표정과 제스처도 대화다

by Lohengrin

어제 미국 대통령 선거 후보자 TV 토론회가 있었습니다. 세계 최강국에서 벌어지는 대통령 후보자들의 토론이니만큼 전 세계가 관심 있게 지켜봤습니다. 개인적으로 보면 먼 나라 이야기이고 나와 상관없는 사람들이라, 하든지 말든지 수준이긴 하지만 온갖 곳에서 생중계를 하고 토론 후 평가를 쏟아내고 있으니 보고 싶지 않아도 자연스럽게 눈에 들어옵니다.


100분 정도 진행된 토론에서 오고 간 질의와 답변 내용이 가장 중요하겠지만 콘텐츠의 중요도는 온갖 매체에서 전문가들이 의견을 제시할 테니 논외로 하기로 합니다.


저는 두 사람이 토론 내내 보여준 제스처에 집중해 보도록 하겠습니다. 제스처를 통해 본 토론회 승자는 카멜라 해리스라고 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TV는 시청각 도구입니다. 그중에서도 시각적 이미지를 가장 잘 보여줍니다. 선거 참모들이 토론회 전략을 짤 때, 후보들이 어떤 모습으로 화면에 비치는지를 면밀히 따져 하나하나 코칭을 하고 미디어트레이닝과 연습을 반복 또 반복하게 합니다. 이때 표정과 몸의 제스처도 반드시 체크되는 사항입니다.


그런데 이 표정과 제스처는 그 사람이 평생 살아온 삶의 궤적이자 행동의 표현이기에 하루아침에 훈련한다고 고쳐지거나 바뀌기가 쉽지 않습니다. 아무리 훈련을 해도 토론 시간이 조금 지나면, 바로 평소의 모습 그대로의 표정이 나오고 제스처가 나오게 됩니다.


이번 미국 대통령 후보 TV토론회에서 보인 두 후보의 표정과 제스처를 볼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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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는 해리스가 질문을 하거나 답변을 할 때 모두, 대부분 표정의 변화가 거의 없는 것을 보게 됩니다. 간혹 눈을 치켜뜨거나 고개를 좌우로 흔들어 동의하지 않음을 표시하는 정도이지 크게 변화가 없습니다. 대화 내용에 집중할 때 보이는 현상입니다.


반면 해리스는 표정과 제스처를 다양하게 구사합니다. 트럼프가 답변을 할 때 해리스는 오른손으로 턱을 괴어 집중하고 있음을 표현하고 시종일관 특유의 밝은 미소를 계속 유지합니다. 트럼프의 답변이 마음에 들지 않거나 거짓이라고 생각되면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어 의사표시를 합니다. 트럼프의 반대의사를 전하는 제스처보다는 몸을 움직이는 행동반경이 훨씬 큽니다.


이번 TV 토론방식이 상대방이 질문을 하거나 답변을 할 때 상대방 마이크가 꺼지도록 했는데, 해리스는 이 묵언할 수밖에 없는 상대방의 시간을, 표정과 제스처로 자기의 시간으로 적절하게 활용했다고 볼 수 있습니다.


TV를 보는 시청자들의 눈에는 해리스의 이런 밝은 표정과 여유로운 제스처를 통해 자신감을 읽게 됩니다. 상대의 대화를 잘 듣고 적절히 응대하고 있다는 인상을 줍니다. 실제와는 상관없습니다. 보이는 상태가 중요합니다. 어떻게 보면 사기일 수 있고 잘 짜인 조작이자 각본일 수 있으나 그것이 선거전입니다. 프로파간다는 조작된 이미지를 만들어내는데 목적이 있습니다. 그런 측면에서 해리스의 이미지를 관리하는 선거 캠프가 트럼프 캠프를 앞섰다고 볼 수 있습니다. 물론 두 후보의 개인적 역량이 더 중요하고 그 역량을 어떻게 표현해 내도록 코칭을 하느냐가 선거 참모들의 집단지성으로 드러나겠지만 말입니다.


미국 캘리포니아대학의 심리학과 명예교수인 앨버트 메라비언(Albert Mehrabian)이 1971년, 저서 '침묵의 메시지(Silent Messages)'에서 주장한 바에 따르면 "대화를 하면서 상대의 인상을 정하는데 영향을 미치는 부분에서 대화의 내용은 7%, 상대방의 목소리는 38%, 상대방의 표정과 태도가 55%"라고 합니다. 즉 상대방과 대화를 나눌 때 대화의 내용보다는 보고 듣는 시청각적 요소가 차지하는 비중이 훨씬 크다는 겁니다. 이번 미국 대통령후보 TV토론을 통해서도 증명되고 있는 듯합니다.


표정과 제스처는 바디랭귀지입니다. 표정(表情 ; expression)은 "얼굴에 드러나는 여러 가지 마음속의 심리와 감정의 모습"을 말하고 제스처(gesture)는 "말의 효과를 더하거나 뜻을 전하기 위해서 하는 몸짓이나 손짓"을 말합니다. 온몸으로 나의 생각과 상태를 있는 그대로 보여주는 직접적인 의사소통을 하는 방법입니다. 딱 보면 압니다. 그게 바로 표정과 제스처의 비언어적 장점입니다. 기분 좋은지, 화가 났는지 등등 상대의 상태를 한눈에 알아볼 수 있고 나의 상태 또한, 그대로 보여줄 수 도 있습니다. 심지어 과장되게 표정을 짓고 거짓으로 제스처를 취하는지조차 금방 눈치챌 수 있습니다. 표정과 제스처는 말보다 더 직관적인 의사소통 방법입니다.


인간은 "타인의 얼굴표정 속에 산다"라고 합니다. 내 앞에 있는 사람의 얼굴 표정이 곧 나의 표정입니다. 자기 얼굴을 자기가 볼 수 없기에 타인의 표정을 통해 자신을 읽어낼 수밖에 없습니다. 내 앞에 있는 사람이 나의 거울입니다. 사랑해야 할 이유입니다. 사랑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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