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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박요나 Sep 27. 2018

영화, 음악을 품다

브로큰써클 (Broken Circle Breakdown) 스포있음.

미국 동부지역에는 ‘애팔레치아 트레일’이 있다.
이는 조지아 주에서 메인 주까지 14개주를 관통하는 3천 350킬로미터나 되는 등산로로서, 애팔레치아 산맥을 따라 종주하는 대장정의 길이다..
유명한 ‘그레이트 스모키 마운틴’, ‘셰넌도어 국립공원’등도 이 기나긴 종주길 안에 속해 있다.
수령이 100~200년씩 되는 너비 3미터의 높이 20미터나 되는 나무들과 수백년의 세월을 말없이 지켜온 거대한 원시림 속에서 인간들은 자연이 주는 경의로움에 사로잡히게 된다.

잉글랜드인들이 신대륙에 처음으로 도착한 곳이 지금의 미국 동부 노스캐롤라이나 해안이었다. 1584년 107명의 영국인들이 로어노크(Roanoke)에 상륙하면서 버지니아에는 미국 최초의 영국 식민지가 세워졌다.
그러나 잉글랜드와 에스파냐의 전쟁 때문에 본국에서의 보급이 끊기게 되었고, 1590년 탐험대장 존 화이트(John White)가 로어노크를 다시 찾았을 때 최초의 정착민들은 홀연히 사라지고 없었다.
이에 대해 여러 가지 설이 제기되었는데,  그 중 가장 설득력 있는 것은 정착민들이 황량한 로어노크를 떠나 먹을거리와 기타 생활용품을 쉽게 구할 수 있는 애팔레치아 산속으로 이동했다는 설이다.
오랜 세월이 지나 그들은 토착민이 되었고, 속속 이주해 오는 이민자들과 섞이어 애팔레치아 산사람들만의 생활법과 문화를 만들었다.

초기 이주민들은 유럽 각국에서 가져온 악기들(기타, 벤조, 바이얼린, 아코디언)로 구전가요나 민요 찬송가를 불렀다. 각 마을마다 고유의 분위기가 있는 이 음악은 ‘힐빌리(,Hilibilly)라고 불렸다.
하지만 ‘시골뜨기, 촌놈’이라는 뜻으로 남부인들을 경시하는 이 단어는 곧 ‘서든뮤직(Southern Music)’, ‘마운틴 뮤직(Moutain Music)’등으로 바뀌어 불려 지게 되었다.
1920년대부터 힐빌리는 블루스, 재즈등과 자연스럽게 섞이면서 ‘그랜드 올 오프리(Grand Ole Opry)’라는 라디오 프로그램을 통해 다른 지역의 대중들에게 널리 알려지기 시작했다.

컨트리 음악의 아버지라 불리는 ‘지미 로저스(Jimmie Rodgers. 1987-1933)’는 1927년 10월 ‘Tne Soldier’s Sweetheart’와 ‘Sleep, Baby, Sleep’를 발매하여 대중들의 인기를 얻었고, 지방음악으로 알려졌던 힐빌리를 대중화시키는데 큰 기여를 했다.
그리고 1940년 빌보드지는 미국 서남부 지역의 대중음악에 대해 ‘컨트리 앤 웨스턴(Country and Westerm Music)’이라는 명칭을 처음으로 사용했다.
이후, 록과 포크와 접목 되어 ‘블루 그래스’, ‘컨트리 가스펠’, ‘카우보이’, ‘홍키통크’, ‘웨스턴 스윙’등의 장르가 나타났다.

1939년 빌 먼로는 고향인 ‘테네시 주’의 애칭인 ‘블루그래스보이스그룹’을 조직해 마운틴 음악을 바탕으로 좀 더 현대적인 힐빌리음악을 선보였다.
날카로운 보컬 음색에 피들, 기타, 만돌린, 베이스, 5현 밴조우를 사용하는 블루그래스 음악은 어쿠스틱한 4박자가 대부분으로, 주로 빠른 템포의 스퀘어 댄스나 종교적인 노래들이었다.

영화의 제목인 <브로큰 서클(Broken Circle BreakDown)>은 동명의 블루그래스곡이다.

영화의 전반부에서 엘리제가 부르는 ‘저 바퀴가 얼마가지 못해 부서지지는 않을까. 주님이 계신 하늘이 더 좋은 것이 아닐까. 저 하늘은 더 좋은 것이 아닐까’라는 가사는 주인공들의 슬픈 운명을 암시하고 있다.

