난 널 가끔 가득 써 내려가곤 했어. 있잖아. 너도 그거 알지. 우리 참 고통스러웠다는 거. 허약한 서로의 마음으로, 그저 허약하기만 했을 서로의 믿음으로 우리가 뭘 할 수 있었겠어. 우리는 끝끝내 지치고 지쳐 모든 게 소용없어질 만큼 닳아서 이젠 어떤 이유도 남지 않았던 거야. 맞아. 우린 너무 오래였어. 여기까지 올 필요는 없었어. 그런데도 왜 그렇게까지 해야만 했냐고 재차 물어. 어차피 사랑이니까 그게 맞다고 착각한 거겠지. 아, 나 혹시 그렇게 믿고 싶은 건가?
벌써 여러 계절을 지나왔어. 그 시간 동안 많은 일들이 있었는데, 어쩌면 다행인 걸지도 몰라. 사실 난 그때보다 지금이 덜 고통스럽거든. 시큰한 냄새가 코를 찌르고 밟으면 바스락 부스러지는 길을 걷고 있을 때면 밤하늘을 올려보곤 해. 그때 왜 그런 무모한 짓을 잔뜩 늘어놓았을까 싶어서야. 왜 그렇게 쉽게 놓지 못한 나였을까 싶어서야. 그래. 우린 너무 오래였어. 잠깐일 수도 있었는데 우린 너무 오래 걸었어. 찰나의 속삭임에 잠시 안도하고, 잠깐의 말에 자주 불안해했던 게 나한텐 너무 비극이야. 네 사색을 잠시 마주치는 것만으로도 크게 기뻐했다는 게, 잠시 내 것처럼 생각했다는 게 지금도 나한텐 너무 비극이야.
우린 너무 오래였어. 잠깐일 수도 있었는데 너무 오래였던 거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