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김세라 Mar 03. 2017

반디와의 10년

2. 성장의 단계


2. 성장의 단계 (2)


  반디와의 생활이 익숙해지듯 모든 것이 순조롭게 흐르고 있었다. 가끔 있는 자질구레한 장애들은 약간의 곤란함이 있지만 흐름을 방해하지는 않았다. 

마리가 나머지 공부를 한다거나 요섭이 복도에서 농구를 하다 걸려 엉덩이를 맞는일 같은 것들은 이모의 말대로 우리가 살아가는데 있을 수 있는 사건일 것이다. 

수학 때문에 고전하는 마리를 위해 통계학과 출신인 피터는 대학시절의 과외경험을 살려 그 까짓것 걱정 말라며 앞으로 하루에 30분씩 가르쳐주겠다고 약속했지만 지키지 못하는 날이 많았다.

뭐든 꾸준하게 하고 싶어 하는 마리는 학원에 보내달라고 했고 피터는 약간의 섭섭함을 가졌다. 마리는 열심히 학원에 다녔다. 그래도 수학성적이 눈에 띄게 오르지는 않았다.


  요섭은 매일 농구를 했다. 마치 농구를 하기 위해 사는 애 같았다. 하루라도 책을 읽지 않으면 입안에 가시가 돋는 다는 말을 농구를 하지 않으면 가시가 돋는다로 바꿔 말했다. 쉬는 시간에 복도에 나가면 농구를 하는 애들이 몇 무리 보였는데 그  중엔 꼭 요섭이 끼어 있었다. 집으로 오려고 운동장을 지날 때 농구대 부근에도 있었고 아파트 놀이터에도 농구대에도 요섭이 있었다.

마이클 조단, 매직 존슨, 그렌트 힐, 샤킬 오닐을 좋아했으며 노트에 각 구단의 전적과 선수들의 기록을 빽빽이 정리해놓았다. 특히 마이클 조단의 광팬이어서 시카고 불스의 경기를 빼놓지 않고 보았다.

NBA 뿐 아니라 KBL도 좋아해서 시즌에는 거의 모든 경기의 중계를 보았다. 

하교할 때 깜박 잊고 책가방을 교실에 두고 오면서도 농구공은 들고 왔다. 학교 복도에서 농구를 하다 걸려서 벌을 서거나 엉덩이를 맞는 일이 자주 있었으므로 피터는 진지하게 복도에서 농구를 할 때는 돌아가면서 누군가는 망을 보아야 한다고 충고해주었다.    

어떤 날은 반디를 산책시키러 나갔다가 농구하는 친구들을 만나 철봉대에 반디의 목줄을 매놓고 농구를 한 적도 있었다. 마침 지나가던 마리가 그것을 보고 반디를 데리고 들어와서 노한 얼굴로 오빠에게 반디를 맡기지 말아야 한다고 했다. 마리는 한동안 반디에 대한 요섭의 애정을 신뢰하지 않았다.


  일상에서 일어나는 사소한 사건들에 대해 이모는 대개 담대한 편이었다. 그럴수도 있는 것으로 생각하는 경향이 강했고 가급적 멀리 내다봐야 한다고 생각했다. 

우리는 그런 이모를 조금씩 닮아가고 있었다. 그러나 담대한 사람에게도 가족에게 급박한 사건이 있을 때는 그런 장점이 그리 빛을 발휘하지 못하는 것을 경험해보니 알 수 있었다.



매거진의 이전글 반디와의 10년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