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포영화 매니아라면 꼭 봐야할 영화 다섯편
지그문트 트로이트의 ‘꿈의 해석’
심리학자 지그문트 프로이트(Sigmund Freud)는 꿈을 각성시의 의식세계로부터 단절된 '다른' 세계로 통하는 통로라고 말했다. 프로이트가 말하는 성격이론의 원칙으로는, 인간의 정신적 활동이 이전의 행동이나 사건에 의해 결정된다는 ‘정신적 결정론’과 인간행동은 무의식에 의해 유발된다는 ‘무의식의 중요성’ 그리고 인간이 원초적으로 가지고 있는 생물학적인 본능인 ‘리비도(Libido)’ 세가지가 있다. 프로이트의 해석에 의하자면 꿈이란 바로 유아기의 리비도적 욕망으로 되돌아오는 세계인 것이다.
인간은 태어나서 처음으로 엄마의 젖을 먹음으로써 욕망을 해소하는 ‘구강기’와 점차 스스로 배변을 하는 ‘항문기’, 자신의 성기에 대해 관심을 갖는 ‘남근기’, 친구들에게 더 흥미를 갖는 ‘잠복기’를 거쳐 이성에 대한 관심이 강해지는 ‘생식기’의 다섯 가지 단계를 거치면서 성장을 하게 된다. 이때 사람들은 부모와의 관계형성에 따라 자기만족만을 추구하는 유아적인 원초아(id)에서, 현실에 맞춰 이성적으로 사고하는 자아(Ego)와, 사회의 가치와 도덕이 내면화된 양심, 즉 초자아(Superego)로 심리적인 발달을 하게 된다.
그런데 이 애착관계가 잘못 형성이 되는 사람은 원초아가 자아와 초자아의 상태로 나아가는 발달과정에 이상이 생기게 된다.알프레드 히치콕 감독의 영화 ‘사이코’의 살인마 ‘노먼 베이츠’가 바로 대표적인 오이디푸스 콤플렉스(Oedipus Complex)의 상징이다.
1. 판타지 슬래셔 무비의 제왕 ‘나이트메어’
영화 ‘나이트메어’를 만든 웨스 크레이븐(Wes Craven) 감독은 1970년대 LA타임스에 실렸던 캄보디아 내전 희생자들에 대한 신문기사를 보면서 내전을 피해 미국으로 건너간 많은 캄보디아 난민들이 1년이 넘도록 악몽에 시달리다가 결국 사망했다는 사실을 접했다.
사망한 사람들은 악몽이 너무나 두려운 나머지 잠을 자지 않으려고 며칠 동안을 뜬눈으로 버티다가 수면제를 복용한 뒤에야 겨우 잠을 잘 수 있었지만, 결국 깨어나지 못하고 사망하고 말았다는 것이다. 웨스 크레이븐은 이 신문기사에 착안하여 ‘꿈속을 배회하는 연쇄살인마 이야기’를 떠올렸다.
이야기의 줄거리는 ‘미국의 교외에 자리한 스프링우드 마을에서 아이들을 납치하여 살해한 흉악한 살인범이 정신이상으로 풀려난 것에 분노한 마을 사람들은 그를 보일러실에 가두고 불에 태워 죽였다. 몇 년 후 살인마를 화형 시킨 사람들의 아이들이 악몽에 시달리다가 끔찍하게 살해되기 시작했다. 아이들은 잠이 들면 온 몸에 화상을 입은 살인마가 나타나서 자신을 죽이려 한다고 고백하면서 잠들지 않기 위해 필사의 노력을 하다가 한 명씩 희생된다’는 내용이었다.
영화는 2백만 달러도 안 되는 제작비로 조니 뎁(Johnny Depp)을 비롯한 어린 무명의 영화배우들을 기용하여 32일 만에 완성되었다. 1984년 개봉된 호러 영화 ‘나이트메어(A Nightmare On Elm Street)’는 ‘판타지 슬래셔 무비(Fantasy Slasher Moive)’라는 새로운 영역을 개척한 기념비적인 작품으로 격찬을 받았다.
