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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박요나 Aug 11. 2018

영화 신과 함께를 통해 본 저승세계

지옥을 여행하는 사람들을 위한 안내서


 인간의 삶에 있어서 시간이란 엄격한 불변의 법칙이다. 한 해의 365일이 지나면 새로운 1일이 시작되며, 봄, 여름, 가을을 지나면 겨울이 온다. 그리고 다시 봄이 올 때까지 나무는 잎을 감추고 태양은 타는 빛을 거두어들인다. 작은 풀잎이나 거대한 심연의 동물이나 살아있는 모든 것은 결국 죽는다. 이것은 대자연의 원칙이다. 위대한 명사도 지엄한 권력가도 결국 마주하는 죽음 앞에서는 모든 것을 내려놓고 무(無)로 돌아간다.

 “죽음이 두려운 것이 아니라, 그 과정이 두려운 것이다.”라고 어느 영화에서 말했지만, 인간이 가장 두려워하는 것은 사실 죽음 그 뒤에 있을 아무도 알지 못하는 세계일 것이다. 그래서 사람들은 끊임없이 신을 믿는다. 불사(不死)와 내세(來世)를 바라며 반드시 다가올 죽음을 저마다의 방법으로 대비하며 예상하고 근심한다.


최근 흥행가도를 달리고 있는 영화 ‘신과 함께 1, 2부(김용화 감독)에서는 죽은 사람이 49일 동안 저승에서 심판받는 과정과 상상속의 지옥의 모습을 흥미롭게 보여주며 큰 인기를 얻고 있다.

영화 속에서 주인공은 도산(刀山)지옥, 화탕(火湯)지옥, 한빙(寒氷)지옥, 검수(劍樹)지옥, 발설(拔舌)지옥, 독사(毒蛇)지옥, 거해(鉅解)지옥을 두루 거치며 환생의 길에 이른다. 망자(亡者)라면 누구나 거쳐야 하는 곳, 저승과 지옥에 대한 믿음은 언제부터 시작된 것일까. 한번 떠나면 아무도 돌아오지 못하는 그 망자의 길을 함께 여행해 보자.


고대로부터 유래된 지옥사상
 
지옥(地獄)이란 한자어는 인도어 ‘나라카(Naraka)’를 의역(意譯)한 것이며, ‘나라카’는 나락가(捺落迦, 那落迦)로 번역되기도 하고, 또는 불락(不樂), 가염(可厭), 고구(苦具) 등 뜻에 따라 번역되기도 한다. 그래서 갑작스런 충격으로 절망에 빠질 때 흔히 ‘나락으로 떨어진 것 같다.’고 표현한다.

지옥이란 말은 불교가 들어오기 전까지는 쓰이지 않았으며 대신 황천(黃泉)이라는 고유한 말이 널리 쓰였다. 황천이란 개념은 황하(黃河)의 황토층(黃土層)에서 비롯된 것으로 죽은 사람들이 가는 어두컴컴하고 쓸쓸한 곳을 의미한다.


기원전 3000년경부터 문명의 발상지인 티그리스강과 유프라테스강 유역에서 번영을 누렸던 수메르족은 ‘구루(Guru)’ 즉 ‘돌아오는 일이 없는 나라’가 있다고 믿었다. 명부(冥府) 구루는 땅 밑에 있는 어둡고 비참한 나라로서 바빌로니아와 앗시리아의 셈족이 예로부터 숭상하던 지옥신앙의 표상(表象)으로, 그리스인이 믿던 지옥 하데스(Hades)도 이 셈족의 신앙에서 영향을 받아 이루어진 것으로 알려져 있다.


