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대라는 꽃을 두고

나를 사랑하지 않아도, 나를 싫어하지 않는 방법을

by 오혜원

일평생 내가 참 볼품없는 사람이라고 생각하며 살아왔다. 하지만 그럼에도 타인에게 사랑받고 싶어 했고 그럼에도 내가 원하는 만큼 사랑을 받지 못한다는 것에 대해 매우 많은 감정 소비하며 살아왔다. 참 신기하게도 누군가에게 바랐던 사랑을 받고 있을 때면 이런저런 생각들이 나를 막아섰다. 나는 과연 이만큼의 사랑을 받아도, 이만큼의 관심을 받아도 될 만큼의 마땅한 사람일까. 난 그냥 그저 그런 사람일 뿐인데, 나라는 사람에 비해 너무나도 많은 사랑을 받으며 살아가고 있는 것은 아닐까, 하고.

몇몇 사람들은 날 알고 있겠지만 대부분의 사람은 날 잘 모른다. 그런데도 나의 노력을 짓밟고 나를 알지 못하는 부분들을 함부로 넘는 사람들의 보며 적대심을 가지기에 십상이었다. 하지만 나도 누군가에게 그런 사람이었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갑자기 든다. 나도 누군가를 보며 보이는 모습 그대로 판단했을 때도 있었을 것이고 나도 넘어서는 안 되는 선을 넘어서는 무례한 사람으로 비추어졌을지도.


나도 모르는 나의 모습, 누군가에게는 무례한 사람으로 인식되었을 수도 있겠다는 생각.
이 글을 쓰며 지나온 나의 모습들을 떠올리며 반성한다. 앞으로의 나에게도, 내가 알지 못하는 모습을 비추며 살아왔을 나의 모습에도, 그런 나를 피하지 않고 계속 마주치며 살아가고 싶다.


우리가 지나온 날들이든, 내가 살아온 나의 모습이든 그게 언제나 완벽한 날은 없었다. 모두 알고 있겠지만 사람은 늘 완벽할 수는 없다. 실수를 할 수 있고 또 그 실수를 반복할 수도 있다. 어쩌면 우리는 세상에 대해 모르는 일이 많으니까, 나를 잘 알지 못하니까, 서툰 우리는 서툰 세상에서 이 모든 것이 처음이었으니까.


그럴 때면 그렇게 생각했다. 나를 다그치는 것보다, 나를 마주해 사과하고 다시 일어서자고. 나 자신이 나에게 부끄럽지 않기 위해. 또는 타인에게 비치는 나의 모습이 부끄럽지 않기 위해. 나는 후자보다 전자에 속하는 편이다. 누군가에게 비치는 나의 모습이 부끄럽게 보일지라도 아무렴 괜찮다. 그것은 그렇지 않은 ‘척’만 해도 사람들은 내가 하는 ‘척’을 믿을 테니까. 하지만 나는, 내가 보는 나는, 그렇지 않은 ‘척’을 하고 있다는 것을 아니까. 그건 나의 모습이 아닌 것을 아니까. 그것만으로도 나에게 미안해지고 나라는 사람을 마주하기에 부끄러워진다.

그렇기에 나는 내가 부끄럽지 않기 위해, 나 자신을 마주할 수 있게 되었을 때 내가 바라보는 내가 온전하기 위해, 다짐하고 또 다짐하려고 한다. 실수하는 것은 서툰 우리기에 어쩌면 당연한 일이지만 그 실수를 당연하게 생각하면 안 된다는 것을 알고 있어야 한다고. 그렇다고 그 실수에 대해 너무 연연하지도 않아야 하며 그 실수보다 더 나은 사람이 되기 위해 내가 나를 마주할 준비가 되어 있어야 한다고.


우선, 그러기 위해서는 많은 준비가 필요하다. 그런 나를 싫어하지 않는 것, 내가 나를 사랑할 수 있다는 것은 나를 싫어하는 것보다 더 어려운 일이라고 그렇게 생각했다. 모두 그렇게 말했다. 물론 이전의 나도 늘 그렇게 말해왔다. 앞으로의 삶을 살기 위해서든, 어떤 일을 이루기 위해서든 내가 나를 사랑할 줄 알아야 한다고. 하지만 난 나를 사랑하기가 무척 어려웠다. 이전의 나는 내가 무엇을 좋아하는지도 몰랐고 내가 무엇을 해야 즐거워하는지도 잘 몰랐기 때문이다. 그만큼 나는 나라는 사람에 대해 많은 관심과 사랑이 없었다.

나를 싫어하진 않았지만 그렇다고 더 사랑해주고 싶었던 것도 아니었다.


세상엔 자신을 사랑하기가, 좋아하기가 어려워서 결국 싫어하는 것을 선택하는 사람들이 많다. 나를 좋아하는 건 너무 어려우니까, 차라리 이것보다 나를 더 싫어하는 게 편할 거라고 생각한다. 물론 그 순간만큼은 오히려 더 편했을지도 모른다. 오히려 더 쉬운 선택이었을지도 모른다. 한때의 내가 나를 사랑하는 것이 어렵고 이 세상에 나라는 사람이 존재하는 것조차 싫었을 때 나는 차라리 나를 싫어하는 것이 더 낫다고 생각했었다. 그런데 시간이 지나고 지날수록 더 망가지는 나의 모습을 더 안쓰러워 보이는 나의 모습을 볼 수 있었다. 그때의 나는 그제야 다짐했다.

나를 좋아하는 건 너무 어려우니까, 지금 내가 할 수 있는 건 나를 싫어해보지 않는 거야. 나를 좋아하지 않아도 되니까, 지금 당장은 내가 나를 싫어하지 않는 거야.


할 수 없다면 할 수 있는 것을 선택해야 했다. 당장 이루지 못하는 일들이 너무나 수두룩 한데, 지금 당장 할 수 없는 것들을 두고서 어떻게 할 수 있겠냐 싶으면서. 그래서 나는 오직 나를 위해 여기까지 달려왔다. 너무나도 막막하고 순탄치 않았던 길이었다. 하지만 이제는 안다. 나를 사랑하지 않아도 나를 싫어하지 않는 방법을.


내겐 소중한 것들이 너무나도 많지만, 그중에서도 내가 가장 소중하다. 마음속에서는 아니라고 경고음을 낸다. 나도 그렇게 생각하는 것이 오히려 더 마음이 편하리라 생각하고 있다. 하지만 그것과는 다른 마음을 먹어야 한다. 마음속에서는 아니라고 해도 머릿속에서는 아니라고 모든 것을 막으려고 해도 그것과는 다른 선택을 해야 한다. 더 이상 내가 나를 갉아먹지 않으려면 말이다.


그러니 나는 내가 가장 소중하다. 내겐 소중한 것과 지켜야 할 것들이 너무나도 많지만, 그중에서도 내가 가장 소중하고 나를 가장 지켜내고 싶다.


꽃보다 아름다운 그대에게 이렇게 말한다. 자신이 뭘 선택했든 자책하지 말자. 여기까지 온 것만으로도 대단한 일이니까. 오늘도 살아내느라, 살아가느라 참 수고 많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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