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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박요나 Oct 11. 2018

이케아 가구가 싼 이유

이케아(IKEA)의 불편한 진실


우리는 고학력 저소득 그리고 미래에 대한 불확실성에 시달리는 젊은 세대를 일컬어 ‘이케아 세대(IKEA Generation)’라고 부른다. 이것은 청년세대의 짧은 흥미와, 새로운 것에 대한 끊임없는 욕구와, 현실에 대한 상실감을, 저렴한 가격과 실용적인 디자인, 단기적인 내구성을 지향하는 거대가구기업 이케아에 빗대어 사용하는 말이다.

‘IKEA’는 1943년 스웨덴의 창립자 잉바르 캄프라드(Ingvar Kamprad)가 자신의 이름과 자란 도시(Elmtaryd), 고향(Agunnaryd)의 머릿글자를 따서 만든 회사 이름이다.


이케아의 최고 지향점은 ‘저렴한 가격’이다. 이를 위해서 모든 이케아 매장은 도시 외곽에 자리 잡아 임대비용을 최대한 절감한다. 가구는 조립형으로 설계하여 공간을 차지하지 않도록 납작하게 플랫팩(Flat Pack) 형태로 판매해서 물류비용을 절감하고, 고객은 직접 가구를 가져가서 스스로 조립함으로써 배달과 서비스비용을 절감한다.


이케아의 매장들은 쇼퍼 마케팅(Shopper marketing)의 가장 성공적인 디스플레이를 보여준다. 쇼퍼 마케팅이란 물건을 사는 사람(Shopper)과 사용하는 사람(User)이 다르다는 관점에서, 누구나 물건을 사용해보고 살 수 있도록 동선을 만들고 상품을 진열하는 마케팅 기법이다.

이들은 책상을 전시하기 위해서 수 십 가지의 인테리어 용품들로 서재를 꾸며놓거나, 식탁을 보여주기 위해 값비싼 가전제품들로 인테리어한 주방을 만들기도 한다.


고객들은 원하는 것을 구매하기 위해 거대한 미로처럼 꾸며진 디스플레이 룸들을 지나치면서 저절로 더 많은 구매 욕구를 일으키게 되고, 저렴한 가격일 것이라는 최면상태에서 원했던 것보다 더 많은 그리고 더 비싼 상품을 구매하게 되는 것이다.
 


이케아는 기업 이념인 ‘저렴한 가격’의 실현을 위해서 ‘고객’을 ‘구매자’로 격하시켰다. 상품을 사기 위해 먼 길을 운전해서 간 구매자들은 업체에서 계획해둔 판매 동선을 따라 두 시간이상 걸어서 모든 매장을 돌아다녀야 원하는 상품을 계산대로 가지고 나올 수 있다.

배가 고프면 불친절한 푸드코트에서 스웨덴 국기가 꽂힌 미트볼을 먹을 수 있지만, 미트볼을 사려고 줄을 서는 시간과 먹기 위해 줄을 서는 시간을 더하면 도합 서너시간은 꼼짝없이 매장에서 보내야 한다.

이케아 일산점 푸드코트의 양과 질은 오픈당시보다 절반으로 떨어졌으며, 무한리필 하는 음료수컵은 작고 얇은 일빈 생수컵이다.


꿋꿋이 끔찍한 시간을 이겨내고 상품을 집으로 운반 해 온 구매자는, 이제부터 납작한 조립식 장롱을 허술한 설명서 한 장과 육각렌치 하나에 의지해 자신과의 싸움이라는 미명하에 스스로 조립해서 완성시켜야 한다.

장롱 문짝이 덜 닫히거나 한쪽 다리가 기울어져도 구매자는 이 모든 것을 혼자 만들어낸 것 같은 기쁨에 대단한 성취감을 느끼게 된다. 마치 어려운 레고를 완성시키거나, 학창시절 시험에 통과하고 내지르는 승리의 함성처럼, 미치기 일보직전에 드디어 가구의 조립을 끝내고서 주변 사람에게 자신의 제작물에 대한 얼마나 훌륭한 것이며 그동안의 노동이 얼마나 대단한 가치가 있는 것으로 설파하게 된다.
이처럼 자립적인 노동으로 만들어진 결과물에 대해 과도한 애정을 갖게 되는 인지적 편향 현상을 ‘이케아 효과(IKEA Effect)’라고 부른다. 그리고 ‘이케아 효과’는 평소 자신감이 부족한 사람에게 더 많이 나타난다는 연구결과가 있다.


결과적으로 이케아의 제품은 구매노력과 완성시키는데 드는 노동력에 비해 결코 저렴하지 않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많은 사람들이 이케아 제품에 열광하는 것은, 디지털 시대에 느껴보지 못했던 아날로그적인 제작 방식과 쉽게 선택하고 바꿀 수 있는 편의성 때문이다. 이를 위해 이케아는 모든 상품을 디자인, 기능, 품질, 지속성, 가격의 다섯 가지 항목에 대해 평가하고, 실제로 사용하는 사람들의 가정을 방문하여 그들이 원하는 바를 제품에 반영한다.


이케아의 제품은 ‘모두를 위한 디자인(Democratic Design)’이라는 철학을 담고 있다. 이것은 제품을 구매하는 사람은 누구나 평등하게 불편함을 느낄 수 있다는 의미를 함축하고 있으며, 일과 놀이의 중간쯤에서 이 모든 불편함을 감수할 자세가 되어 있는 사람들에게 이케아는 행복한 긍정의 마인드를 부여한다.


구매자들에게 장시간의 불편함을 이겨내고, 왜 때문에 해야하는 노동이라는 사실을 망각시키고 나면  “집은 세상에서 가장 중요한 곳이다(Home is the most important place in the world)”라는 이케아의 캠페인처럼 우리들은 다시금 차를 몰고 거대한 가구의 궁전으로 들어서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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