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학연수 보내기

by Lohengrin

막내 녀석이 대학교 4학년인데 이번 2 학기를 미국 시카고에서 어학연수 한다고 떠났습니다. 옷가지를 넣은 캐리어가 2개나 되고 랩탑 컴퓨터와 태블릿을 넣은 백팩도 있고 하여 짐이 좀 있는 관계로 겸사겸사 공항까지 태워다 주고 보냈습니다.


99년생으로, 2학년 때 휴학하고 군대 갔다 오고 복학하여 4학년이니 나이로는 벌써 25살입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홀로 5개월 정도 미국으로 간다고 하니, 어린애 물가에 내놓는 기분이 '살짝' 듭니다. '살짝'이라는 부사를 동원하는 이유는 이렇게 막내 녀석이 여행 아닌 여행으로 집을 떠난 적이 여러 번 있어서입니다. 군 복부를 하느라 18개월을 떨어져 있었던 장기간 집 나간 사건이 제일 긴 기간이었지만 그 이후로도 지난해 여름에는 여름방학 때 혼자 슬로베니아, 크로아티아, 헝가리 등 동유럽을 한 달간 다녀오기도 했습니다.


집에 애들은 어려서부터 해외를 많이 데리고 다니긴 했는데 막내 녀석은 초등학교 입학하던 해부터 매년 1년에 한두 차례 씩 해외여행을 데리고 다녔습니다. 거의 20년 세월입니다. 또래 중에 해외여행을 많이 다녀본 축에 속할 정도는 될 겁니다. 그래서 그런지 애들이 해외에 나가는 것에 대한 두려움이나 망설임이 거의 없습니다.


막내 녀석의 이런 여행 습관은 누나의 영향이 큰 듯합니다. 큰 아이도 포르투갈, 독일, 태국 치앙마이 등 해외에서 한 달 살기 프로젝트를 했습니다. 직업이 해외를 쏘다니는 것이라 더욱 그런 듯합니다.


막내 녀석이 4학년이라, 학교에 어학연수 신청을 하는 것이 좀 늦은 감이 있습니다. 학부 졸업하고 대학원 유학 가는 것도 아니고 겨우 어학연수 간다고 하는 게 좀 짜친 감이 없진 않지만 자기의 삶에서 어떻게 주어질지 모르는 기회를 위해 투자하고 가보겠다고 하기에 기꺼이 그러라고 했습니다.


사실 교환학생 가는 것은 대학교 입학할 때 막내 녀석에게 권했던 사안입니다. 당시에는 녀석이 귓등으로 듣고 흘려버렸는지 아무 반응을 안 하더니 막상 군대도 다녀오고 4학년이 되니 슬슬 취업 걱정이 되었던 모양입니다. 스스로 인터뷰 신청하고 알아서 용돈 해결은 하겠다며 아르바이트로 돈도 모으고 합니다. 그리고 어제 떠났습니다.

다니고 있는 대학의 학생교환 프로그램에 참여하는 거라 크게 걱정할 일은 없습니다. 그래도 한 학기 가는데도 비용은 만만치 않습니다. 시카고에 있는 대학에 수업료 4,200달러, 기숙사비 5,200달러는 기본으로 듭니다. 한화로 1,200만 원 조금 넘는 금액입니다. 여기에 반드시 건강보험 가입도 해야 하는데 조건에 따라 다르긴 하지만 기본 보장 되는 최소 금액이 54만 원 정도 합니다. 그리고 모바일 e USIM을 비롯하여 5개월을 살아야 하니 이것저것 준비해야 할 것들도 제법 있습니다.


5개월 동안 세끼를 먹어야 하는 식사비용과 기타 용돈은 별도입니다. 이 비용은 막내 녀석이 아르바이트한 것으로 버티겠다고 하는데 제가 보기에는 그랬다가는 5개월 후에 피골이 상접해서 올 듯합니다. "얼마나 모았냐? 밥 안 굶고 다닐 정도는 벌어놨냐?"라고 은근히 떠봤습니다. "충분하진 않겠지만 밥 굶지는 않을 정도는 된다"라고 너스레를 떨긴 합니다. 혹시 몰라 애 엄마가 신용카드 하나를 손에 쥐어 줍니다. 나도, 와이프 모르게 살짝 지난주 환전을 하여 넘겨줬습니다. 남자는 자고로 주머니에 돈이 일정량 있어야 어깨도 펼 수 있고, 쓰지 않아도 든든한 지원군 같은 느낌을 갖게 됩니다.


5개월 동안 공부하는 동안, 식비로 쓰는 돈이 용돈의 대부분 이겠지만 이렇게 저렇게 모아둔 돈으로 끼니 걱정은 하지 않고 다닐 수 있을 것으로 보입니다.


사실 이 모든 것이 부모의 괜한 걱정의 발로일 뿐이라는 것을 압니다. 지들이 다 알아서 잘합니다. 부모의 걱정은 그저 걱정일 뿐입니다. 눈에 안 보이니 불안해서 갖게 되는 기본적인 보호 본능일 따름입니다. 밤새 문자가 왔습니다. 시카고에 잘 도착해서 입국수속 마치고 픽업차량으로 기숙사로 가고 있다고 말입니다. 놔두면 자기 갈 길 자기가 잘 찾아갑니다. 그저 지켜보고 잘하고 있다고 응원만 해주면 됩니다. 가끔은 돈으로 응원해 줄 필요도 있긴 하지만 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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