무엇보다 영화 나이트메어는 누구나 경험하는 악몽이라는 흔한 소재를 오컬트 무비(Occultism Movie: 신비주의, 초자연주의라는 의미로 악마가 주로 등장한다.)나 엑소시즘(Exorcism)이 아닌, 꿈속의 살인마와 실제의 살해라는 사실적인 메소드로 접근하였다.
이러한 시도는 영화를 보는 관객들에게 ‘입면시 환각(入眠時幻覺)’이나 ‘직관상 체험(直觀像體驗)’같은 불편한 데자뷰를 경험하게 함으로써 꿈속에서 자신이 살해당하는 것 같은 극심한 불안과 공포감을 안겨주었던 것이다.
2. 슬레셔 무비의 교과서 ‘13일의 금요일’
나이트메어의 살인마 프레디의 경우와 반대로 아이를 잃은 어머니가 그 복수심으로 사람들을 죽여 나가는 영화가 있다. 숀 S. 커닝엄(Sean S. Cunningham) 감독이 존 카펜터(John Carpenter) 감독의 고전 호러물 ‘할로윈(Holloween)’(1978)의 대를 잇는 슬래셔 무비를 만든 것이 바로 호러 영화의 법칙과 역사를 다시 쓴 ‘13일의 금요일(Friday The 13th)’(1980)이다.‘13일의 금요일’에서 살인범은 자신의 아들이 익사한 캠프장에 놀러 온 틴에이저들을 무차별로 살해한다.
슬래셔 무비(Slasher Moive)는 ‘베다, 자르다’라는 뜻을 가진 공포영화의 한 장르로, 주로 이상성격의 사이코나 미치광이 살인마가 사람들을 무차별적으로 죽이는 영화를 말한다. 슬래셔 무비의 기원은 알프레드 히치콕j(Alfred Hitchcock) 감독의 ‘사이코(Psycho)’(1960)에서 칼로 여성을 난자하는 장면에서 찾을 수 있다.
‘13일의 금요일’은 현대 슬래셔 필름의 기본 문법을 이룬 세 가지 법칙을 만든 것으로 유명하다.
첫 번째 법칙은 학살극의 근원이 되는 살인마가 사전에 존재해야 한다.
두 번째 법칙은 영화 속 주인공들은 십대이다.
세 번째 법칙은 여주인공이 혼자 살아남는다는 것이다.
착한 여주인공이 결국 살인마를 해치우고 끝까지 살아남는다는 이 ‘굿 걸(Good Girl)’ 관습은 지금까지도 호러 영화의 정석처럼 이어져 내려오고 있으며, 기타 법칙(혼자 있으면 죽는다. 섹스를 하면 죽는다. 호기심이 많으면 죽는다. 밖으로 나가면 죽는다. 등)들을 양산하며 많은 공포물과 코미디물에 패러디가 되기도 했다.
3. 철벅, 철벅, 스플레터 무비 ‘이블 데드’
스플래터(Splatter)라는 말은 ‘절벅 절벅 소리를 내다’ 또는 ‘물이나 흙탕물을 튀기다’라는 뜻으로, 질퍽할 정도로 선혈이 낭자하고 살점이 너덜너덜하고 창자가 쏟아지는 고어(Gore: 피범벅) 영화 종류를 말한다. 이 뜻은 1981년 미국의 영화학자 존 매카시(John McCarthy)가 저서 ‘스플래터 영화: 마지막 금기(Splatter Movies: The Last Taboo. 1981)’에서 사용한 것이 시초였다.
샘 레이미(Sam Raimi) 감독의 천재성이 고스란히 담겨있는 스플레터 무비의 걸작 ‘이블 데드(Evil Dead)’는 80년대에 유행하던 슬래셔 무비에 이탈리안 오컬트와 고어 무비를 더한 호러무비이다.