카톨릭 신앙의 저승세계 ‘단테의 신곡’


개신교인 기독교에서는 죽음 뒤의 세상을 천국과 지옥으로 나눈다. 주님을 믿고 선한 일을 행하여 구원을 받은 사람은 천국에서 영생을 누리게 되고, 심판의 날에 구원을 받지 못한 사람은 지옥에 떨어져 무한의 고통을 받는다.
카톨릭의 영향을 받은 단테(Alighieri Dante, 1265~1321)의 ‘신곡’에서 저승은 천국과 연옥 그리고 지옥의 세 가지로 나누어진다.

‘지옥’편은 예루살렘의 지하에서 땅의 심장에 이르는 동굴이 아홉 둘레로 나뉘어 큰 강, 삼림, 황무지, 절벽, 성곽, 폐허 그리고 여러 갱과 구덩이로 이루어져 있다.

색욕, 탐식, 탐욕, 방종, 수욕, 계간, 고리대금, 성직매매, 거짓 예언자, 매관매직, 위선, 절도, 거짓, 분쟁, 사기, 위조, 배반자들이 자신들의 행동에 대한 대가를 치른다.


‘연옥’편에서는 남반구 큰 바다의 고도 한가운데 높이 솟아 있는 암석 봉우리 일곱 개가 나온다. 각 봉우리에는 죄를 씻고 정결함을 구하고자 하는 사람들이 오만, 질투, 나태, 탐욕, 애욕을 정화하며 정진하여 자유롭고 티 없는 깨끗함을 구하고자 한다.


‘천국’편은 월천, 수성천, 금성천, 태양천, 화성천, 목성천, 토성천의 일곱 하늘과 항성천, 원동천으로 이루어져 있다. 천국의 끝은 대광명천으로 신의 축복의 비밀을 간직하며, 일곱 하늘에는 선행, 순애, 영명, 성애, 신려, 용기, 정의 등으로 구분된 거룩한 사람들의 환희와 예찬으로 가득 차 있다.


단테의 ‘신곡’은 연옥과 천국편의 밝고 긍정적인 내용으로 인해 원래는 ‘희극(Commedia)’이었으나, 이탈리아의 소설가 조반니 보카치오(Giovanni Boccaccio, 1313년 ~ 1375년)가 쓴 ‘단테의 생애’에서 'Divina(성스러운)'이라는 감탄사를 붙이면서, 이후 1555년 로도비코 돌체(Lodovico Dolce)라는 출판업자가 ‘신곡(La Divina Commedia)’이라는 제목으로 책을 출판했다.
 
동양인들과 가장 친숙한 불교의 지옥
 
불교의 우주관은 흔히 사성육범(四聖六凡)이라 하는 십계(十界)로 구성되어있다. 사성은 불(佛), 보살(菩薩), 성문(聲聞), 연각(緣覺)으로 깨달음의 경지를 나타낸다. 육범은 천상, 인간, 아수라, 축생, 아귀, 지옥을 일컫는데, 깨닫지 못한 자들은 이 여섯 세계를 한없이 윤회한다. 이것이 곧 ‘육도윤회설(六道輪回說)’이다.

불교에는 우주의 모든 방위에 부처가 상주하고 있는 정토(極樂)가 있는데, 아미타불의 서방극락정토와 미륵정토의 정토(=극락) 관념은 극락(천당)과 지옥의 사상을 완성시켰다.

불교의 지옥사상은 인도 고대의 바라문교(婆羅門敎, Brahmanism)에서 비롯되었다. 인도 대륙을 정복한 아리아(Arya)인들에 의해 시작된 바라문교는 기원전 1500년경 카스트(Caste) 제도가 확립됨에 따라 브라만(Brāhmana, 婆羅門) 계급을 중심으로 만들어진 종교이다.

이것은 고대의 베다(Veda: 고대 인도의 종교 지식과 제례규정을 담고 있는 문헌. 브라만교의 성전(聖典)을 총칭하는 말로도 쓰인다)를 계승하여 발달한 인도의 정통 철학사상과 신관(神觀), 제례(祭禮) 등을 모두 포괄하는 것으로, 바라문교가 인도 원주민의 종교와 신앙과 결부되면서 만들어진 것이 힌두교이다.


