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능하다면 모조리 다 주워 담고 싶다. 마치 처음부터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았다는 것 마냥 아무런 내색도 없이 평온하게.
오늘의 난 얼마나 불필요한 말들을 자주 쏟아냈는가. 영원히 풀어낼 수 없고 끝내 도달하지 않을 관계에 얼마나 많은 이해를 주고받았는가. 허기졌던 마음을 사랑으로 채우려 했던 내 마음은 얼마나 이기적이었는가. 삶을 이끌어보는 추진력도 누군가에게 기대어볼 수 있는 의지력도 부족하던 내가, 한계에 부딪혀 아무것도 하지 못하는 순간임을 알았을 때부터는 정말 겁이 났다. 추운 공기에 온 바닥이 얼어버려 온전히 제 힘으로 걷기에도 힘이 들었던 그날을 지나오면 꽤 단단한 사람이 되어있을 줄 알았는데 말이다.
여전히 삶에 권태기가 잦고 여태 회피해왔던 목소리가 끝끝내 들려올 때면 퍽 성가시기만 하다. 결말을 아는 이야기인데도 불구하고 난 언제나 허공에 떠돌기만 하는 마음이 불쌍해서 혼자 두질 못했다. 그저 안쓰럽다는 이유로 어쩔 수 없다는 듯이 받아들여야 했다. 정착할 수 없어 그 자리를 맴도는 무언의 말소리까지도 신경 써야만 했다. 난 아마도 그때부터 그 이후의 마음까지 자주 생각해야 했을 것이다. 내가 감히 넘지 못하는 평행선 너머의 존재 이유까지 짐작해야 했을 것이다. 내가 원하는 것이 무엇이었는지, 왜 이렇게까지 비참해져야 했는지 그 어느 것도 확실하지 않았으므로.
그러니까 나는 자주 가난해져야 했다. 마음대로 얻을 수 없는 온기를 그리고 용기를 위해 굳건히 할애해야만 했다. 그 무엇도 뜻대로 될 수 없다는 것을 알면서도 그랬다.
먼발치에 있는 존재에 동요되지 않을 때까지 가능한 자주, 오래오래 불행해야만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