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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졸쪼 Mar 06. 2024

콩이

할매, 스울까지 우얀 일이고! 내 보고 싶어 왔나! 다리 안 아프드나? 내도 할매 억수로 마이 보고 싶었데이. 아니, 영상통화는 영상통화고 직접 요래 봐야지. 할매. 할매할매! 내 키 큰 거 비나? 아니 할매, 내 쫌 보라니까? 쟈 보지 말고 내 쫌 보라고. 그래, 내 봐봐라. 내 마이 컸재? 털도 막 부들부들하고 살도 좀 안 찠나? 묵는 거? 내 잘 묵지. 왜 할매네서는 팥이랑 완두야가 내 밥 다 처묵고 캐싸서 맨날 반삐 몬 묵었잖아. 그래서 밥 때마다 할매가 팥이랑 완두야 쫓아내고 준 거 기억하재? 근데 여는 내 혼자 아이가. 내 밥 뺏아 묵는 아도 읎고, 쟈가 밥도 맛있는 거 준다. 할매네랑 똑같이 사료 주는데 어쩔 때는 닭고기도 쓰까주고, 말린 생선도 삶아가 얹어주고, 내 출출하다 카믄 중간에 무신 고기도 말라가 주고. 내 질겅질겅 씹는 거를 좋아하잖아. 막 요래 씹고 있으면 즙이 쭉쭉 나오데. 할매 고기 말린 거 무봤나? 아, 할매 이가 안 좋아서 못 묵재? 그래도 잘게 찢어 묵으면 맛있는데.


집이야 뭐 할매네보다 쪼매 좁아도 코도 안 시리고 자는 데도 푹신푹신하이 괘안타. 왜, 할매네는 겨울에 바닥은 뜨끈뜨끈해도 코가 시리잖아. 여는 바닥은 쪼매 미지근해도 코가 안 시리데. 아, 창문이 쪼매만하지? 할매네는 문도 이마이 크고 창문도 크고 했잖아. 근데 스울 아들은 다들 창문도 요만한 데서 살데. 쟈들은 답답한 거를 모리나?


그래도 뭐 쟈랑 산책도 하루에 두세 번씩 가고 살 만하다. 여 문 나가서 계단 쪼매 내려가면 나무도 있고 풀도 있고, 저녁때 뛰가 보면 동네 개들 다 나와 있데. 아, 창문 말고도 아쉬븐 게 하나 있는데, 집에 과일이 별로 음따. 내 여 와서 사과랑 귤이랑 토마토만 묵고 다른 건 못 무봤다. 할매, 혹시 스울에서는 과일이 귀하나? 뭐 다른 건 무라고 마이 주는데 과일만 없데?


아무튼지간에 내 스울이라 캐서 쪼매 쫄았는데 뭐 답답한 거는 있어도 스울 별거 아이드라. 아니이, 내 여 오기 전부터 할매가 계속 겁 줬잖아. 콩이 니 인자 매칠 있으믄 스울에서 살아야 하는데 할매 집맹키로 막 짖고 뛰싸면 큰일 난다꼬. 할매 손주네라 넘의 집에 가는 것보다야 낫겠지만서도 할매 손주네는 할매네랑은 완저이 다리다, 니가 눈치도 빠르고 똑또간 강새이라 개안치 싶지만서도 스울 사는 건 쉬운 일 아이데이, 뭐 이랬잖아. 솔찌이 말하믄 내 그때 스트레스 쫌 받았거든? 할매가 박스에서 쫄쫄 굶고 있는 내를 데리다가 요래 멕이고 재아준 건 고마븐데 할매랑 헤어질 생각하이까 밥도 안 묵히고 잠도 안 오데. 스울이 어덴지도 모리겠고. 근데 팥이랑 완두야는 내 속도 모리고 계속 내 밥 중간에 다 처묵으면서 깐족깐족 웃고, 막판에는 고마 느그 다 처무라 안 했나. 근데 뭐 스울 막상 와보이 할매 보고 싶은 거 빼고 별거 없드라. 쟈도 내한테 잘해주고. 할매랑 영상통화도 하고. 팥이랑 완두야? 가들은 뭐 잘살든가 말든가.


