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박요나 Sep 14. 2018

발달장애 아들이 있는 친구를 위하여

느린것은 틀린게 아니다

당신과 나의 걸음걸이에 맞는 인생은 다르다
 
시작과 도전이라는 것은 언제나 불안과 두려움이라는 명제를 동반한다. 인간은 미래를 알 수 없는 한계가 있기에, 결과만을 예상하고 출발했다하더라도 그 과정은 늘 어렵고 힘든 숙제의 나열들이다. 같은 지점을 향하는 사람들도 각기 다른 방법으로 저마다의 길을 간다.


어떤 이는 느리게, 어떤 이는 빠르게, 어떤 이는 편하고 쉬운 길을 찾아 굼뜨게 움직이고, 어떤 이는 힘든 것도 마다하지 않고 최단시간에 목표에 도달하기 위해 앞만 보며 전진한다.

완성이라는 목표점에 도달하기 위해 노력하는 사람들을 보고 우리는 누구의 방식이 맞고 누구는 틀렸다고 말하지 못한다. 각자 사람들에게는 자기만의 성향이 있고 방식이 있기 때문이다.


인생이라는 거대한 미로의 출구를 찾는 사람들은 모두 아주 작은 점사이의 찰나에 서 있다. 점에서 점으로 옮겨가는 순간을 사람들은 ‘시간’이라고 부른다. 이 무수한 시간들을 좀 더 효율적으로 사용하기 위해 인간은 불을 사용하고 전기를 만들어내고 자동차를 발명했으며 눈에 보이지 않는 무선 통신망을 이용해 수많은 전자 기기들을 사용할 수 있는 세상을 만들었다.


이처럼 완벽한 모든 것을 갖추고 있는 것처럼 보이는 세상을 만들었지만 인간들은 여전히 시간의 강박관념에 사로잡혀 있다. 좀 더 빨리, 좀 더 많이, 좀 더 새로운 것을 찾아 인류는 시간을 미립자 단위로 나누어 쓰며 아직 도착하지 못한 정상을 찾아 길을 헤매고 있다.


문자를 전송하고 재빨리 답이 오지 않으면 사람들은 조바심을 느낀다. 실시간으로 전해지는 뉴스마다 순식간에 댓글들이 달리고 그 댓글에 또 다시 댓글을 달면서 통쾌함을 느낀다. 무수히 쏟아지는 인터넷 정보들을 구분하는 것은 나와 생각이 같은가, 다른가에 따라 결정된다. 내가 공감하는 것에는 무조건적인 ‘좋아요’를 누르지만, 다른 생각을 가진 사람에게는 혐오감을 표출한다.


그럴 수도 있겠지, 라고 한 번 더 생각해보는 미덕을 가질 시간이 없기 때문에 나와 다른 것은 곧 나쁜 것이 되어버린다. 누군가와 생각을 나누고 감정을 교류하는 것에 미숙한 모바일 미숙아들은 그렇게 다름을 단절한다. 그들에게는 삭제(Delete)라는 가장 크고 빠른 무기가 언제나 준비되어 있다.

놀이도 교육이 되어야하는 어른들
 
눈이 팽팽 돌 정도로 빠른 속도로 살아가는 어른들은 아이들 역시 자기들의 기준에 맞추어 교육하고 훈육시키려고 한다. 아이들은 더 빨리 글자를 배워야하고 더 빨리 K-Pop을 따라 불러야 하고 더 빨리 레고 조립을 맞춰야 한다. 항상 정해놓은 정답을 향해 어른들은 아이들의 손을 잡고 달려간다. 틀리는 것은 낙오자이고 느린 것은 루저이다.


넘어지면 일어나서 다시 뛰기를 가르치는 것이 아니라, 아예 넘어지지 않기를 바라는 어른들 속에서 아이들은 실패를 두려워하는 사람으로 자란다. 천천히 걸으면서 바라보는 세상이 얼마나 다채로운 아름다움을 담고 있는지 오직 앞만 보며 달려온 사람은 느낄 수가 없다. 실패를 두려워하는 사람들에게 느림이란 패배를 뜻하기 때문이다.


느리다는 것은 틀린 것이 아니다

내가 듣고 상상했던 예술의 감성과 다른 사람이 듣고 느낀 심상은 너무나도 다르고 또한 타인의 생각은 무궁무진하다는 것을 우리는 받아들여야 한다.

옆 사람의 이야기와 다른이들의 삶들을 어리석다는 한마디로 선을 긋고, 중독처럼 모바일과 시간에 쫓기는 삶 속에 자신을 가둬버리는 것 역시 ‘사회적 자폐(自閉)’이다.

내 주변 몇몇 사람들은 발달장애를 앓고 있는 아이에게 ‘엄마, 아빠’라는 한마디를 듣기 위해 하루를 보내고 한달을 보내고 있다.


느리다는 이유로 작은 아이들이 병자로 치부받지 않는 세상, 한 번 더 생각하고 소통하기 위해 노력을 하는 조심스러운 사람들이 이상하게 보이지 않는 세상, 다르다는 것이 언쟁이 아니라 인정이 되는 그런 세상이 되기를 진심으로 소망한다.
 























느리다고해서 틀린것이 아니다




글: 박요나

매거진의 이전글 영화 신과 함께를 통해 본 저승세계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