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역사는 의견이 아니고 사실이어야 한다

by Lohengrin

지식인(知識人 ; intellectual)은 "높은 수준의 지성과 폭넓은 교양을 갖춘 사람"을 지칭한다. 노엄 촘스키(Noam Chomsky)는 저서 '지식인의 책임'을 통해 "인간사에 중대한 의미를 갖는 문제에 대한 진실을 그 문제에 대해 뭔가를 해낼 수 있는 대중에게 알리려고 노력하는 것이 지식인의 책임이다"라고 규정하고 있다.


말이 어렵다. 그냥 '많이 아는 사람' 정도로 단순화시키면 오히려 편할 듯하다. 물론 아는 정도의 수준과 질의 차이에 대한 확정적인 표기를 할 수 없으니 어느 정도 아는 것을 지식인으로 봐줄 수 있는지는 애매모호하다. 그래서 일반적으로 대학 이상의 고등교육을 받고, 종사하는 분야가 법조계, 종교, 예술, 학교 그리고 성공한 사업가 그룹의 범주에 있으면 대략 지식인으로 통칭해 부를 수 있을 것이다.


하지만 전문가와 지식인을 분리해 보기도 한다. 과학자, 기술자, 공학자, 의사, 기업인들은 오랜 교육을 받고 높은 수준의 정신노동에 종사하지만 지식인이라고 하기보다는 전문가라 칭한다. 아직까지는 문과적 분야에서 활동하는 사람들에게 더 특화되어 지식인이라는 용어가 사용되는 경향이 있는 듯하다. 조선시대 사회지도층을 포괄하는 표현으로 쓰인 '선비'라는 단어가 지식인의 대명사로 볼 수 있다.


현대에 와서는 지식인의 대명사로 대학교수를 꼽을 수 있다. 그것도 인문대학 강단에 서 있는 교수들을 지식인이라고 칭하는데 이견을 달 사람은 없을 것이다.


그런데 이 인문계 대학 지식인들의 행태가 사뭇 의심스러울 때가 있다. 추상의 철학을 다루고 역사의 해석을 다루는 분야다 보니 실험과 증명으로 검증해 내는 이과분야와는 다르게 아집과 고집으로 일관하는 경향이 크다. 물론 문과 지식인들이 다 그렇다는 것은 아니다. 훌륭한 문과 지식인들도 넘쳐난다.


이공계 분야는 결과가 말해준다. 실험결과에 대한 논문이 발표되고 다른 학자들이 검증하는 과정에서 오류가 발견되거나 다른 결과가 도출되면 바로 논문을 철회한다. 이 과정을 통해 더욱 진전된 방향으로 연구가 진전되고 이러한 검증들이 쌓여 완벽한 과학 결과물들이 인류 발전에 도움을 주고 있다.

하지만 소위 지식인들의 총합이라고 하는 문과 분야는 자기의 주장과 해석만 있는 경우가 많다. 주장이고 해석이니 누가 검증하기도 애매하다. 이 속성을 파고들어 목소리 큰 놈이 대장이 된다. 최근 뉴라이트 계열 학자들이 대거 국가 단체장들로 자리를 차지하고 들어가는 것도 무관하지 않다. 역사에 대한 바른 시각을 제시해야 할 지식인 집단이 편향된 관점으로 역사를 바라보다 못해 왜곡까지 하는 사례를 보고 있다. 인간사회를 다루는 인문은 온갖 사례가 모여 하나의 결과를 구성한다. 그 많은 사례에서 한 가지나 몇 가지만으로 전체 결과의 사유를 가져다 붙이면, 원인이 달라져 결과도 다르게 도출된다. 이것을 옳다고 주장하니 문제가 된다. 학자적 시각의 편협함과 게으름을 새로운 사상인 양, 새로운 발굴인 양 포장을 한다. 가면 쓴 지식인의 표상이다.


인문학자도 자신이 미처 발굴하지 못하고 잘못 접근한 사실이 있다면 오류를 인정하고 논문을 철회하거나 재수정해야 한다. 문자화된 책으로 서술했다면 이 또한 잘못된 팩트를 바로잡아야 한다. 이 과정이 이루어지지 않으면 가면 쓴 지식인은 퇴출되는 게 맞다. "해석은 다를 수 있지 맞고 틀리고 가 아니다"라고 주장하며 버티는 것인지는 모르겠지만 순순히 잘못 해석하고 잘못 접근했다고 인정하는 게 지식인으로서 갖추어야 할 소양이다.


논어 위령공 편에 나오는 문구를 안중근 의사가 1910년 3월 여순 감옥에서 쓴 "인무원려(人無遠慮) 필유근우(必有近憂) ; 멀리 생각하지 않으면 가까이에 근심이 있다"라는 문구가 있다. 정계에 발을 들여놓는 가면 쓴 문과 지식인들이 가슴에 새겨야 할 글이다. 문과 지식인이 본질을 놓치면 엉뚱한 해석을 내놓게 된다. 그것이 마치 진리인양 우기는 촌극을 펼치게 된다. 지금 이러한 웃기지도 않는 형국이 펼쳐지고 있다. 역사는 해석되는 게 아니다. 팩트를 바로 보는 것이다. 역사는 타산지석(他山之石)이고 온고지신(溫故知新)의 원천이어야 한다.

keyword
작가의 이전글더위를 이기는 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