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벽의 물음에 답하리

일간 연재

by 오혜원

그런 말이 있다. 내가 나쁜 게 아니라, 그 상황이 나빴던 거라고. 그래서 그럴 수도 있었던 거고 그럴 수밖에 없었던 거라고. 내가 나에게 다시 물음을 건넸을 때 문득 그런 생각이 들었다. 결국 그것 또한 나 하나 편하자고 합리화했던 것이 아니었을까 하는. 같은 공간에 있어도 서로가 움켜쥐고 있는 감정은 달랐다. 어떤 이는 타인과 있는 순간에도 외로워했고 다가올 앞날의 꿈이 아닌, 삶의 마지막을 먼저 떠올렸다. 누군가는 어김없이 찾아온 새벽의 우울감을 피하기 위해 존재 자체를 부정하기도 했다. 누구에게나 아픔 하나 정도는 존재하는 거라며 씁쓸한 표정을 내미는 것이 전부였겠지만. 그만하면 다행인 거라고, 그 정도면 참을만하다고 또 아무렇지 않은 척했겠지만. 어쩌면 그게 우리가 살아가는 또 다른 대처였을지도 모른다는 느낌에 퍽 삭막해졌다.


존재 자체를 부정하기 시작했을 때, 나의 육체를 품고 있는 세계의 전부가 온통 검은색으로 변했다. 텁텁한 주위를 둘러보며 나의 영혼 또한 깊은 심해의 어느 곳으로 잠겨버릴 거라고 생각했다. 거멓게 변해버린 이 세상이 금방이라도 무너져 내릴 거라고 의심했다. 의심이 확신으로 바뀔 때 내 주위는 공허함으로 가득 채워졌다. 한순간에 공기가 무거워지고 살아 숨 쉬는 것조차 버거워질 정도였다. 난 그제야 현실을 즉시 했고 어둠 속에서 헤어 나오려 안간힘을 썼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살고 싶은 마음이 간절했으니까.


아무리 숨 쉬는 게 힘겹고 두려워도, 난 그 무엇 하나 쉬이 드러내지 못했던 것 같다. 나의 감정이 누군가에겐 짐이 될 수도, 버거울 수도 있었을 거라는 생각으로 가득해서. 나 하나 제어하지 못하는 사람으로 각인될까 겁이 나서. 나를 바라보는 시선이 한순간에 어떻게 변할지 두려워서. 참 많이도 망설이고 그 주위를 몇 번이고 서성거렸다. 그래도 나를 알아줬으면, 말하지 않아도 먼저 물어봐 줬으면 하는 모순적인 눈빛으로.


우울의 끝이 어디까지인지 알 수 없다. 그러한 감정에 사로잡혀 무기력해지는 순간들이 다가오는 게 무섭다. 살아야 하는 이유조차 사라져 갔을 때 나의 이성은 혼미해져 갔다. 누구에게나 견디지 못할 감정과 상황쯤은 존재한다. 다만, 어리숙한 이 순간 속에서 그 사실들이 점점 보이지 않게 될 뿐이다. 존재하는 것들조차 점점 흐릿해져 갈 뿐이다. 그 사실들 속에 나는 여전히 이곳에 있는데도, 아직 여기에 있는데도.


그들을 위해 오직 할 수 있었던 일은 그들의 이야기를 들어주는 것. 그들의 기댈 곳이 되어주는 것. 잠깐의 침묵도 사랑할 줄 아는 것. 섣부른 위로보다, 굳게 닫혔던 입에서 말소리가 흘러나올 때까지 기다려주는 것. 그게 울적한 목소리여도, 몹시 서글픈 울음소리여도 괜찮다고 말해주는 것. 위로에 서툰 내가 감히 건넬 수 있었던 유일한 손길이었다. 그저 살아만 달라고, 숨만 쉬어달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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