벨기에 작은 마을에서 농장을 운영하며 블루그래스 뮤지션으로 활동하는 디디에는 미국을 좋아하며 미국의 모든 것을 동경하는 사람이다. 그는 매일 미국 뉴스를 보며 가장 미국스러운 블루그래스 음악가 '빌 먼로'를 존경한다.
우연히 타투이스트인 엘리제를 만나 함께 클럽에서 공연을 하며 순박하게 가정을 이룬 두 사람에게 은총과 같은 선물인 딸 메이벨이 탄생하고, 세 사람은 더 없이 행복한 날들을 보낸다. 하지만 그들에게 주어진 행복은 너무 짧았다.

소아암으로 투병하던 딸 메이벨이 세상을 떠나자, 아내 엘리제는 세상으로부터 마음의 문을 닫아버린다. 그리고 디디에는 자신이 동경해마지않던 미국이 ‘배아줄기세포연구’에 반대를 함으로써 자신의 딸을 살릴 수 있는 유일한 기회를 없애 버린 것에 분노와 절망을 느낀 나머지, 공연하던 무대위에서 관객들을 향해 ‘하나님의 이기적임’과 ‘생명의 영속성’을 믿는 사람들의 행동을 어리석다고 절규한다.


마지막 무대에서 디디에는 엘리제와 ‘If I Needed You’를 부르며 한 번 더 손을 잡기를 바라지만 이미 세상과의 끈을 놓아버린 엘리제는 이름조차 ‘엘라바마’로 바꾸고 그를 떠난다.
혼자 타투샵에서 치사량의 약을 먹고 뇌사상태에 빠진 엘리제의 병실에서 디디에와 그의 밴드 '브로큰 서클 브레이크다운(BCB)’는 블루그래스를 연주하며 엘리제의 호흡기를 떼는 마지막 여정을 함께한다.
숨은 거둔 그녀의 몸에는 ‘앨라배마는 먼로(디디에의 애칭)를 사랑한다’는 새로운 타투가 새겨져 있었다.


어떤 이는 이 영화를 <원스>와 <어거스트 러쉬>등을 잇는 음악영화라고 할 것이고, 어떤 이는 보기 드문 유럽의 비주류 영화라 할 것이고, 또 어떤 이는 가족 간의 사랑을 그린 멜로영화라고 할 것이다. 모두 맞는 말이다.
영화 <브로큰 써클>은 스웨덴에서 만들어진 헐리우드식의 가족애를 그린 음악영화이다.
요즘처럼 국내영화 아니면 헐리우드 블록버스터에만 시선을 주는 한국관객들의 관람행태에 묻히지 않고 이 영화의 진면목을 알아보는 사람들이 많이 있었던 이유는 연기와 라이브 연주가 혼연일치 된 배우들의 훌륭한 연기력에 있었을 것이다.
‘브로큰 서클’은 2013년 제63회 베를린국제영화제에서 유로파 시네마 레이블상과 파노라마 관객상을 수상했다. 이어 제5회 덴마크 코펜하겐 국제 영화제에서 폴리티켄 관객상을, 제12회 트라이베카 국제 영화제에서는 여우주연상과 각본상을 수상하며 평단과 영화 팬들의 관심을 집중시켰다.

주연을 맡은 ‘디디에’역의 ‘요한 헬덴베그’는 연극인으로, 연극과 영화의 각본을 썼으며, ‘엘리제’역의 ‘벨 배턴스’ 역시 연기자이자 보컬로 활동하고 있는 출중한 가수이다.
연극에서 영화로 옮겨지면서 작품성이 배가되어 각종 영화제 수상 경력도 화려해졌는데, 이는 배우이자 각본가인 ‘요한 헨덴베르그’에게 모든 것을 일임한 감독 ‘펠릭스 반 그뢰닝엔’의 작품을 보는 눈과 관객들이 사실처럼 빠져들수 있는 영화를 만든 연출력에 박수를 주어야 할 것 이다.

마치 기나 긴 도보여행 길에 만난 이름 모를 뮤지션이 내게 들려 준 이야기처럼 가슴 한편이 아리는 영화 <브로큰 써클>.
이별이라고 부르기엔 너무 짧았던 시간, 나를 잃고서야 온전히 슬픔이라 말 할 수 있었던 가슴 아픈 모정과 멀리 애팔래치아 산맥을 넘어 온 블루그래스 음악이 가져다 준 한 가족의 슬픈 이별 이야기가, 바람에 일렁이는 나뭇잎들의 노랫소리처럼 아련히 가슴 속에 남아있는 영화이다.

 wrighted by jona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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