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떻게 더위는 잘 이겨내고 계신가요?
더워도 너무 덥긴 합니다. 지금 오전 7시가 조금 지났는데 밖에 기온이 28도를 넘어서 있습니다. 습도도 무려 75%나 됩니다. 그래도 아직 국내 최고 기온은 갱신하지는 못하고 있습니다. 기상 관측이래 우리나라 최고 기온을 기록했던 적은 2018년 8월 1일에 홍천이 41도를 기록했습니다. 올해는 의외로 6월 19일 경북 경산지역이 39도로 최고의 기온을 기록하고 있습니다.
서울의 경우는 1994년 7월 24일이 38.4도를 기록해 가장 더웠던 여름이었습니다. 94년의 여름은 저에게는 아직도 기억이 생생한 더위입니다. 큰 딸아이 생일이 그해 8월 2일입니다. 와이프가 골반이 약해 병원에서 한 달 반 이상을 꼼짝 못 하고 입원하고 있었는데 그 더위를 뚫고 매일 병원 침대밑에서 자며 출퇴근을 했었기 때문입니다.
아무리 덥다 덥다 그래도 아침 바람이 조금은 선선해진 느낌이 드시지는 않나요?
지구의 자전과 공전, 그리고 23.5도 기울어진 지축이 만들어내는 물리학적 에너지는 어쩔 수가 없습니다. 약간의 변화가 있을지는 모르지만 근본은 바꾸지 못한다는 것입니다.
물리학적 변화가 생명으로 들어오면 적나라하게 적응하고 있는 생물들을 만나게 됩니다.
지난 토요일과 일요일 아침 조깅을 나서면서 '소리'에 집중해 봤습니다.
하루종일 시끄럽게 짝을 찾던 매미들의 노랫소리에서 힘이 빠진 것을 눈치채셨나요? 아니 어제 아침 나선 조깅길에는 매미의 노래 대신 귀뚜라미, 풀벌레 소리가 대신하고 있음에 화들짝 신경이 곤두서기도 했습니다. 그런데 오늘 출근을 하느라 전철역에서 지상으로 올라오는 계단을 끝까지 오르자, 엄청나게 시끄러운 매미의 노랫소리가 귓전을 장악합니다. 시간차이가 있어서 그렇기도 하겠거니와 내가 살고 있는 서울 외곽의 기온과 도심 한복판 건물과 자동차에서 내뿜는 열기에 갇힌 사대문 안쪽의 기온과 차이가 있어서 일 듯도 합니다.
하지만 이제 '더위'라는 단어를 듣는 비율보다 '선선함' '서늘함'이라는 단어를 더 많이 듣게 될 것입니다. 더위의 끝자락인 '말복'이 모레입니다. 달력에는 이미 지난주 수요일(7일), 가을의 문턱인 입추(立秋)를 지나 이달 22일이면 더위가 가시고 선선한 가을을 맞이한다는 처서(處暑)가 기다리고 있습니다.
아무리 덥다 덥다 그래도 끝이 있다는 겁니다. 조금만 버티면 에어컨 안 틀어도 잠을 잘 수 있는 시간이 온다는 겁니다. 동해안 해수욕장도 경포대 해수욕장이 8월 20일 폐장하는 것을 시작으로 속초 해수욕장이 27일 폐장을 합니다. 예전에는 동해안 해수욕장들은 광복절을 기점으로 대부분 폐장을 했는데 짧게는 5일에서 2주일 정도가 늦춰진 듯합니다. 바다 수온이 그만큼 높아져 물에 들어가도 크게 차갑지 않다는 겁니다.
올해는 추석도 9월 중순인 17일입니다. 땀내 나는 여름을 이야기하며 늘어지기보다는 선선한 바람이 불어 생생해지는 가을을 떠올리는 게 더 효율적이지 않을까 합니다. 더위에 시원함의 최면을 걸어 이겨내 보자는 얄팍한 술수일 수 있으나 어차피 지나가고 이겨내야 하는 것이기에 시원함에 대한 최면이 오히려 정신건강에 더 좋은 것임에는 틀림없습니다.
며칠간 잘 버티면 좋은 날이 옵니다. 걸어도 땀나지 않고 태양볕이 따뜻하게 느껴지는 그런 날 말입니다. 밖에서 일하시는 모든 분들께서는 더위 먹지 않도록 물도 자주 드시고 햇빛 피해 나무 그늘 속을 따라 움직이시고 에너지 보충도 충분히 하시길 바랍니다.
제 아무리 이상기온이라고 해도 언제까지 버틸 수는 없을 것입니다. 인간은 자연을 이길 수 없습니다. 자연에 순응하며 사는 것이 본질입니다. 인간도 자연의 일부이기에 그렇습니다. 바깥의 저 더위가 인간이 보태고 자초한 결과의 눈금이긴 하지만 아직은 자연의 힘과 보살핌 안에 있습니다. 자연의 한계를 시험하지는 말아야 하는데 걱정이긴 하지만 지금 당장 우리 같은 범인들에게는 이 더위가 '이 또한 지나가리'를 되뇌며 이겨내야 하는 과정일 뿐입니다.
이제는 더 더울 수 없습니다. 내려갈 일 만 남았습니다. 그래서 참을만합니다. 바깥의 저 더위가 말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