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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세라 Mar 09. 2017

반디와의 10년

2. 성장의 단계


2. 성장의 단계 (6)


  이모는 반디의 간호에 온 정성을 쏟았으며 우리도 힘을 합했다. 혹시 욕실 바닥에 있는 물을 먹을 수도 있어서 가끔씩 욕실 바닥을 확인했다. 그리고 소파 밑을 비롯해 공간이 떠 있는 가구 밑을 모두 청소 했다. 생각보다 많은 물건들이 나왔다. 삼키면 머리 구슬보다 더 위험할 물건들을 보면서 반디가 사는 세상이 얼마나 많은 위험에 노출되어 있는지를 알 것 같았다. 

  마리는 반디가 수술하고 돌아온 날 집에 돌아와 방에서 나오지 않았다. 몇 번의 노력 끝에 나오게 했을 때는 두 눈이 퉁퉁 부어 있었다. 얼마나 큰 죄책감이 마리를 괴롭히고 있는지 짐작 할 수 있었다.

우리들의 의지와 상관없이 도처에 깔린 세상의 위험과 그래도 반디가 운이 좋았다는 것을 설명했지만 소용이 없었다. 이모는 세상의 모든 부모들은 다 자식에게 어느 정도 죄책감을 갖고 있다는 다소 어려운 이야기를 해주었다. 그 말은 마리를 위로해주기 위해서였는데 마리에게 별 도움은 안 되어보였다. 

이모는 몇 가지 예를 들어 설명했다. 요섭이 아기였을 때 재워놓고 피터와 만화책을 빌리러 갔다 왔더니 깨어서 파랗게 질리도록 울고 있었던 일, 또 요섭이 걸음마를 시작했을 때 화장대 모서리에 부딪혔는데 입안에서 믿지 못할 만큼의 피가 나왔던 일까지.

그리고 마리의 사건을 이야기 할 때 이모는 약간 우울한 표정을 지었다. 아마 그 일은 이모에게 꽤 자책감이 컸었던 듯 하다. 6살 마리가 불러도 대답을 안 해서 병원에 갔더니 편도선이 보통 사람보다 크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고 한다. 그로인해 귀에 염증이 생기고 물이 차서 잘 안 들렸으며 편도선 절제가 필요하다는 의사의 소견이었다. 

이모는 그런 것들을 엄마로써 미리 알아차리지 못했던 과실에 대해 이야기하는 것이었고 그런 것들이 마리를 죄책감에서 벗어나게 해주길 바랐지만 마리는 조그만 소리로 자신의 잘못에 비하면 그건 아무것도 아니라고 말했다. 그래도 마리는 받아들였다. 어쩌면 억지로 받아들였을지도 모르겠다. 스스로에게 그런 거라고 믿도록 하고 싶은 것은 결코 나쁘지 않다. 그것은 자신에 대한 애정이기 때문이다. 이일로 마리가 자신을 원망하는 것이 가장 걱정스러웠던 우리는 한시름 놓을 수 있었다.


  마리는 반디에게 지극정성을 다 했다. 어렸을 때 읽던 그림 동화책을 꺼내와 반디에게 읽어 주었는데 반디는 마리가 동화책을 읽어주면 신기하게도 이내 잠이 들었다. 또 수시로 욕실 바닥의 물기를 닦고 배의 상처를 호호 불어 주었다. 그리고 낮잠 자는 반디의 옆에 앉아 한 시간이 넘도록 부채질을 해주는 등 할 수 있는 모든 것을 다했다. 

마리는 하루가 다르게 성장하고 있었다. 시련을 겪은 후에 올법한 성장이 마리를 달라지게 하고 있었다. 그리고 무심코 잃어버린 머리방울에 대한 각성이 마리로 하여금 자신의 물건을 잘 관리하는 습관을 갖게 했다. 자기 서랍을 정리하고 방을 정리했으며 거실에 돌아다니는 물건들을 제자리에 두는 일 같은 것을 이모가 시키지 않아도 자진해서 했다.


  반디는 1주일 후에 실밥을 뽑았다. 마리가 정성을 다해 수시로 연고를 발라 주었지만 배에는 다소 두툼한 흉터가 남았다. 그 흉터는 마리를 오래도록 마음 아프게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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