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Lohengrin Aug 08. 2024

직업이 운동선수가 아닌 사람이 메달을 땄으면 좋겠습니다

어떻게 파리올림픽에서 선전하고 있는 대한민국 선수들 때문에 열광하고 열심히 응원하고 계신가요? 대한민국은 금메달 12개 , 은메달 8개, 동메달 7개로 종합 순위 6위(8월 7일 현재)를 달리고 있습니다. 대단한 분투가 아닐 수 없습니다. 기립박수를 보내도 아깝지 않습니다.


이번 올림픽에서는 모든 선수들이 최선을 다하고 있지만 특히나 총과 칼과 활을 사용하는 분야에서는 탁월하게 세계를 제패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겁니다. 양궁 단체전 같은 경우는 뭐 40년간 금메달을 놓친 적이 없다는 전무후무한 기록을 가지고 있으니 가히 신화가 아닐 수 없습니다.


열광했던 파리 올림픽도 이번 주말이면 끝납니다. 또다시 4년을 기다리며 선수들은 땀을 흘릴 것입니다.


그런데 가만히 보면 올림픽에서 메달을 따는 종목이 예전과 많이 달라졌음을 눈치채게 됩니다. 예전에는 복싱, 유도, 레슬링, 태권도 등 격투기에서 메달을 많이 땄습니다만 근래에는 이런 격투기 종목에서 메달 따는 경우는 아주 드문 일이 되었습니다. 국가의 경제발전과 올림픽 메달 따는 종목이, 연관성이 있음이 틀림없습니다.


먹고살만해지니, 몸으로만 하는 운동보다는 기구나 도구를 써서 하는 운동으로 사람들의 관심이 바뀌고 있는 것이 아닌가 합니다.


사실 이 이면에는 엘리트 체육과 생활 체육이라는 근본적인 문제가 자리하고 있긴 합니다.


대한민국은 엘리트 체육인 육성을 하는 쪽으로 운동방향이 맞춰져 있습니다. 냉전시대의 운동 철학을 아직도 못 벗어던진 후진적 이념이라고 생각됩니다. 대회를 앞두고 선수촌에서 집중 훈련을 시킵니다. 모든 목표가 오직 메달을 따거나 상위권에 진입하는 것만을 목표로 합니다. 이것이 국뽕과 연결됩니다. 아무도 관심을 안 보이던 종목에 올림픽 때만 반짝 열광을 하고 올림픽이 끝나면 언제 그런 경기가 열렸지, 그 선수가 누구더라?라고 잊힘이 반복됩니다.


대한민국은 운동이 직업인 나라입니다. 축구나 야구, 농구, 배구처럼 일반인들도 열광하는 스포츠는 사람들이 몰리니 돈이 됩니다. TV중계를 하고 기업들이 광고를 하니 프로 선수가 될 수 있습니다. 그러나 나머지 올림픽에 등장하는 수많은 타 종목은 전혀 그렇지 않습니다. 그나마 대한민국은 기업이나 지자체 단체에서 실업팀이라고 운영하여 비인기 운동선수들을 먹여 살립니다. 비인기 운동선수들도 직업이 운동선수입니다.

브래디 엘리슨의 인스타그램 사진

올림픽에 나온 다른 나라의 운동선수들을 보면 본업이 소방관, 학교 선생님, 약사, 심지어 자신의 이름을 내건 양궁 의류 브랜드를 운영하기도 합니다. 이번 파리올림픽 양궁 남자 개인전에서 은메달을 딴 브레디 엘리슨(Brady Ellison)은 다시 본업으로 돌아갔고 집 근처의 허허벌판에 마련된 자기만의 연습장에서 활을 쏜다고 인스타그램에 사진을 올렸습니다. 


대회가 열리는 파리올림픽 양궁장을 모형으로 본떠서 만들어 선수들의 적응과정을 거친 한국 선수들의 훈련과정과는 판이하게 다른 접근입니다.


어디에 목표를 두느냐에 대한 관점의 차이인 듯싶습니다. 대한민국 선수들 물론 잘했고 잘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이제 운동에 대한 관점을 바꿀 때가 되지 않았나 싶습니다. 사회체육을 다시 들여다보는 이유입니다. 올림픽에서 메달 많이 땄다고 국격이 올라가거나 나라가 더 잘 살아지는 거 아닙니다. 잠시 국뽕으로 국민들을 하나 되게 만든 것만으로도 충분하다고요? 이런 국뽕은 지나간 시대의 산물이라 생각됩니다. 이번 올림픽 경기 중계에 시청률이 저조하다는 통계만 봐도 알 수 있습니다.


우리 선수들이 경기하는 걸 보면 금방 이해가 되실 겁니다. 지금 선수들은 국뽕 이전에, 운동을 즐기는 사람들입니다. 탁구의 신유빈이 그렇고, 양궁의 김제덕, 임시현이 그렇고, 펜싱의 오상욱, 높이뛰기의 우상혁, 복싱의 임애지 선수가 그렇습니다. 기타 많은 선수들도 마찬가지일 겁니다. 예전처럼 메달 따서 연금 받고 돈 벌고 심지어 메달 따서 군대 면제받겠다는 생각보다는 운동이 좋아서 하는 사람들이 대부분을 차지하고 있습니다. 좋아서 즐기게 되면 패자의 품격이 우러납니다. 져도 웃을 수 있습니다. 이기면 승자의 배려가 배어나옵니다. 같이 경기했던 사람을 안아주고 손잡아줍니다. 서로 최선을 다 한 것에 대한 존중입니다. 이것이 운동경기가 갖는 매력입니다.


먹고살자고 운동을 하면 품격과 배려가 우러날 수 없습니다. 심판 판정에 불복하여 매트에서 나오지 않거나 선수끼리 삿대질하고 싸우게 됩니다. 좋아서 운동을 하게 되면 경기에 져도 받아들일 수 있습니다. 최선을 다했기에 그렇습니다. 최선을 다했지만 기량이 조금 딸렸다고 생각되면 다음번에 더 잘하기 위해 분투할 힘으로 작동합니다. 직업이 운동선수가 아닌, 운동이 좋아 취미로 하는 사람이 더 많은 메달을 딸 수 있었으면 좋겠습니다.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