아 맞다, 할매, 내 진짜로 궁금한 게 있는데, 스울 아들은 다 쟈처럼 매가리가 읎나? 할매는 내 부를 때마다 배에 딱 힘 주고 "콩이!" 아이믄 "콩이 니!" 이카잖아. 근데 쟈는 내를 막 “콩아” 요래 조용하이 부르니까 첨에는 속이 막 간질간질하대. 쟈가 밥을 잘 안 묵으니까 말할 힘이 없어서 요래 말하나 싶기도 하고. 아니, 딱 들어봐봐라. 할매는 아침 인나자마자 밥이랑 국이랑 데파서 묵고, 입맛 없어도 찬물에 밥 팍팍 말아서 김치 척 얹어가 묵잖아. 쟈는 아침에 인나믄 내 사료나 밥그릇에 부어줄 줄 알지 저 입에는 뭐 씹을 거를 안 넣드라니까. 아침에 머, 그 머 뜨거운 국물 같은 거를 해가 중천에 뜰 때까지 홀짝홀짝 마시면서 책상 앞에 꾸부정하이 앉아 있다고. 중간중간에 내 간식 같은 거는 끓이고 씻어서 챙기주면서도 저는 한낮까지 그것만 묵드라니까? 나중에 고구마랑 닭고기랑 전자렌지에 데파서 책상 앞에서 쪼매 묵고, 그거 다 묵으면 내를 또 "콩아" 요래 불러서 밖에 나가요. 그래 나가서 한두 시간 놀고, 들어와서는 또 책상에 한참 앉았다가, 또 뭐를 새밥만치 묵고, 내랑 또 나가서 소화시키고, 뭐 이래 사는데 가만 보면 쟈가 내보다 들 묵는다 카이. 쟈 돈 있는 거 맞나? 괜히 내 데꼬와서 쫄쫄 굶는 거 아이가?


아무튼지간에 내는 쟈가 밥을 안 묵어서 저래 매가리 읎이 말하나 캤는데 밖에 나가보이께 저게 스울 사람 말툰가 싶기도 하고. 근데 스울 사람도 쟈만큼 쪼매만하게는 말을 안 하든데. 아니이, 말하는 것뿌이 아이고 산책 가는 꼬라지도 이상하다고. 할매랑 시장 갈라고 나란히 걸다 보면 할매는 벌써 저마이치 가 있잔아. 근데 쟈는 밥을 안 묵어서 그런가 걸어도 걸어도 계속 그자리데. 내사마 화딱지 나서 에라 모르겠다 카고 뛰면 막 웃으면서 내 꽁무니를 쫓아는 오는데 엄청시리 헉헉거리는 기라. 와, 진짜 머리 복잡시립드라. 내가 뛰면 쟈가 몬 따라오고, 쟈 따라 걸으면 내 속이 터질 거 같고, 봐주는 것도 한두 번이지 산책하다가 내 고마 확 할매네 다시 가삘까 생각도 했다니까. 쟈는 그동안 마당도 함 안 뛰봤나 싶고.


아니이, 내가 할매네 다시 간다는 게 아이고, 쟈도 노력한다. 헉헉거리믄서도 공놀이도 하고 나무도 보고, 집에서 인형도 잡아댕기면서 다 한다. 저 인형들 보이재? 저게 다 내 거라고. 그냥 걸을 때 너무 느리고, 말도 쪼매만하게 하니까 내 쫌 답답했다 이 말이지. 쟈도 노력한다고. 아니, 할매, 할매 진정해라. 그게 아이고, 잠깐 요 와바라. 아 쫌 귀 쫌 대보라고. 쟈가 답답한 건 맞는데 내 할매네는 다시 몬 간다고. 잘 들어래이. 쟈가…… 밤마다 운다.


