 한 달 뒤에 단속 실적을 보면 미성년자 출입시킨 몇몇 업소에 대해 벌금 때리는 정도가 다 일 것이 틀림없다. 아니 단속실적은 공개도 안 할 것이 틀림없다. 이미 다 숨어서 단속할 게 없는데 뭘 공개할 것인가 말이다.


엄포를 통해 마약 유통을 자제시키고 유흥업소들을 좀 조용히 시키며 경각심을 높이는 효과를 보았다고 자화자찬할 것인가?


이런 쓰레기 보여주기식 행정을 하고 자빠졌으니 대학생들이 마약 보기를 우습게 보는 것이다.

이런 단속은 부지불식간에 들이닥쳐야 한다. 관련 기관이 총동원된다면 합동으로 전략을 짜고 정보원들로부터 취합한 온갖 소소를 활용하여 비밀리에 전술을 펼쳐야 한다. "자 이제 단속 나갑니다" "나간다고요" "정말 갑니다" "진짜 간다니까요"라고 스피커로 떠든다는 것은 "자 이제 피하세요" "도망가세요" "마약 감추세요" "도망 안기시며 연행할지도 몰라요"라고 단속 정보를 공개적으로 흘리는 행위나 진배없다.


어떻게 풍속사범을 단속해야 하는지에 대한 기본도 안되어 있음을 드러내고 있다. 안전시설을 점검한다던가 하는 사안은 사전에 단속을 나간다고 공지하면 안전 시설물을 보강한다던가, 장비를 추가로 갖추게 한다던가 하는 역할을 할 수 있다. 하지만 마약 단속은 전혀 다른 개념이다.


공무원 아저씨들이 뭐가 뭔지도 모르고 단속한다고 떠벌이고 있는 것이다. 그저 사회적 이슈가 되고 관할 지역에 유흥 없소에서 벌어지는 사건이니 어떻게든 뭔가 한다는 것을 보여줘야 하는데 짱구 굴려 만들어낸 보도자료가 한 달간 마약류 일제 단속을 한다는 공개다. 보여주기식 행정의 전형이다. 이런 아저씨들을 믿고 행정을 맡기고 있다. 한심할 따름이다.


마약류 단속은 공개하는 게 아니다. 집중적으로 추적 발본하여 싹을 자르고 그 결과만을 보여줘야 한다. 마약 하다 걸리면 패가망신한다는 것을 보여줘야 한다. 법 집행을 그렇게 강력하고 단호하게 해야 하는 것이다.


단속(團束 ; control)은 "규칙, 법령, 명령 등을 어기지 않게 통제"하는 것이다. 지금 마약사범은 단속 차원을 넘어서 있다. 찾아내 고리를 끊어야 하는 상황이다. 지금 어떤 상황인지 사태 파악이 안 되면 헛짓거리만 하게 된다. 지금 그 한심한 현장을 보고 있는 꼴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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