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만남의법칙
1. 만남의법칙 (2)
그날 밤, 그 애를 가운데 두고 모두 둘러앉았다. 갈 때 가더라도 이름을 지어야하지 않겠느냐는 생각에서였다. 이름은 당사자의 이미지와 맞아야 했기 때문에 적당한 이름을 생각해내느라 그 애를 뚫어지게 보고 있었다. 그때, 갑자기 정전이 되었다. 베란다 쪽을 보니 동네가 다 정전인 듯 아무것도 보이지 않았다. 그 순간, 사방에 빛 이라고는 하나도 없는데 두 개의 빛이 보였다. 그 빛은 바로 그 애의 눈에서 나오고 있었다. 까만빛이 얼마나 영롱한지 마음이 울렁거렸다.
이거 완전히 반디 불 이잖아 라고 피터가 소리쳤다.
불이 들어왔을 때 반디는 졸고 있었다. 어둠속에서도 우리를 신뢰하고 있었다는 듯이. 이름에 대하여 더 이상의 의논은 필요 없었다.
그 즈음, 이모는 고등학교 교사를 그만두었다. 퇴근하고 들어오면 몸이 땅속으로 꺼지듯이 가라앉는다면서 내가 아무래도 식물이 되어 가나봐 라고 했다. 피터는 이참에 학교 그만두고 미뤄두었던 글이나 쓰는게 어떠냐고 했다. 이모는 글 쓰는걸 글이나 쓴다 라고 표현 하는 것은 몰상식이라고 정정해주었다. 그러면서도 사표를 낸 후 사람들에게는 몸이 안 좋아 수업에 열정을 다 할 수 없어서 이제부터 글이나 쓸거라고 말했다. 교직을 떠난 후유증을 이모는 두 달쯤 앓고 나더니 어느 날부터 커튼을 바꾸고 오랫동안 쓰지 않던 오븐을 닦았다. 그리고 책꽂이 맨 아래 구석에 꽂혀 있던 빵과 쿠키 만들기 책을 꺼내 컵 케익을 만들었고 과자를 구웠다. 집안을 가득 채운 빵 냄새는 피터를 기쁘게 했고 마리와 요섭을 행복하게 했다. 그리고 나도 조금은 행복했다.
피터는 이모부이고 요섭과 마리는 5학년과 3학년으로 나는 요섭과 나이가 같다. 이모부는 김영수라는 원래 이름 말고 세례명인 베드로의 미국식 이름인 피터로 불리고 싶어 한다. 또 애들 이름도 세례명 비슷하게 요섭과 마리라고 지었다.
이쯤되면 이모네 가족이 거의 성당에 목을 매고 살거나 그쯤은 아니라도 열심히 나가야 하는데 그렇지는 않았다. 지금은 잠시 안식년이라고 말할 때 피터는 왠지 자신 없는 표정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