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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박요나 Oct 02. 2018

음악에서 제목을 가져온 영화들

가을에 어울리는 영화음악


그것만이 내 세상(최성현 감독. 윤여정. 이병헌. 박정민 주연)



2018년 1월 개봉한 한국영화 ‘그것만이 내 세상’은 폭력아버지 때문에 집을 나갔던 엄마와 17년 만에 재회한 전직 복서 ‘조하’와 이부동생 ‘진태’의 갈등과 화해와 사랑을 그리고 있다. 배우 박정민은 서번트 증후군 환자인 진태 역을 맡아 뛰어난 연기와 피아노 실력을 보여주었다.


서번트 증후군(Savant syndrome)은 영국의 의학박사 존 다운(John Langdon Haydon Down)이 1887년 처음 사용한 정신의학용어로 자폐환자의 10% 정도가 서번트 증후군을 나타낸다. 이들은 ‘이디엇 서번트(Idiot Savant)’라고도 불리는데, 이는 낮은 IQ를 가진 천재를 뜻한다.

서번트 증후군을 보이는 이들은 전반적인 지적 능력은 떨어지지만 특정한 영역에서는 비범한 능력을 보여준다. 음악, 미술, 달력 계산, 수학(소수 계산), 공간 지각력(길 찾기) 등 크게 5개의 범주에서 이들은 비상한 기억력을 나타낸다.

사람의 좌뇌는 주로 논리적, 언어적, 추상적 사고를 하는 지배적인 뇌인 반면 우뇌는 감각적, 구체적 사고를 한다. 하지만 서번트 증후군 환자들은 공통적으로 좌뇌에 문제가 있거나 좌뇌와 우뇌의 연결이 끊어져 있다는 사실이 발견되었다. 그 결과 좌뇌의 지배에서 벗어난 우뇌가 폭발적인 능력을 발휘해 서번트 증후군으로 나타난다는 것이다.


논리적으로 인간은 누구나 서번트 증후군과 같은 잠재력이 있지만 강력한 좌뇌의 억압으로 그 능력을 발휘할 수가 없다고 한다. 즉 좌뇌의 ‘가공된 의식적 기억’이 강하기 때문에 우뇌의 ‘무의식적(순수한) 기억’에 접근할 수가 없는 것이다. 사람들은 병이라고 부르는 서번트 증후군, 이것은 어쩌면 획일화 된 틀로 짜여진 의식세계에서 벗어나려는 인간 스스로의 의지가 만들어낸 천재들만의 세계가 아닐까.


영화 전편에 아름답게 흐르는 쇼팽의 즉흥환상곡과 야상곡의 피아노 연주와 함께 마지막 장면에서 나오는 전인권의 ‘그것만이 내 세상’이 커다란 여운을 안겨준다.


사랑하기 때문에(주지홍 감독. 차태현 주연)
 

차태현은 매우 특이한 배우다. 그는 팔등신 몸애에 소멸할 것 같은 조막만한 얼굴을 가진 꽃미남도 아니고, 유학파 출신의 아이돌도 아니다.

언젠가 길을 지나며 한번 본적이 있을 것 같은 흔한 외모를 가진 아저씨, 웃음이 많고 실수도 많이 하는 인간미 넘치는 모습의 차태현은 맡은 배역마다 뜻밖의 연기력을 보여준다. 워낙 로맨틱 코미디에 많이 출연했기 때문에 그저 그런 역할만 맡는 것이 아니냐는 질문도 있겠지만, 엽기적인 그녀를 비롯하여 복면달호, 과속 스캔들, 신과 함께-죄와 벌에 이르기까지 차태현만이 연기할 수 있는 매력적인 아우라가 영화들의 흥행을 좌우했다는 것을 부인할 수 없다.


2017년 개봉한 ‘사랑하기 때문에’는 불의의 사고로 타인에게 빙의된 차태현의 영혼이 여러 가지 해프닝을 거쳐 다시 자신을 찾아가는 과정을 여러 등장인물과 사건을 통해 흥미진진하게 그려냈다. 또한 영화에는 대한민국 최고의 뮤지션으로 칭송 받았던 故 유재하의 명곡 ‘사랑하기 때문에’와 ‘지난 날’이 곳곳에 흘러나오며 감동을 백배한다.

감독 주지홍은 “유재하의 음악을 사랑스럽고, 따뜻하고, 힐링 될 수 있는 스토리에 담아내고 싶었다.”고 밝힌바 있다.


“유재하는 죽은 게 아니라 아직도 살아서 사람들의 사랑을 이어주고 있다”는 주인공의 대사처럼 유재하의 음악이 영화 속 인물들의 사랑을 더욱 애틋하게 만들고, 관객들에게는 한층 진한 감성을 전한다. 실제로 차태현은 유재하의 노래를 영화로 만든다는 이야기를 듣고 영화 출연을 결심했다는 후문이 있다.