와 우는지는 내도 모리지. 할매랑 영상통화할 때는 말도 잘하고, 잘 웃고 하잖아. 밖에 뛰 다닐 때도 잘 웃고 하그든? 근데 자다가 깨보면 쟈가 막 코를 훌쩍훌쩍 이카고 있고, 가보면 아가 막 뜨뜻하고, 휴지가 막 이마이치 쌓여 있데? 와, 진짜 당황시립데. 아가 막 갑자기 훌쩍훌쩍 이카고 있으니까 뭘 해줘야 하는지도 모리겠고, 와 우는지도 모리겠고, 내가 막 한심해지는 기라. 얼굴이라도 핥아줄까 카다가도 쟈는 할매랑 다르잖아. 쟈는 목소리도 짝고, 밥도 안 묵으니까…… 내가 핥아줘야 할지, 안아줘야 할지, 뭐 훌쩍이노 다 잊고 고마 놀자 카믄서 장난감을 가져와야 할지 알 수가 없는기라. 얼굴 핥아줄까 싶다가도 얼굴 비주기 싫어하믄 우야나, 안아줄까 싶다가도 깜짝 놀라면 우야나. 결국은 쟈 등에 궁디나 딱 붙이고 있는 것밖에 할 게 읎드라니까. 그래서 밤에 쟈 방에 갈라 카믄 화장실 먼저 갔다 간다카이. 우는 아 옆에 궁디 딱 붙이고 있다가 중간에 오줌 누러 가는 건 좀 아이잖아.


근데 또 아침에 인나서는 아무 그거도 읎다. 아침에 눈 딱 뜨면 눈물 콧물 닦던 휴지 싹 치우고 웃으면서 내랑 인형 좀 잡아댕기다가, 책상 앞에 또 한참 앉아 있다가, 점심 저녁에 내랑 나가서 멀쩡하게 걷고 뛰고 잘 들어온다.


아무튼 할매, 내 마이 보고 싶드나? 내도 할매 억수로 보고 싶었다. 근데 할매, 내 보고 싶어도 여 막 자주 오고 카지 마래이. 아니이, 쟈가 불안할까 봐 그러재. 할매가 갑자기 마음이 바뀌가 “우리 콩이 고마 다시 할메네 가자” 카믄서 내를 콱 안아가 데려가 뿔 수도 있잖아. 그라믄 쟈는 우야냐고. 아, 내도 할매 집이 훨씬 좋지! 마당도 넓고, 시장도 있고. 근데 생각을 해봐라. 할매는 동네에 친구도 많잖아. 경여이 아지매가 가끔 식혜랑 고구마 들고 오고, 부철이 할배가 감 따가 오면 평상에서 같이 노나 묵고 하잖아. 매칠에 한 번은 시장 구경도 가고, 집 밖에는 어슬렁거릴 밭도 있고 논뚜렁도 안 있나. 근데 쟈는 요래 쪼매만 한 집에 콕 박히가 아무도 안 들여다보드란 말이지. 내도 읎으믄 쟈는 진짜 혼자 아이가. 그리고 봐봐레이. 할매가 내보고 똑또간 강새이라 캤잖아. 맞재? 근데 이마이 똑또간 내도 쟈가 와 이라는지를 모리는데 누가 쟈를 이해하겠느냐 이 말이다. 말도 쪼매만하게 하고, 매가리도 음꼬, 걸음도 안 빠르고, 밥도 팍팍 안 묵는 아를 내 아님 누가 돌보냐고.


할매, 내 여서 키도 크고 살도 찌고 잘 살고 있으이까 걱정 말고, 할매 너무 자주 오고 그카믄 안 된데이. 아, 너무 자주 오지 말란 기지 아예 오지 말라 카는 건 아이다. 한 3일에 한 번 오면 딱 안 적당하겠나. 그리고 팥이랑 완두야 한테는 내 맛있는 거 억수로 마이 묵고 지낸다 카고, 내 요래 쪼매만 한 집에서 산다고는 절대로 말하지 말래이.



작업 기간

(초교: 2023. 3. 5. ~2023. 3. 6.

재교: 2023. 3. 12.~2023. 3. 14.

3교: 2023. 3. 21.

4교: 2023. 4. 26.

5교: 2024. 2. 12.

6교: 2024. 2. 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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