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김세라 Mar 07. 2017

반디와의 10년

2. 성장의 단계


2. 성장의 단계 (5)


  두 시간이 되기 10분전에 우리는 병원으로 들어갔다. 

의사는 땀에 절어 있는 우리를 보더니 걱정 말라는 표정부터 지었다.

수술은 잘 끝났으며 지금 반디를 데리고 나오겠다고 했다. 어디 입원실에라도 들어가 닝겔을 꽂고 침대에 누워 있을 반디를 생각했기 때문에 의사의 말은 현실감이 없었다. 의사는 안쪽에 대고 반디 나오라 그러세요 라고 말했다. 문이 열리며 반디가 나왔다. 그런데 놀랍게도 걸어나오는 것이 아닌가. 우리를 발견하고는 그 와중에도 꼬리를 흔들었다. 꼬리를 흔드는 반디를 보니 반가우면서도 미안함이 울컥 솟는다. 강아지들은 지방층이 없어서 외과적 수술후에 회복이 빠르다고 한다.

이모는 조심해서 반디를 안았다. 반디의 배엔 3센티 정도의 꿰맨 자국이 있었다. 그건 반디의 작은 배에서 꽤 커보였다. 상처에 뭘 붙여야 하지 않겠냐는 이모의 말에 붙이면 신경을 쓰기 때문에 핥게 되니 그냥 두는게 좋다고 한다. 허지만 자꾸 핥으면 머리에 보안대를 씌워야 하니 주의 깊게 보라고 주의사항을 일어주었다.

반디는 꾸럭꾸럭 하는 소리를 냈다. 그것은 반가움과 안심이 된다는 소리다.

  의사가 안에서 물이 담긴 작은 유리병을 갖고 나왔다. 그 속에는 엄지손톱보다 조금 큰 옥색 구슬이 들어 있었다. 반디의 장속에서 꺼냈다는 이물질이라면서 뭔지 알겠냐고 물었다. 우리는 모두 집중해서 그것을 보았다. 그때 마리가 가느다란 비명을 질렀다. 그리고 금새 어깨가 흔들리도록 울기 시작했다. 옥색 구슬은 마리의 머리 방울이었다. 

대체 반디는 그걸 왜 주워 먹었는지. 그게 어떻게 목으로 넘어 갔는지. 많은 추측이 있었지만 지금은 일단 사태의 진상을 알게 되었으니 더 이상의 의혹이 없어진 셈이다. 


  수술비로 25만원을 내고 반디는 퇴원했다. 수술하자마자 퇴원을 해도 되는 것이 걱정스러워서 며칠쯤은 병원에서 간호를 해주는 것이 좋지 않을까 싶었다. 그러나 의사는 반디의 안정을 위해 집에 데리고 가는 것을 권했다. 병원에 두면 입원비를 받을 텐데 퇴원을 시키는 의사에게 신뢰가 갔다.

3일 동안 절대 물과 음식을 먹어서는 안 되며 상처부위를 핥지 못하게 하는 것만 잘 살피면 된다고 했다. 

매일 병원에 가서 식사 대신으로 영양 주사를 맞고 환부에는 하루에 여러 번 약을 발라주어야 하며 물을 찾으면 밥 수저 하나 정도는 주어도 좋다고 했다. 갈증이 심해서 변기물을 먹을 수도 있으니 각별히 조심해야 한다는 세세한 주의 사항까지 알려주었다. 반디가 변기 물을 먹을 만큼 키가 크지 않아서 다행이다.



매거진의 이전글 반디와의 10년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