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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졸쪼 Apr 10. 2018

완벽한 평일 저녁을 보내는 방법

 

완벽한 평일 저녁을 보내는 방법도 있다. 지금은 독서가 메인 취미이지만 한때 나의 메인 취미는 영화 감상이었다. ‘그냥 영화 감상’이 아니라 ‘네이버 영화 전체 랭킹순대로 보기’였는데 이게 또 꽤 즐겁습니다(‘네이버 영화 랭킹’과 ‘순서대로’라는 단어가 반드시 들어가야 간지가 나는 취미인데 막상 이렇게 쓰거나 말해보면 설명이 장황한 탓에 간지가 안 나 늘 당황한다).



나로 말하자면 ‘오늘 뭔가 영화를 봐야겠어!’라고 생각하면 최고의 영화를 선택하기 위해 온갖 것들을 검색해보다가 시간을 다 보내고 결국 영화는 보지도 못 한 채 하루를 마감하기 일쑤인 사람이었다. 그런데 이런 규칙을 설정하니 오늘 무엇을 볼지 고민하지 않아도 되고 무엇을 보든 꽤 수준 있는 영화를 접할 수 있어서 좋았다.



나의 평일은 대략 이러했다. 회사에 출근하자마자 당일 영화 랭킹을 확인한다. 음, 오늘은 퇴근하고 이 영화를 보겠군. 퇴근 후를 기대하며 열심히 일한다. 안정적으로 영화를 감상하려면 칼퇴근해야 하므로. 별것 아닌 목표였지만 이렇게 일하다 보면 아무것도 없는 것보다 일도 더 잘됐다.



5시 59분에서 6시 00분으로 컴퓨터 숫자가 바뀐 순간 자리에서 일어난다. 목표는 오직 하나. 영화를 위해 아홉 시간을 견뎠다! 저녁거리를 사서 들어가 영화 감상을 위한 세팅을 하고 경건한 마음으로 영화를 튼다.



<토이 스토리 3>를 보면서 ‘와 씨, 이게 진짜 애들 보라고 만든 영화인가’ 의아해하며 영화 시작 20분 만에 눈물을 줄줄 쏟았고, <쇼생크 탈출>을 보고 나서는 ‘이것이 바로 영화 평점 전체 1위의 스웩인가’ 감탄해 잠을 설쳤으며(관람객 평점이 무려 9.88이다), <백 투더 퓨쳐>를 보고는 ‘와, 이거 레알 85년도에 만든 거?’ 하며 놀랐다. 그래서 한번은 집에 내려가 부모님에게 이 영화를 틀어드렸는데 두 분 다 아무 관심도 보이지 않았다…….



그런데 한 50위 정도를 넘어서니 슬 안 보고 싶은 것들이 생긴다. <클레멘타인>이라든가 <클레멘타인>이라든가 <클레멘타인>이라든가. 그래서 그 이후로 좀 심드렁해졌는데, 확실히 이 취미를 가지고 있던 동안에는 회사에서도, 퇴근 후에도 삶의 균형이 괜찮았었던 것 같다. 오늘 뭘 봐야 할지 고민하다가 시간을 다 써버리는 옹고집 취향러들에게 이 방법을 추천합니다.



이런 말을 하면 랭킹 1위는 무엇이냐 물어보는 분들이 있는데 내가 마지막으로 확인했을 당시 1위는 <쇼생크 탈출>, 2위는 <레옹>이었다. 아이유와 박명수가 <무한도전>에서 <레옹> 노래를 발표했을 때는 <레옹>이 1위를 탈환했는데 그런 변화를 보는 것도 좀 재밌었다. 지금 1위는 <쇼생크 탈출>, 2위는 <원더>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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앗, 오늘 보니 1위는 <덕구>, 2위는 <레옹>, 3위는 <쇼생크 탈출>로 순위가 바뀌었습니다. 참고하시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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