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 성장의 단계
2. 성장의 단계 (1)
여름이다. 태양은 뜨겁지만 하늘은 파랗고 대지는 단단했다. 산책길에 자주 들르는 놀이터 잔디는 녹색이 짙어서 반디의 갈색털과 아주 잘 어울렸다.
반디는 제법 커서 이젠 완전한 푸들의 모습을 갖추었으며 짓는 소리도 아기 같지는 않았다. 가르쳐 주지 않아도 낯선 사람이 오면 열심히 짖었고 초인종 소리, 전화 소리, 신문 배달 소리에도 민감하게 반응 했다.
또한 우리들의 생활 패턴을 그대로 닮아서 잠자고 활동하는 시간대도 같았으며 들뜨고 가라앉는 분위기조차 그 리듬을 같이 타고 있었다. 어느 부분에 일정한 게으름을 갖고 있는 것도 비슷해져서 남들이 다 하는 것에 관심을 두지 않는 코드를 함께 실천하느라 반디는 사실 별로 할 줄 아는게 없었다.
피터는 애를 너무 무식하게 키우고 있는거 아니냐고 걱정이 많았다. 적어도 악수 정도는 가르쳐야 하지 않겠냐는 의견이었는데 모두가 적극성을 띠지 않자 슬며시 의견을 거두었다. 반디에게 뭘 가르치는 것에 대해서 이모는 본인이 만족스러울지에 대해 알 수 없으니 교육적이지 않으며 그런 재롱들이 칭찬을 받기 위한 것이라면 다른 행동에 대해 칭찬을 더해주면 될 거라고 한다.
그래서 우리는 칭찬을 많이 했다. 화장실에서 배변을 보았을 때는 물론이고 사료를 잘 먹어도 칭찬했고 반디만 두고 외출했다가 돌아오면 과하다 싶을 만큼 혼자 있었던 시간에 대해 칭찬했다. 또 아침에 자고 일어난 것에 대해서도, 목욕 후 털을 말리고 나서도 예뻐졌다는 칭찬을 했으며 그냥 가만히 있다가도 예쁘다고 칭찬했다. 개는 개답게 키워야 한다는 정설과 상관없이 우리는 그렇게 반디를 키우는데 이견이 없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