슬로우 비디오(2014. 김영탁 감독. 차태현 주연)



차태현의 또다른 작품 ‘슬로우 비디오’는 남들보다 뛰어난 동체시력을 지니고 있기 때문에 모든 물체가 슬로우모션으로 보이는 한 남자의 슬픈 코미디를 담고 있는 영화이다.

동체시력은 움직이는 물체를 정확하고 빠르게 인지하는 시각능력으로, 추신수, 이승엽, 무하마드 알리처럼 순간적인 움직임에 반응하는 운동선수들에게서 발견되는 뛰어난 능력이다.


영화 ‘슬로우 비디오’의 주인공 ‘여장부’는 뛰어난 동체시력을 가지고 날아오는 숟가락을 단 번에 잡아내고, 떨어지는 은행잎을 잡아채는 등 소소한 재미를 준다.이와 함께 주인공의 가장 빠르면서 한없이 느린 동체시력은 빠르게 살아가는 현대인에게 우리가 놓쳐 버리는 ‘순간’의 소중함과 ‘세상을 느리게 바라보는 미덕’이라는 메시지를 선사한다.


영화 ‘슬로우 비디오’ 엔딩테마인 ‘보고싶었어’는 싱어송라이터 강백수가 2인조 밴드 시절 발표했던 곡이다. 평소 이 곡을 좋아했던 김영탁 감독에 의해 대미를 장식하는 감동적인 여운을 남겨준다.


골든 슬럼버(노동석 감독. 강동원 주연)
 


2018년 개봉한 ‘골든 슬럼버’는 ‘황홀한 단잠’이라는 뜻을 가지고 있다. 바쁜 일상을 살아가는 수많은 인파가 오가는 광화문 한복판에서 오랜만에 만난 친구와 학창 시절 함께 부르던 비틀즈의 노래 골든슬럼버를 들으며 추억에 빠져 있을 때, 엄청난 굉음과 함께 차량이 폭발하고 평화롭던 공간은 아수라장이 된다. 그리고 평범했던 택배기사는 영문도 모른 채 그 순간부터 암살범이 되어 세상으로부터 쫓기기 시작한다.


일본작가 이사카 코타로의 동명 베스트셀러를 원작으로 한 ‘골든 슬럼버’는 비틀즈의 노래로도 유명하다. ‘Golden Slumbers’가 수록되어 있으며, 네 멤버가 줄을 지어 찻길을 건너는 앨범재킷으로 잘 알려진  [Abbey Road](1969)는 비틀즈의 11번째 스튜디오 음반이다. 이 앨범이 [Let It Be]보다 먼저 발매되긴 했지만, 실제 녹음은 나중에 이루어진 것이기 때문에 비틀즈의 마지막 앨범으로 인정받는다.

Abbey Road. 1969.

17세기 시인 토머스 데커(Thomas Dekker)의 자장가 ‘Cradle Song’에서 제목을 가져온 ‘Golden Slumbers’는 피아노, 베이스 기타, 현악기 섹션의 반주로 마치 자장가처럼 부드럽게 곡으로, 폴 매카트니(Paul McCartney)가 리드 보컬을 맡았다. 앨범을 녹음할 시기가 비틀즈 맴버들 간에 불화가 절정에 치달았을 때였음에도 불구하고 앨범의 분위기는 밝고 낙천적이며, 비틀즈의 앨범들 중에서도 가장 훌륭한 음반으로 인정받고 있다.


노킹 온 헤븐스 도어(Knockin' On Heaven's Door, 토머스 얀 감독. 1997)
 


영화 ‘노킹 온 헤븐스 도어’의 두 주인공은 죽음을 앞두고 함께 '버킷 리스트'를 정리하면서 얼마 남지 않은 삶 속에서 의미를 찾고자 머나먼 천국-바다-를 향해 떠난다. 두 주인공이 자신들의 버킷 리스트를 실천하는 과정에서 벌어지는 소소하고 황당한 사건들은 웃음을 자아내지만, 이러한 이들의 유쾌한 모습 속에서 느껴지는 진한 여운은 관객들로 하여금 삶과 죽음에 대해 생각해보는 계기를 갖게 한다.


독일 밴드 젤리크(Seling)가 재해석한 밥 딜런(Bob Dylon)의 노래 ‘Knockin’ On Heaven’s Door’는 잊혀 지지 않는 여운을 남기며 영화의 마지막 순간에 천국의 평온함, 편안함 그리고 광활한 느낌을 더욱 배가시킨다. ‘

‘Knockin' on Heaven's Door’는 밥 딜런이 1973년 발표한 노래로, 영화 ‘관계의 종말(Pat Garrett & Billy the Kid. 샘 페킨파 감독. 1973)’의 O.S.T 앨범 [Pat Garrett & Billy the Kid]의 수록곡이다. 록 밴드 ‘건스 앤 로지스(Guns' N Roses)’, 슬로우 기타의 황제 ‘에릭 클랩튼(Eric Clapton)’ 등 세계적인 아티스트들을 통해 다시 불리어졌던 이 노래는 시적인 운율과 멋스러운 은유로 밥 딜런의 노벨문학상 수상에 일조를 한 명곡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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