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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졸쪼 May 06. 2018

신점을 보고 왔습니다!

얼마 전 점을 봤다. 괜히 마음이 뒤숭숭하여 멘토님 이야기라도 들으면 좀 나을까 싶었는데 마침 친구의 이모님이 태백산 신령을 모시고 있다는 이야기를 들어 얼른 다녀왔다.



시간제한 없는 파격 서비스에 한 번 놀라고 나의 과거는 물론 이성 취향까지 줄줄이 꿰고 계셔서 두 번 놀랐다. 당장 해결된 것은 아무것도 없지만 앞으로 있을 일들을 알았다고 생각하니 왠지 신이 났다. 문을 나서자마자 친구에게 문자를 보내 미주알고주알 너희 이모님 대단하시다며 깔깔거렸고 곧장 저녁 약속을 나갔다.



만남, 커피, 수다, 저녁, 술. 서로에게 힘껏 손을 흔들며 다음을 기약했고 지하철역에서 올라와 마을버스를 탔다. 버스가 가르는 선선한 밤공기를 잠깐 맞고 있자니 방송이 흐른다. 다음 정류소는 XX입니다. 벨을 누르고 뒷문 앞에 선다. 그리고 버스 문이 열리는 순간 카톡, 메시지가 왔다.



‘오늘 이모랑 엄마가 통화하셨는지 저녁에 엄마가 퇴근하고 오셔서는 ㅋㅋㅋㅋ 너 친구가 아주 심성이 착하고 고운 애라고 하더라~ 하시더라고요.’



버스 문이 열린 순간부터 나는 아주아주 오래 울었다. 횡단보도를 건너며, 아파트 정문을 들어오며, 엘리베이터를 기다리며, 집 안에 들어와서도.



남들이 봐주지 않는 면을 지켜봐주는 존재라. 이래서 다들 신을 믿는 거라면 그 마음을 이해할 수 있을 것 같았다. 이 넓은 우주에서 절대적인 내 편이 있고, 결코 혼자가 아니라는 느낌.



그날 있었던 일은 다 좋았다. 미래를 어렴풋이나마 알게 된 것도, 친구를 만난 것도, 맛있는 것도 먹은 것도, 저녁 밤공기까지. 하지만 그중 이 한마디가 가장 좋았다. 지금 생각해도 정말 좋다. 그리고 많이 고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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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점의 교훈


1. 내가 힘들든 남모르는 좋은 일을 하든 다 아는 존재가 있다고 생각하니 주변 사람들한테는 정말 좋은 이야기만 할 수 있을 것 같다. 힘든 일은 인간이 아닌 존재에게만 말하고. 그게 신이든 바람이든 나무든.     


                         

2. 태백산 신령님 연락처를 알고 싶다는 분들이 많다. 지금껏 치킨, 떡볶이, 맥주 같은 걸로 도피해왔지만 그걸로 풀리지 않는 갈증이 있었던 거겠지. 인스타 DM 주시면 연락처 알려드립니다. 디지털미디어시티역 근처고 가격은 5만 원, 시간제한 없었어요~(@jolzz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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