여행을 떠난 5명의 친구는 낡은 집 지하실에서 '죽은 자의 책'을 발견하고 이상한 주문소리와 함께 한명씩 괴물로 변해간다. 총을 쏘아도 죽지 않고 살아나는 친구들과 피를 뒤집어 쓴 채 사지 절단의 결투를 벌인 주인공은 결국 죽은 자의 책을 난로에 집어넣어 태워버린다.
‘이블 데드’는 카메라의 시점으로 주인공을 바라보는 촬영 기법을 사용하여, 마치 악마가 계속 따라다니는 듯이 보이지 않는 존재에 대한 공포심을 극도로 이끌어내는 실험적 아이디어로 흥행과 평단의 극찬을 받았으며 칸영화제에서도 호평을 받았다.
4. 피범벅의 진수, ‘데드 얼라이브’
반지의 제왕을 만든 호주의 명감독 피터 잭슨(Peter Jackson)의 ‘데드 얼라이브(Dead Alive)’(1992)는 좀비 스플레터 무비의 전설적인 작품이다.
데드 얼라이브는 1957년을 배경으로, 오이디푸스 콤플렉스가 있는 남자 주인공이 동물원에 놀러갔다가 뒤를 따라 온 어머니가 야생 원숭이에게 물리면서 좀비가 되어버리고, 뒤이어 마을의 모든 사람들이 좀비로 변해 버리면서 남자 주인공이 잔디 깎기와 기상천외한 무기들로 좀비들을 해치우는 장면들에서 화면가득 낭자한 피범벅과 잘려나가는 팔다리들이 무섭다 못해 황당하기까지한 스플레터 무비의 유혈낭자 코믹극을 대표적으로 보여준다.
‘데드 얼라이브’는 1993년 어볼릭아트 국제 판타스틱 영화제에서 그랑프리를 수상했으며, 영화사상 가장 많은 양의 인공피를 사용한 영화로도 유명하다.
5. 살아있는 좀비들의 밤 ‘살아있는 시체들의 밤’
조지 로메로(George A. Romero) 감독의 1968년 작품 ‘살아있는 시체들의 밤(Night Of The Living Dead)’은 저속하고 수준 낮은 영화로 인식되던 호러물을 단숨에 인기 있는 장르로 대중화 시키며 ‘좀비 영화’라는 하위 장르를 탄생시켰다.
‘좀비(Zombie)’라는 단어는 아이티 섬의 부두교 의식에서 유래한 ‘마스터에게 복종하는 의식 없는 노예’를 뜻하는 단어로, 조지 로메로 감독은 영화에서 좀비라는 말을 쓰지 않고 ‘식인귀(Ghoul)’라고 부른다. 하지만 영화를 본 사람들의 입에서 입으로 좀비라는 말이 전해지며, ‘살아있는 시체들의 밤’은 ‘좀비 영화’의 살아있는 교과서로 불리게 되었다.
탈출구 없는 공간, 소우주(Microcosmos)에 갇힌 인간군상들이 공포에 질린 나머지 표출해내는 분노와 자아상실은 당시 미국을 지배하고 있던 반정부주의와 인종문제 그리고 가족의 와해와 개인주의적 이기심을 낱낱이 보여주며, 완벽한 호러영화는 완벽한 예술작품이라는 것을 증명해 보였다.
좀비와 네티즌의 공통점은,
온라인(밤)에는 과감한 악플을 서슴지 않다가 실제 생활(낮)에는 겁이 많아진다.
햇빛을 못 봐서 혈색이 나쁘다.
스트레스로 축 쳐져있다.
시키는 일만 한다.
진화해도 어차피 좀비이다.
좀비처럼 서로 옆 사람을 알아보지도 못하고 고개를 떨군채 내 발밑만 쳐다보고 걷던 오늘하루. 혈액 돋는 공포영화 한편으로 내 안의 혈소판을 용솟음치게 해 보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