인도의 불교가 중국으로 전래되면서 불교의 사상 및 지옥 관념도 중국 문화에 의해 변형되었다. 원래 ‘염라대왕’은 범어 야마(Yama)에서 유래한 말이다. 힌두교의 성전 베다에 나오는 야마는 이 세상에 태어난 인간 가운데 제일 먼저 죽은 자로 그 덕택에 천국을 맨 처음 발견해서 그곳의 왕이 되었다고 한다.
야마왕(夜摩王)이 불교에 들어와서 지옥을 다스리는 왕이 되면서 이름도 염마왕(閻魔王)이라 불리게 되었고, 또 이 염마왕이 중국에 들어와서는 도교적 영향을 받아서 십왕(十王) 가운데 한 존재로 나타나게 되었다. 이후 '불설예수시왕생칠경(佛說預修十王生七經: 생전에 사후왕생(死後往生)을 기원하는 불사(佛事)를 미리 행함으로써 죽은 후에 시왕의 심판을 받아 지옥에 떨어지는 것을 면할 수 있다는 공덕을 설한 경전)'에서는 내세 구원적 신앙의 대표적 존재가 되었다.


십왕신앙(十王信仰)


중국불교의 지옥신앙 가운데 대표적인 십왕신앙(十王信仰)은 '불설예수시왕생칠경'에 나오는 저승을 관장하는 열 명의 신이다.

사람이 죽은 뒤에는 7번의 7일(49일)과 백일, 1주년(小祥), 3주년(大祥) 등 모두 10회에 걸쳐 10왕들에게 심판을 받고 그 결과에 따라 육도(천상, 인간, 아수라, 축생, 아귀, 지옥) 가운데 한 곳에 다시 태어난다고 한다.


제1 1일 진광대왕(秦廣大王)―도산(刀山) 지옥 : 부동여래(不動如來)

제2 7일 초강대왕(初江大王)―화탕(火湯) 지옥 : 석가여래(釋迦如來)

제3 7일 송제대왕(宋帝大王―한빙(寒氷) 지옥 : 문수보살(文殊菩薩)

제4 7일 오관대왕(五官大왕)―검수(劍樹) 지옥 : 보현보살(普賢菩薩)

제5 7일 염라대왕(閻羅大王―발설(拔舌) 지옥) : 지장보살(地藏菩薩)

제6 7일 변성대왕(變成大王)―독사(毒蛇) 지옥 : 미륵보살(彌勒菩薩)

제7 7일 태산대왕(泰山大王)―거해(鉅解) 지옥 : 약사여래(藥師如來)

제8 100일 평등대왕(平等大王)―철상(鐵床) 지옥 : 관음보살(觀音菩薩)

제9 1주년 (小祥) 도시대왕(都市大王)―풍도(風塗) 지옥 : 세지보살(勢至菩薩)

제10 3주년 (大祥) 오도전륜대왕(五道轉輪大王)―흑암(黑闇) 지옥 : 아미타여래(阿彌陀如來)


육도윤회 중에 아귀로도 환생하지 못한 자는 결국 8대 지옥으로 떨어지게 된다.
 
등활(等活)지옥

살생을 많이 한 자가 떨어지는 지옥. 똥오줌에 빠져 우글거리는 벌레가 몸 속으로 파고들어 살을 파먹는다. 또 칼숲(劍林)이 있어 온몸의 살을 찌르거나 베어낸다. 이때 온몸의 살이 다 없어지면 찬바람이 불어 와서 다시 살과 거죽이 되살아난다.


흑승(黑繩)지옥

살생과 도둑질을 한 자는 흑승지옥의 등환처(等喚處)에 떨어진다. 타오르는 불꽃과 뜨거운 검은 새끼줄(黑繩)로 온몸을 묶고, 날카로운 칼이 풀처럼 돋아 있는 뜨거운 땅으로 떨어져 온몸이 갈갈이 찢어진다.


