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와 음악이 만났을 때
영화음악계 두 거장을 한 무대에서 만나는 공연이 열린다.
롯데콘서트홀에서 오는 12월 2일 한스 짐머와 존 윌리엄스의 영화 음악을 오케스트라 라이브로 들려주는 '한스 짐머 vs 존 윌리엄스' 공연을 맞아, 최고의 영화음악가들과 대표적인 영화를 몇 편 소개한다.
창작의 문이 열리기를 기다리는 모든 작가들은 고통스럽다. 그것이 마감을 목전에 두고 있는 빠듯한 시간이라면 더욱 그렇다. 평소에는 잘 읽지도 않는 먼지 쌓인 책을 꺼내어 표지를 이리저리 뒤집어보고, 베토벤부터 방탄소년단까지 내 기기에 저장되어 있는 모든 음악을 미리듣기로 총알처럼 검색해보며, 인터넷 뉴스와 유행 섹션들을 낱낱이 살펴본다. 그리고는 절망의 소리를 내지른다.
“아아, 어떻게 도움 되는 것이 1도 없어!”
영화 음악가 한스 짐머는 작곡을 의뢰받고 난 후의 상태를 이렇게 표현했다. “노이로제와 절망 그리고 강박증에 시달리며 한 시도 제대로 숨을 쉴 수가 없다.” 이러한 감정은 영화예술의 절대적 분야이며, 영화의 시작이고 대미를 장식하는 영화 음악가들이 지고 있는 깊은 창작의 고통이자 하나의 거대한 예술체를 완성하는 책임감이다.
매트릭스, 영화의 새로운 시대를 열다
영화가 특수촬영 대신 컴퓨터 그래픽을 사용하고, 불굴의 의지를 가진 맨몸의 스턴트맨 대신 배우들이 블루 스크린 앞에서 와이어를 매달고 촬영하게 되면서, 관객들은 이전에는 상상도 하지 못했던 입체감 있는 장면과 거대한 가상의 액션을 즐기게 되었다.
영화 ‘매트릭스(The Matrix)’(1999)와 ‘아바타(Avatar)’(2009)는 저물어가는 영화의 한 세기를 일대 변혁시키며 새로운 장르의 영화를 탄생시킨 대표작이라 할 수 있다.
‘매트릭스’에서 보여준 혁신적인 촬영기법과 액션은 그동안 상상에만 머물렀던 시각효과를 진일보 시켰으며, 인간내면을 깊이 탐구한 내용과 결말에 이르는 휴머니티는 공상과학과 인간애라는 SF적인 사고의 결합을 최고로 고조시켰다.
영화과학이 가야할 지표를 보여준 아바타
제임스 카메론(James Cameron) 감독의 영화 ‘아바타’는 빛의 속도로 발전해가고 있는 인류의 과학적인 성과가 이룩한 영상과학예술의 대표적인 작품이다. 공상과학과 영상예술이 애니메이션적인 기법과 합쳐져 완성된 환상적인 화면은 말 그대로 관객들을 압도하며 앞으로 대작영화가 나아갈 제작의 지표를 완성시켰다.
이처럼 시대에 길이 남을 이 두 걸작을 관객들과 더욱 긴밀하게 소통할 수 있도록 만들었던 것은 그 장엄한 화면과 거대한 내러티브 뒤에서 영화의 모든것을 관객들의 가슴으로 공유하게 했던 음악의 효과였다.
무성의 시대에도 영화음악은 존재했다
무성영화의 시절부터 영화음악은 효과음이라는 상태로 존재했으며, 영화가 유성으로 바뀌면서 시나리오, 촬영, 음악은 영화 제작의 가장 중요한 삼대요소가 되었다. 대사없는 영화는 상상할 수 없는 것처럼 음악이 없는 영화를 우리는 상상할 수가 없다. 영화 ‘석양의 무법자’(1967)에서 클린트 이스트우드(Clint Eastwood)가 시거를 입에 물고 인상을 쓰는 장면에서는 엔리오 모리코네(Ennio Morricone)가 작곡한 휘파람 소리가 들려야 하며, ‘타이타닉’(1998)에서 레오나르도 디카프리오(Leonardo DiCaprio)가 차가운 바다물속으로 가라앉는 장면에서는 제임스 아너(James Horner)의 ‘My Heart Will Go On’이 흘러나와야 한다.
시대가 바뀌고 영화를 만드는 방식이 첨단으로 바뀌었다 하더라도, 오늘날 수없이 많은 멀티플렉스에서 상영되고 있는 많은 영화들에는 여전히 고전적인 방식의 오케스트라 음악들이 영상과 관객들 사이를 이어주며 꿈같은 한 편의 이야기를 완성시키고 있다.
영화를 보면서 많은 사람들은 소스라치게 놀라기도 하고 주인공과 함께 울기도 하며, 신나는 기분에 어깨춤을 추기도 한다. 눈으로만은 느낄 수 없는 이 감각적인 흉내. 이것을 만들어내는 것이 바로 음악이다. 음악은 효과가 되고 말없는 대사가 되어 눈을 감아도 보이는 배경을 그려낸다. 영화란 어느 한 가지만을 중요하다고 말할 수 없는 종합예술이다. 그래서 함께 어우러지는 것, 그 함께의 가치가 무엇보다 중요한 예술이다.
사람들속에 ‘들’이 없으면 그저 ‘사람’이 된다. 우리들은 모두 ‘사람들’이기 때문에 함께 어울리고 만나고 웃고 울 수 있는 공감대를 가지는 것이다. 이 한 편의 영화를 시작하고 끝내는 사람들, 음악이라는 심연 속에서 홀로 창작의 진통속에 마술처럼 아름다운 음악을 완성해내는 영화 음악가들을 소개한다.
2편으로 이어집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