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박요나 Sep 26. 2018

미드나잇인 파리

파리에서 당신이 사랑에 빠질 확률

 창을 열면 얇게 비치는 커튼 사이로 불어오는 바람이 가을을 알리는 때가 오면, 사람들은 커피 한잔을 손에 들고 퐁피두 분수 광장의 노천카페에 앉아 사라 맥켄지(Sarah McKenzie)의 ‘Paris In The Rain’을 듣는 꿈을 꾼다.
지긋지긋한 사무실 책상의 컴퓨터를 꺼버리고  책 한권 옆에 끼고 훌훌 떠나고 싶은 사람들에게 유럽여행이란 일생의 대로망이라고 할 수 있다.

유럽 여러나라 중에서도 프랑스는 정치, 경제, 교통, 예술, 문화의 중심지일 뿐만 아니라, 꽃과 빛의 도시이자 명품들의 도시인 파리가 있기에 낭만을 꿈꾸는 여행객들에게는 가고 싶은 곳 제 1순위로 꼽히는 곳이다. 쇼핑의 천국이라는 명칭답게 파리에는 수많은 쇼핑 거리와 명품매장들이 있다.

전 세계 명품의 절반을 차지한다고 하는 프랑스의 명품 산업은 80여 개에 달하는 명품 업체들의 연합회인 코미테 콜베르(Comité Colbert)에 의해 운영되고 있다. 개선문을 따라 이어진 샹젤리제 거리에는 세계적인 명품 브랜드부터 슈퍼마켓, 생활용품까지 다양한 상점들이 길을 따라 자리해 있다. 주말에 열리는 벼룩시장은 앤티크 소품과 빈티지 의류 등을 저렴하게 구입할 수 있어 관광객뿐 아니라 프랑스 현지인들도 많이 찾고 있다.
  

 파리가 가장 아름답게 보이는 영화 [미드나잇 인 파리]
  
파리를 가장 아름답게 표현한 영화중 한 편인[미드나잇 인 파리(우디 앨런 감독. 2011)]에는  시처럼 흐르는 시드니 베쳇(Sidney Bechet)의 ‘Si Tu Vois Ma Mere’ 연주와 함께 파리의 골목들, 노천카페, 세느강변의 수양버들, 비 내리는 파리의 거리, 반짝이는 밤의 에펠탑이 사진 속 풍경처럼 아름답게 스쳐가는 것을 볼 수 있다.
파리 여행을 왔던 주인공 ‘길’은 약혼녀와 다투고 혼자 파리의 밤거리를 걷다가 마법의 시간 여행 속으로 들어간다. 자신이 가장 동경하던 1920년의 파리에 도착한 길은 어네스트 헤밍웨이(Ernest Miller Hemingway), 파블로 피카소(Pablo Picasso), 살바도르 달리(Salvador Dali)들과 친구가 되고, 그들의 뮤즈였던 매혹적인 여성 아드리아나와 사랑에 빠진다.

길과 아드리아나가 만날 때마다 흘러나오는 루시엔느 브와이에(Lucienne Boyer)의‘Parlez-Moi D’amour’는 사랑에 빠진 파리의 밤을 더욱 로맨틱하게 보이게 해주었다. 길은 19세기를 동경하며 그곳에 머물고 싶어 하는 아드리아나에게 이렇게 말한다.
 “여기에 머물면 여기가 현재가 되겠지요. 그럼 또 다른 시대를 동경하게 될 거에요. 현재란 그런거에요. 늘 불만스럽죠. 삶이란 원래 그런거니까요.”

1920년의 파리는 누구나 사랑에 빠지는 ‘날마다 축제인 도시’이고 세상에서 가장 빛나는 곳이었다. 하지만 길이 아드리아나에게 했던 말처럼, 과거와 미래에서 찾으려 하는 사랑이란 현실에서 감당해야하는 팍팍하고 무거운 것들을 잠시 밀어내기 위해 빠져들었던 환상일 뿐이었을 것이다.
  

나의 오늘은 당신들의 내일보다 아름답다
  
홍상수 감독의 영화 [누구의 딸도 아닌 해원(2013)]에서 주인공 해원은 제인 버킨에게 “당신 딸(샤를로뜨 갱스부르)처럼 늙을 수 있다면 소원이 없겠어요.”라고 말한다. 샤를로뜨 갱스부르는 [밤의 해변에서 혼자(2017)]로 베를린국제영화제 여우주연상을 수상한 배우 김민희의 롤모델이었다고 한다.

샤를로뜨 갱스부루


많은 사람들은 항상 나에게 없는 것을 갖고 싶어 하고, 내가 아닌 누군가를 동경하고, 여기가 아닌 낯선 곳으로 떠나고 싶어 한다.

그렇게 무엇인가를 찾아 떠나온 사람들에게 파리는 사랑하기에 가장 적당한 곳이다. 파리의 골목길을 따라 흐르는 물줄기와 강변에 흐드러진 꽃들과 벼룩시장의 오래된 레코드판에서 들려오는 음악을 들으며 사람들은 마지막 정착할 곳을 찾는 유목민처럼 자신만의 황금시대와 새롭게 설레는 사랑을 좇는다.
하지만 때로는 어떤 사람과 때로는 명품 가방과 때로는 자신이 걷고 있는 풍경이 익숙해져 버리고 나면 사람들은 자신이 그렇게 갖고 싶어 했던 그래서 아프게 했던 누군가를 채 잊기도 전에 모든 것들로부터 또 다시 떠나고 싶어 한다. 사람들에게 현재란 늘 불만스러운 것이다. 삶이란 원래 그런 것이니까.

커튼 틈새로 불어오는 바람에 실려 온 머나먼 이국의 향기가 느껴질 때면 모네의‘수련’과 세느 강변에서 연주하는 시드니 베쳇의 색소폰 소리를 떠올린다.

그 흔한 해외여행과 명품 가방 하나도 갖지 못한 나의 오늘이 만족스러운 것은 향이 진한 커피 한잔과 푸른 물감이 뚝뚝 돋을 것 같은 가을 하늘이 너무도 아름답기 때문이다.누구처럼도 아닌, 누구보다도 아닌, 내가 마주하는 이 곳이 나의 현재이고 나의 꿈은 늘 싱싱한 햇살처럼 살아 숨 쉰다.

파리에 가지 않아도 맛있는 바게트 샌드위치를 만들 줄 알고, 낡은 청바지를 뜯고 기워서 세상에 하나 밖에 없는 나만의 오튀 쿠튀르를 만드는 사람. 사랑엔 진지하고 이별엔 더욱 쿨한, 무엇과도 비교할 수 없이 가장 멋진 나에게 오늘만큼은 근사한 사진이 담긴 엽서 한 장과 멋진 음악을 선물해주어야 겠다. 향긋한 따뜻한 뱅쇼 한잔과 함께^^


Parlez-moi d’amour, redites-moi des choses tendres...
나에게 사랑한다고 말해 주세요. 부드러운 사랑의 말을 제게 다시 들려주세요...



매거진의 이전글 발달장애 아들이 있는 친구를 위하여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