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절이 비처럼 내리는 나라에서
옛 시인의 시를 읽는다.
꾸미는 말 마디마디가 아름다워
마음이 아파질 즈음에
제 키 만큼이나 훌쩍 높아져
천공을 이고 서 있는 하늘을 본다.
가을이 오면 사람들은 한밤중까지 소란스럽던
여름의 흥분을 멈추고 조용히 책을 집어 든다.
그리고 활기차게 쨍그랑 거리던 아이스커피 대신
향이 짙은 더치커피를 주문한다.
찻집 가득한 커피향이 탁자마다
동심원을 그리며 내려앉으면
떠나간 사람을 생각하며 우울감에 젖는다.
가을이 가져다주는 짙은 마호가니색 외로움.
그리움이 안개처럼 자욱한 거리를 보며
네 생각을 한다.
아주 작은 생각의 조각에도 매달려있는
사람의 흔적.
서투르게, 섣부르게, 놓아두었던
내 마음을 이제서야 가져간다.
텅 빈 자리에 텅 빈 계절을 내려두고
이제서야 너를 잊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