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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세라 Mar 03. 2017

반디와의 10년

2. 성장의 단계


2. 성장의 단계 (3)


어느 날 반디의 입에 끈끈한 풀 같은 것이 잔뜩 묻어 있었다. 어디서 물풀을 깨물었다고 생각해서 닦아 준 후 돌아다니며 풀통을 찾았지만 없었다. 1시간 쯤 지났을 때 반디는 다시 풀을 아까만큼 묻히고 있었다. 그리고 이상하리만치 움직임이 없었다. 그렇다고 잠을 자는 것도 아닌 채 엉거주춤 한자리에 정지해 있었다.

물도 안 먹고 간식을 주어도 먹지 않았다. 처음 보는 반디의 이런 행동은 불안했다. 

  의사는 반디의 입에 있는 것이 침이라고 했다. 검사를 해봐야 알겠지만 소화기 계통에 문제가 있을 것이며 상태는 급박하고 심각한 것으로 보여진다는 소견을 말했다.

반디는 초음파를 하고 엑스레이도 찍었다. 사진으로 보니 장에 검은 그림자가 보였다. 무언가 걸렸거나 장이 유착된 것으로 보이는데 이물질이 걸린 것이면 수술로 빼내면 되지만 유착일 경우에는 조금 위험하다는 진단이 나왔다. 확실한 진단을 위해 내시경이 필요하다고 했다.

흰 액체로 된 물약을 먹고 내시경을 했다. 우리는 검사실 밖에서 반디의 가는 비명소리를 들었다. 

마리는 눈에 그렁그렁 눈물을 달고 있었으며 요섭도 자꾸 눈을 껌벅거렸다. 농구를 하다가 따라온 요섭의 얼굴은 흙과 땀으로 범벅이 되어 지저분했다.

연락을 받고 달려온 피터가 병원으로 들어섰을 때 우리는 커다란 위안이 되었다. 그러나 피터는 울고 있는 마리를 보자마자 벌겋게 눈이 충혈되어 왔다.

병원에는 사람들이 꽤 있었다. 그들은 모두 애완견이 아픈 것에 대해 그 심정을 알고 있기 때문에 분위기는 숙연했다. 위로의 눈길을 보내는 사람도 있었고 더러 다가와 괜찮을 거라는 말을 건네주는 사람도 있었다. 

  검사 결과를 기다리는 동안 죄책감이 마음속을 채웠다. 더 잘 보살폈어야 했는데, 우리가 무언가 자격이 없는 사람처럼 생각되었다. 한 생명을 책임져야 하는 것에 대해 더 많은 상식과 주의 깊음이 필요 했던 것이다.

내시경 결과 장에 이물질이 걸려 있음이 확인되었다. 의사는 침통해 있는 우리들을 보면서 반디가 죽는 일은 결코 없을 거라고 말해 주었다.

수술하면 괜찮다는 말은 반디가 죽지 않을 것이라는 말과 맞물려서 불안함이 조금 가셨다. 그러나 그 작은 몸으로 수술을 견뎌야 하다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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