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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세라 Mar 05. 2017

반디와의 10년

2. 성장의 단계


2. 성장의 단계 (4)


  곧 수술에 들어갈 것이며 수술시간은 전 후 합해서 두 시간 정도 걸린다고 했다. 그리고 강아지들은 귀가 밝아 밖에서 가족들이 내는 작은 소리도 알아듣고 그러면 안정을 할 수 없으니 집에 가 있다가 오는 것이 좋겠다고 했다. 허지만 수술하고 있는 반디를 두고 집으로 갈 수는 없다. 우리는 아무소리도 내지 않고 조용히 있겠다고 말해보았으나 아주 작은 소리도 듣기 때문에 돌아가 있는 것이 반디를 위하는 것이라고 했다. 사실 반디가 대체 뭘 알겠는가. 자신이 아픈것에 대해서, 수술이 잘 돼야 한다는 것에 대해서. 그리고 고통과 두려움을 견뎌야 한다는 것에 대해 반디가 어찌 알 수 있겠는가.

수술 전에 반디를 한번 보고 싶었지만 그것도 허락 되지 않았다. 일단 가족을 보면 절대 의사 말을 잘 들으려 하지 않는다고 했다. 


  우리는 병원을 나왔다. 밖엔 한여름 오후의 햇살이 뜨겁게 내리쬐고 있었다.

집으로 갈 수도 없고, 길에 서 있을 수도 없고, 그렇다고 길 건너편의 제과점에 들어가 있을 수는 더욱 없다. 

함께 라는 것은 시간과 공간 그리고 마음이 같이 있어야 한다. 또한 함께 라는 것은 어떤 욕망 같은 것으로 지금 우리는 다른 공간으로 떨어져 나왔으므로 함께 있기 위해 다른 두 가지를 필요로 했다. 한 가지를 못하니 다른 것에 더 필사적인 기분이 든다.

병원에서 10미터 쯤 위에 버스 정류장이 보였고 거기엔 차양막과 긴 의자가 있었다. 우린 그곳으로 가서 의자에 앉았다. 두 시간을 보내기엔 적당치 않았지만 왠지 거기 있으면 적어도 시간과 마음은 함께 하고 있는 것처럼 생각되었다.

  많은 버스가 서고 출발하고 내리거나 타는 사람들이 있었지만 개의치 않았다. 날씨는 굉장히 더웠다.

온몸에 끈적한 땀이 배었고 땀을 잘 흘리는 피터와 요섭은 티셔츠의 목 부분이 젖어 있었다. 정류장 앞에 있는 편의점으로 들어간 피터가 아이스크림이나 음료수가 아닌 생수를 두 개 사갖고 나왔다. 

내리는 승객이 없었지만 우리를 보고 서는 버스가 간간히 있었다. 그것은 조금 성가신 느낌을 주었고 눈치도 보였지만 다른 곳으로 옮길 생각이 없었으므로 굳세게 버티고 앉아 있었다. 

시간은 참으로 더디게 흘러갔다. 시계를 찬 피터에게 몇 시 인가를 물어보면 좀 전의 시간에서 고작 10분정도 지나 있을 뿐이었다. 마리는 마취하면 절대로 아프지 않은가에 대해 이모에게 자꾸 확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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