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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오혜원 Apr 02. 2020

봄의 몸짓

봄의 경계와 한결 가까워진 듯한 기분이 든다.   때문인지 이런 날엔 달달한 마카롱 같은  먹고 싶어지는  같다. 어느덧  눈가에는 따뜻한 색으로 물든 나무들로 가득 채워졌다. 마음 언저리엔 황홀에 다다른 기대 같은 것이 부피를 키운다. 머리끝 위로 떨어지는 작은 몸짓이 벚나무에서 떨어지는 단순한 잎인  알면서도, 평소와 다를  없는 바람의 한결같은 마음을 알면서도. 무지했던 마음을 색다르게 채워주는 봄의 묘미가  나쁘지만은 않은  같다고 생각했다.

 떠있는 마음을 가라앉혀 집에 들어오면 왠지 나에게서 낯선 기운 같은  느껴지곤 했다. 줄곧 편안함만을 고집하던 나의 응석이 몸을 웅크리기 시작한 걸까, 생각하기도 했지만 그것은 찰나의 착각일 것이라고 단정 지어 본다. 순간의 기대와 확신은 찰나의 나를 무너뜨릴  있는 불안의 존재라는 것을 알고 있기 때문이었다.
우연도 이런 우연이 있는가 하면, 곧은 속을 썩이는 일들은  마음도 모르고 한꺼번에 찾아온다. 불과   전까지만 해도 슬럼프 아닌 슬럼프 같은  찾아와, 이틀 밤을  눈으로 꼬박 새우기도 했다. 세상엔 종착지를   없는 일들이 무수히도 많았고, 견고함이 없다면 버텨낼  없다는 것을 진작부터 알고 있었으므로.

잔잔해졌다 싶으면 다시 모습을 보이는 파도가 마치  감정 같다. 빗대어 설명해보면 게임의 무한 부활 같은 존재랄까. 무한 부활이라는 역할만으로 무작정 용기를 내다가도  다른 시선의 어느 곳에서  전보다   타격감을 받기도 하니까.

어느 정도 시간이 흐르면 그때  버리지 못한 감정의 미련이 현실을 박차고 나타나, 현재를 미워하게 만들기도 했다. 결말을 부정하지 말았어야 한다는  순간의 미련이 너무 많은 길을 오랫동안 돌아오게 했을지도. 의미 없는 일이라는 것을 알았을  진작에 가차 없이 버렸어야 했는데. 하지만  순간을 탓하기엔  시간 속의 내가 너무나 순수했다. 가지고 싶은 것을 가져야 한다는 소유욕, 주고 싶은 마음은 닿을 때까지 주어야 한다는 간절함이 지금의 나와는 다른 향기를 냈었으니까.

맑고 고결한, 평정심을 잃지 않는 사람이 되고 싶다.  같은 누군가의 결점까지 사랑할  있는 사람이 되고 싶다. 아마 어쩌면, 정말 어쩌면 우리는 우리 나름대로의 결점이 있기 때문에 유난히 애틋하게 여겨지는 것일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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