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디와의 10년

1.만남의법칙

by 김세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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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만남의 법칙 (1)


그 애를 처음 만나던 날은 아침부터 비가 내렸다. 학교에서 돌아오는데 우산 속으로 빗물이 들어와서 다리 쪽이 다 젖어버렸다. 모처럼 멋을 내려고 신은 하얀 스타킹은 비 얼룩으로 지저분해졌지만 빨간 에나멜 구두는 물에 젖어 선명하게 빛났다. 비오는 날 치마를 입고 가겠다고 하자 이모는 그럴 수 있는 생각이라고 찬성했다. 그러나 나머지 공부 하는 마리를 복도에서 기다리는데 나 따라서 치마 입고 학교에 온 마리에게 미안했다. 치마는 기다리거나 나머지 공부를 하기에 어울리는 옷이 아니다.

마리는 커다란 눈에 겁을 잔뜩 담고 창문 넘어 나를 몇 번 돌아보았다. 1개라도 틀리면 집에 안 보내 준다는 선생님의 목소리가 복도에서도 크게 들렸다.

축 늘어진 어깨로 기운 없이 구두를 갈아 신는 마리에게 나는 너희 담임이 제일 싫다고 말하자 나를 쳐다보았다. 마리의 눈은 가능한가에 대한 의문을 담고 있었다. 그 눈을 보며 이건 가치의 문제인데 선생님이라고 무조건 존경해야 하는 건 아니라고 말해주었다. 내 말을 완전히 이해했는지 어떤지 모르겠지만 마리는 금방 슬픈 표정을 걷어냈다.

그 애는 우리가 놀이터를 지나칠 때 그 곳에 있었다. 미끄럼틀 아래 갈색 털 뭉치같은 것이 마리의 눈에 보였다. 털 뭉치는 약간씩 움직이고 있었는데 가까이 가서 보니 파들파들 떨고 있는 강아지였다. 나는 조용히 다가가 강아지를 들어 안았다. 비에 젖은 강아지는 더욱 심하게 떨었다. 마리의 눈엔 다시 슬픔이 들어앉았다. 수학을 못해 나머지 공부를 하고 1개만 틀리면 집으로 갈 수 없는 슬픔보다 더 커보였다. 우리는 강아지를 안고 서둘러 집으로 돌아왔다.

모두 그냥 우리가 키우자고 했지만 이모는 이애는 분명 누군가에게 소중한 존재일수도 있다고 반대했다. 이런 경우는 하는 데 까지 해봐야하는 것이 도리라고 강조했다.

공원과 아파트 각동 입구, 그리고 동네 전봇대와 게시판에 이러이러한 강아지를 보호하고 있다는 종이를 써서 붙이고 주변의 동물 병원에도 종이를 붙여 놓았다.

의사는 반디에게 심각한 피부병이 있음을 알려주었다. 털을 들춰보니 비듬처럼 하얀 가루가 있었고 귀가 두꺼워져 있었다. 이건 피부병의 증세라고 한다. 아마 이것 때문에 주인에게서 버려졌을 가능성이 있을지도 모른다고 했다. 그리고 실제적인 것들도 알게 되었다.

이애는 푸들 이고 현재 생후 3개월쯤 되었을 거란다. 피부병은 치료기간이 한 달에서 몇 달이 될 수도 있으며 사람에게 옮으니 각별히 조심해야 한다는 말이 덧붙여졌다. 또한 유기견이고 질병을 갖고 있으므로 우리에게 책임이 없으니 맡을 의향이 없으면 보호소에 보내주겠다고 말했다.

이모는 유기견이라고 하기엔 아직 이르지 않겠냐고 의사에게 말하고 일단 주인이 올 때까지 데리고 있을 것이며 피부병 치료는 바로 시작하겠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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