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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세라 Feb 24. 2017

반디와의 10년

1. 만남의 법칙



1. 만남의 법칙 (3)


  강아지에 대한 기본 지식이 없는 우리는 참고할 지침서가 필요했다. 강아지 기르기에 대한 모든 것을 알기 위해 ‘애견 잘 기르기’ ‘애견과 함께 살아가기’ ‘멍멍이는 내 친구’ 같은 비디오를 몇 개 보았다. 그리고 강아지가 주인공인 영화를 골라 보았다. 머나먼 여정, 101마리 달마시안, 터너와 후치를 보았는데 영화적인 요소가 강해 리얼리티는 떨어졌지만 사랑으로 길러야 한다는 메시지는 충분히 받을 수 있었다. 그리고 보고 나서 마음만 아파진 ‘하치이야기’는 한번 맺은 인연에 대한 중요성과 함께 책임이라는 것에 대해 생각하게 해주었다.

우리가 거실에 모여 앉아 비디오를 보는 동안 반디는 신문을 뜯고 전화번호부 책 모서리를 뜯고 소파 나무다리도 갉아먹었다. 피터는 얘 혹시 토끼 아냐 라고 했다.

  이모는 반디의 피부병 치료에 최선을 다했다. 치료는 약을 복용하는 것과 약물 목욕이었다. 작은 플라스틱 대야를 세면대 위에 올려놓고 물을 반쯤 받아서 물약을 정량 섞었다. 거기에 반디를 넣고 솔을 이용해 살갗을 박박 밀어주어야 한다. 의사는 운동화 빠는 솔 같은 것이 효과가 좋다고 했으나 이모는 반디의 연약한 피부가 견디지 못 할 것이라면서 가장 부드러운 칫솔을 사왔다.

  약 냄새는 생각보다 지독하지 않았지만 짙은 갈색 약은 보기에도 독해 보였다. 모두들 목욕하는 반디를 애처로운 눈으로 지켜보았지만 도울 엄두를 내지는 못했다. 물에 젖은 반디의 몸은 너무 작았고 짙은 약물로 인해 더 작아 보였다. 

이모는 꽤 능숙했다. 일주일동안 매일 약물 목욕을 하고 하루 두 번 약을 딸기잼에 섞어 먹었다.

이모는 반디의 몸을 수건으로 닦고 드라이로 말려주면서 아기에게 말하듯이 반디를 달랬다. 밤에는 피부병이 옮든 말든 이모가 침대에서 데리고 잤다. 잠든 반디를 만지면 따뜻하고 규칙적인 심장의 움직임이 전해졌다.     

  일주일이 지나 병원을 찾았을 때 의사는 반디의 호전보다 우리들 중 아무도 옮지 않은 것에 놀라움을 드러냈다. 게다가 우리가 특별히 조심하지 않은 것을 알고는 가족들의 튼튼한 피부를 상당히 부러워했다. 퍼센트의 문제가 아니겠느냐고 이모가 물었으나 그 퍼센트라는 것이 옮는다에 쏠려 있음을 강조했다.

우리는 모두 튼튼한 피부를 갖고 있으며 병이 옮는 것에 대해 아무도 두려움을 갖지 않았다. 그러고 보면 병은 두려움에서 비롯 되는것 아닐까 싶다. 우리가 무슨 특이 체질도 아닐텐데 옮지 않았던 것은 바로 그 차이일 것이다. 모든 것은 마음먹기에 달렸다는 말은 그저 사람들에게 용기를 북돋아 주기 위한 치장만은 아닌듯하다. 

반디가 피부병을 갖고 있었던 것은 우리로 하여금 마음가짐을 단단히 할 수 있도록 일종의 시험을 치루게 한 것일지도 모른다. 무슨 것이든 수월하게 시작되면 소중함을 모르는 법이니까 말이다. 그 소중함을 알게 하기 위해서였는지 다른 두 가지 사건이 연이어 일어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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