잘 지내십니까. 나는 잘 지내기도 하고 못 지내기도 합니다. 오늘 오랫동안 고민하던 일이 문득 해결되어 당신에게 편지를 쓰고 싶어졌습니다.
나는 그 뒤로 이사를 두 번 더 갔습니다. 우리가 헤어질 시간이 되어 밖에 비가 오는지 나란히 내다봤던 창밖에는 옆 건물만이 보일 뿐 하늘이 보이지 않았지만 두 번의 이사 끝에 나무와 달이 한눈에 보이는 넓은 창문을 가지게 되었습니다. 이제 고민을 털어내고 창밖을 보면 언제든 탁 트인 하늘을 볼 수 있게 되었지만 우리가 꿈꾸던 창을 바라볼 사람은 나뿐이군요.
창밖을 볼 때면 이따금 당신 생각이 납니다. 오늘도 머릿속 안개가 걷히고 창밖을 보니 문득 생각이 나네요. 사실은 이젠 당신 얼굴도 잘 기억이 안 납니다. 이렇게 잊어가는 것도 나쁘지 않을 것 같습니다.
아마 당신에게 쓰는 마지막 편지가 될 것 같습니다. 내일은 비가 온다네요. 이제는 이 창을 통해 비가 오는지도 한눈에 볼 수 있게 되었지만 옆 건물 벽을 흐리게 스치던 그것을 함께 보던 그 시절도 참 좋았던 것 같습니다. 잘 지내세요.
김은경 드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