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의 경계와 한결 가까워진 듯한 기분이 든다. 그 탓 때문인지 이런 날엔 달달한 마카롱 같은 게 먹고 싶어지는 것 같다. 어느덧 두 눈가에는 따뜻한 색으로 물든 나무들로 가득 채워졌다. 마음 언저리엔 황홀에 다다른 기대 같은 것이 부피를 키운다. 머리끝 위로 떨어지는 작은 몸짓이 벚나무에서 떨어지는 단순한 잎인 걸 알면서도, 평소와 다를 바 없는 바람의 한결같은 마음을 알면서도. 무지했던 마음을 색다르게 채워주는 봄의 묘미가 썩 나쁘지만은 않은 것 같다고 생각했다.
붕 떠있는 마음을 가라앉혀 집에 들어오면 왠지 나에게서 낯선 기운 같은 게 느껴지곤 했다. 줄곧 편안함만을 고집하던 나의 응석이 몸을 웅크리기 시작한 걸까, 생각하기도 했지만 그것은 찰나의 착각일 것이라고 단정 지어 본다. 순간의 기대와 확신은 찰나의 나를 무너뜨릴 수 있는 불안의 존재라는 것을 알고 있기 때문이었다.
우연도 이런 우연이 있는가 하면, 곧은 속을 썩이는 일들은 내 마음도 모르고 한꺼번에 찾아온다. 불과 몇 주 전까지만 해도 슬럼프 아닌 슬럼프 같은 게 찾아와, 이틀 밤을 뜬 눈으로 꼬박 새우기도 했다. 세상엔 종착지를 알 수 없는 일들이 무수히도 많았고, 견고함이 없다면 버텨낼 수 없다는 것을 진작부터 알고 있었으므로.
잔잔해졌다 싶으면 다시 모습을 보이는 파도가 마치 내 감정 같다. 빗대어 설명해보면 게임의 무한 부활 같은 존재랄까. 무한 부활이라는 역할만으로 무작정 용기를 내다가도 또 다른 시선의 어느 곳에서 그 전보다 더 큰 타격감을 받기도 하니까.
어느 정도 시간이 흐르면 그때 다 버리지 못한 감정의 미련이 현실을 박차고 나타나, 현재를 미워하게 만들기도 했다. 결말을 부정하지 말았어야 한다는 그 순간의 미련이 너무 많은 길을 오랫동안 돌아오게 했을지도. 의미 없는 일이라는 것을 알았을 때 진작에 가차 없이 버렸어야 했는데. 하지만 그 순간을 탓하기엔 그 시간 속의 내가 너무나 순수했다. 가지고 싶은 것을 가져야 한다는 소유욕, 주고 싶은 마음은 닿을 때까지 주어야 한다는 간절함이 지금의 나와는 다른 향기를 냈었으니까.
맑고 고결한, 평정심을 잃지 않는 사람이 되고 싶다. 나 같은 누군가의 결점까지 사랑할 수 있는 사람이 되고 싶다. 아마 어쩌면, 정말 어쩌면 우리는 우리 나름대로의 결점이 있기 때문에 유난히 애틋하게 여겨지는 것일지도 모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