중합(衆合)지옥

살생과 도둑질과 음행을 저지른 자가 떨어진다. 불에 벌겋게 달은 뜨거운 철구와 붉은 구리가 녹은 뜨거운 강물 속을 한없이 떠돌아야한다.


규환(叫喚)지옥

살생과 도둑질과 음행을 저질렀거나 술을 먹고 나쁜 짓을 행한 자가 떨어지는 곳이다. 철퇴로 입을 찢기고 뜨겁게 불타는 구리물을 마셔야 하며 쇠솥에 거구로 매달려 끓는 불로 찌는 등 온갖 고통을 받아야 한다. 참기 어려운 고통 때문에 울부짖으므로 규환지옥이라 한다.


대규환(大叫喚)지옥

살생과 도둑질과 음행을 저질렀거나 술을 마시고 나쁜 짓을 했거나 거짓말을 하고도 만족해하면 이곳에 떨어진다. 고통이 너무나 가혹해서 참기 어려워 모두 다 크게 울부짖기 때문에 대규환지옥이라 한다.


초열(焦熱)지옥

살생, 도둑, 음행, 거짓말과 음주를 거듭하면서 헤어나지 못하면 초열지옥에 떨어진다. 뜨거운 불길로 죄인을 태우고 구워 거죽과 살이 익어 터진다.


대초열(大焦熱)지옥

살생, 도둑, 음행, 음주, 거짓말을 거듭하고, 거기에다 강간을 한 자는 이 지옥에 떨어진다. 죄인을 잡아다 쇠꼬챙이에 꿰어 사나운 불길 속에 넣어 몸을 태우고 굽는다. 끔찍한 고통이 몰아치지만 남은 죄가 다하지 않았으므로 죽지도 않는다.


무간(無間. 阿鼻:아비)지옥

팔대 지옥 가운데 가장 크며 또 겪는 고통도 가장 심해 지옥 가운데 지옥이라 한다. 이 지옥에 떨어지는 자는 부모를 죽였거나, 부처의 몸에서 피를 흘리게 하거나, 승가의 화합을 깨뜨리고 수행자를 죽인 자들이다. 무간지옥에는 필바라침(必波羅鍼)이라고 하는 악풍(惡風)이 부는데, 뜨거운 불꽃이 휘날리면서 온몸을 태워 살과 거죽이 익어 터진다. 그 고통을 받는 사이사이마다 염라대왕의 꾸짖음을 받아야 한다. 그래서 사람들이 무섭고 놀라 까무러치는 것을 ‘아비규환’이라 한다.
 
이처럼 불교라는 종교의 기준에서 보았을 때 인간이라는 생명체는 끊임없이 업(業)을 짓고, 그 과보(果報)로 생사의 굴레에서 헤어나지 못해 육도의 이곳저곳에서 태어나고 또 멸하는 윤회를 반복한다. 그 점에서 보면 지옥이나 천당도 업에 따른 생사를 연결하는 고리의 한 부분에 지나지 않으며, 인간의 일생이란 억겁의 세월 속에 잠시 머물다 가는 한 철 허물이라 하겠다.

인간은 자신이 알지 못하는 것을 가장 두려워하며 자신과 다른 것을 용납하지 못한다. 그래서 인간은 스스로 수많은 신들과 지옥을 만들어냈다. 고대로부터 현재까지 헤아릴수 없는 시간을 지나왔지만 여전히 인간들은 죽음에 대한 두려움을 버리지 못하고 있다.

오늘도 사람들은 삶을 누리는 이 순간이 영원히 지속되기를 바라는 헛된 염원을 꿈꾸며, 내 앞에서 죽음의 시계가 멈추지 않기를 신이라 이름붙인 그들에게 끊임없이 기도할 것이다.


신과함께 인과 연 한줄평:

쌍둥이도 형보다 못한 아우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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