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심으로 사랑하는 하지만 정말로 멍청한 친구에게

by 박요나


오늘도 악몽을 꾸다가 깨어났다. 매일 반복되는 괴로운 꿈. 깨어보니 벌써 여덟시 반이더라.

물 한컵 마시고 비 오는 창밖을 한참동안 멍하니 바라보고 있었어.

어제 벽에 붙은 운전면허학원 전단을 한쪽 떼어왔었는데, 역시나 그냥 쓰레기통으로 들어갈것 같다.

사람들은 웃으며 운전면허가 없는 날 미개인이라고 하고, 나는 웃으며 돈이 없어서 못따, 라고 대답하지.

넌 참 용감한 아이다.

스스로를 아무것도 잘 하는 게 없는 쓸모없는 존재라고 말하지만, 넌 분명 나보다 스무배쯤은 더 용감한 사람이다.

넌 보기싫은 사람에게 웃어 줄 줄도 알고, 버럭 화를 내버릴 것 같은 순간에 한번더 생각 해볼 줄 알고, 추운 날 문을 두드리는 피곤한 수도자에게 따뜻한 차를 내어주고, 달갑지 않은 대화에도 귀를 기울여 주기도 하지.

게다가 넌 운전도 하지 않니!


네가 소심하고 나약하다면 그건 네가 천상 여자로 태어났기 때문이고, 네가 늘 의견없이 우물쭈물한다면 그건 상대방을 더 배려하기 때문이지.

넌 네가 받은 상처만큼 그 사람은 상처를 받지 말았으면 하는 마음이 커다란 아주 좋은 사람이다.

가장 큰 용기는, 아니오. 싫어요.라고 팽팽한 눈빛으로 쏘아보는 것이 아니라, 괜찮아요.라고 웃으며 상대를 작게 만들어 버리는 넉넉한 마음일테니까.

너의 소중한 아이들은 네 몸을 빌려서 세상에 온 것이지 너의 능력으로 만들어진 것이 아님을 명심했으면 좋겠다.

생명의 주어짐과 거두어드림은 너와 나의 의지가 아니라는 걸 너도 잘 알고 있지 않니.

네가 네 작은 아이들에게 팔을 베어주고 괜찮아, 괜찮아. 라고 다독여 줄때, 네 곁엔 너와 똑같은 모습의 그 분이 널 감싸안고 계시는거야.

괜찮아. 괜찮아. 사랑하는 내딸. 이라고.

생각해보면 너와 나는 더 사랑받고 있는 사람들인지 모르겠다. 옛속담대로라면 우린 이쁜놈이라 매를 한대 더 맞고 있는 셈일테니까.

내 상처를 통해 너의 슬픔을 읽을 수 있고 네 상처 덕분에 나의 눈물을 이해할 수 있듯이, 우리는 상처가 더 많은 사람들을 안아줄 수 있는 그릇이 되어야 하나보다.

세상에 태어나 엄마가 될 수 있는 선택받은 축복을 누리는 너에게 나 역시 무한한 축복을 보낸다.

그만큼 두드려졌기에 넌 쉽게 깨어지지 않을 것이고, 그만큼 눈물 흘렸기에 넌 모자람없이 웃을 것이고, 그만큼 외로웠기에 넌 작은 사랑에도 감사하고 기뻐할 수 있는 훈훈한 마음을 가진거야.

진심으로 사랑하는 하지만 정말로 멍청한 친구야.

굶어죽지 않을것에 감사하고,

얼어죽지 않을 것에 감사하고,

내일 내가 눈을 감아도, 오늘 원없이 엄마 소리 들어보고 팔이 오센티쯤 늘어나고 무릎 관절이 삐그덕 거리고 똥기저귀 쉴새없이 갈아보았음에 감사하자.

우리가 너무도 익숙하게 생각하는 모든것이 누군가에겐 눈물나는 바램일 수도 있다는 것을 잊지 말아야겠지.

너는 여전히 나에게 좋은 친구이자 나의 어린 스승이다.

온 우주의 기운이 너를 위해 기도해 줄테니,

이젠 Let it Be.

괜찮아. 괜찮아. 다 괜찮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