日刊連載
랑아, 우린 아마도 서로에 대해 끊임없이 궁금해했던 것 같아. 그런 우리를 난 여전히 좋아해. 이 글을 쓰는 순간에도 너를 생각해. 이 마음이 전부 전해질 수만 있다면 정말 좋을 텐데.
우리 사이에 이런 이야기들을 꺼내어보려니 낯간지럽기만 하네. 이 책이 세상에 나오게 되었을 때는 아마 더더욱 그렇게 느껴지겠지. 그래도 꼭 한 번은 내 글에 너라는 사람을 담고 싶었던 것 같아. 언제나 확신을 믿지 못하던 너에게 믿음이란 단단함을 알려주고 싶었던 거일지도 모르지. 너라면 이런 내 마음을 알아차릴 수 있을 테니까.
가끔 그런 생각을 하곤 했어. 굴곡이 많았던 과거에 우리가 만났다면 어땠을까, 하는 작은 상상 같은 것들을. 과거의 너를 안아주지 못한 기억들이 마구 떠오를 때도 많아.
너는 순간순간마다 작은 의미를 두는 네 모습을 약점이라는 듯이 말했어. 물음표 없이 끝나던 간결한 문장임에도 네 감정이 고스란히 전해졌지. 한탄하듯이 읊조리던 얕은 목소리를 마구 안아주고 싶기도 했어. 너를 위하고 싶은 그 마음만은 정말 간절했지만, 행동으로는 쉽게 옮기진 못했던 것 같아. 솟구치던 마음을 숨겨두고 작은 끄덕임으로 대답할 뿐이었어.
지금도 좌절하지 않는 삶을 사는 것은 아니지만, 그때는 지금 보다 더 고된 삶을 살았었다고 말하는 널 보면서 몹시 슬퍼졌어. 지난날의 이야기를 나눌 수 있을 때쯤이면 과거에 받은 상처에 담담해져 있으리라 생각했었거든. 그럴 때면 우린 늘 서로의 눈을 바라보며 물었어. 담담해질 수 있는 날이 오려면 얼마나 더 많은 시간들을 버텨야 하는 거냐고, 날카로운 기억들 속에서 벗어날 수는 있는 거냐고 말이야. 우리는 물음에 대한 대답 대신 능청스럽게 눈을 몇 번 깜빡거렸어. 확신할 순 없지만, 너무 걱정하지 말라는 것처럼.
네가 해주었던 말들을 자주 떠올리곤 해.
주저 앉지 말고 네가 가는 그 길을 계속 나아가. 네 곁의 모두가 그걸 원할 거야. 힘이 들 때면 잠시 멈춰서도 되고, 쉬어가도 돼. 단지, 너만 가질 수 있는 그 향을 잃지 말고, 숨기지 말고 살아가. 네 곁이 텅 빈 것 같이 느껴져도 너무 걱정하지 마. 언제 어디서든 네 향을 사랑해줄 이가 분명 나타날 테니까.
이게 바로 너보다 나를 더 사랑해주던 그날 밤의 온기였어.
손대지 않아 꺼져버린 세계를 환히 비추어주던, 사랑의 노고를 증명해주던 너의 마음을 떠올려. 몸담아 헌신했던 노력의 순간들을 있는 그대로 기억해주던 너를, 괴리감이 느껴지는 순간마다 그 순간마저도 사랑할 수 있는 마음을 건네주던 너를 떠올려. 난 여전히 네가 해준 그 말들을 잊지 못하고 살아.
아마 그날은 집에 돌아와 이런 편지를 썼던 것 같아.
랑아, 넌 내가 괜찮은 사람이라는 걸 느끼게 해줘. 네가 하는 이야기를 가만히 듣다 보면 괜히 우리의 삶을 총애하고 싶어져. 네가 선한 눈빛으로 바라볼 때면, 굳이 내가 말하지 않아도 다 알고 있다는 눈치를 보내줄 때면 난 그것만으로도 살고 싶다는 마음이 생겨. 아무 일 없었다는 것처럼 순식간에 내 세계가 평화롭게 변해. 내 세계를 사랑하고 싶어져.
이런 우리를 신이 알아준다면 얼마나 좋을까 싶어. 수많은 시련에도 굴하지 않고 해내던 우리를, 툭 건들면 바스러질까 내내 마음 졸였던 삶 속에서 걸어온 우리를.
너를 보면 늘 희망을 기약하게 돼. 내 생에 여운이 남게 돼. 그러니까 잔잔히 조금만 더 머물러 줘. 너에게 주고 싶은 것들이, 너와 만들고 싶은 것들이 아직 많이 남아 있으니까. 여태 너에게 받았던 수많은 위로들을 보답하고 싶으니까.
이만 이야기를 마쳐. 너의 밤이 적당히 무탈하고 고요할 수 있길 바라면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