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박요나 Sep 25. 2017

아무도 가르쳐주지 않는 남자의 고민

말할 수 없는 비밀, 남성갱년기

지구 온난화 덕분에 이제는 보랏빛 포도가 익어가는 가을은 일 년의 절반이 지나가는 계절이다. 한 해를 시작하여 봄과 여름을 맞이하고 다시 가을이 시작되면 사람들은 “아, 올 해도 벌써 반이 지나버렸구나.”라고 말한다.
사람도 계절처럼 한창 피어나는 청춘이 있는가 하면, 혈기왕성한 성년 시기가 있고, 내 얼굴에 책임을 지는 불혹(不惑)을 지나 지천명(知天命)의 나이가 되면 인생의 길이와 깊이를 가늠해보며 ‘아, 내 인생도 이제 반을 훌쩍 지났구나.’라고 독백 하게 된다.


남성과 여성으로 태어나 각자에게 주어진 삶을 충실히 살고 이제 다시 원점으로 돌아가는 준비를 하는 시기, 생의 전환점이자 새로운 ‘나’로 거듭나는 중요한 이 시기를 사람들은 ‘갱년기(更年期: 更은 '바뀌다, 새로워지다, 고치다'는 뜻으로, 신체의 흐름이 크게 바뀐다는 의미. Climacteric) 라고 부른다.

흔히 갱년기는 여자들에게만 오는 것으로 생각하지만, 남자들도 나이가 들고 호르몬 분비에 변화가 생기면서 갱년기 증후군을 겪게 된다.

사람의 호르몬에는 신체 기관의 구성과 근육의 발달을 촉진시키는 ‘동화 호르몬(同化. 아나볼릭 호르몬: Anabolic Hormone)과 분해를 촉진해서 에너지를 발생시키고 근육을 수축시키는 ‘이화 호르몬(異化. 카타볼릭 호르몬: Catabolic Hormone)’이 있다.

안드로겐(남성 호르몬)이나 에스트로겐(여성 호르몬), 성장 호르몬은 동화 호르몬에 속하며, 부신피질에서 나오는 스트레스 호르몬인 코르티졸과 갑상선 호르몬은 이화 호르몬이다. 성장과 회복에 필요한 동화(同和)호르몬의 분비는 밤에 절정에 달하고 활동할 때 에너지생산에 사용되는 이화(異化)호르몬은 낮에 더 많이 분비된다.

- 성(性)호르몬에서 추출한 아나볼릭 스테로이드제는 1940년대부터 소련과 독일, 동유럽에서 올림픽에 출전하는 역도선수들의 성적향상을 위해 사용되었다. 이러한 스테로이드제의 남용은 호르몬계를 교란시켜, 남성의 고환 위축, 발기부전, 피부병, 공격성 증대 및 심장질환을 유발시켜 심장마비로 사망할 수 있다.-


나이가 들어감에 따라 동화 호르몬은 점차 감소하고 이화 호르몬은 증가하는 특징이 있기 때문에 여성의 경우 50세 전후에 이르면 난소에서의 여성 호르몬 분비가 급격히 저하되어 월경이 끊어지고 안면 홍조, 식은땀, 불면증, 가슴의 두근거림, 무력감 및 피로감 등 갱년기 증상이 나타난다. 마찬가지로 남성의 경우에도 40대 이후부터는 남성 호르몬인 테스토스테론의 분비가 저하되기 시작하면서 점차 갱년기 증상이 나타나게 된다.

남성 호르몬이라 부르는 ‘안드로겐(Androgen)’은 남성의 생식기관과 2차 성징의 발육과 유지기능을 하는 호르몬이다. 안드로겐은 뼈 조직에서 단백질의 증가(근육의 발달)와 신장(콩팥)의 무게와 크기 증가, 적혈구세포의 재생(혈액순환) 등에 관여하며, 땀과 피지샘의 활동이 증가하기 때문에 표피의 각질층이 두꺼워져 피지가 증가하고 여드름이 발생하는 원인이 되기도 한다.

안드로겐은 체모와도 관계가 있는데, 남성의 수염은 안드로겐이 증가할수록 함께 증가하지만, 이마나 정수리부위의 머리털은 반대로 줄어들어 탈모를 진행시킨다고 한다. (영화 ‘분노의 질주(The Fast and The Furious)’ 시리즈의 주인공들-빈 디젤, 드웨인 존슨, 제이슨 스테이섬-의 넘치는 남성미에 반비례하는 머리숱을 보면 확실하게 알 수 있다.)


남성 호르몬은 저하되고 반대로 여성 호르몬은 증가하게 되어 일어나는 대표적 증상을 ‘남성 갱년기 증후군(Andropause Syndrome)’이라 하며, 그 특징으로 성욕과 지적 활동, 공간 지각능력의 감소, 피로감, 우울증, 분노 등 감정의 변화, 근육량과 근력의 감소와 체모의 감소 그리고 골밀도의 감소로 인한 골다공증과 복부 비만을 들 수가 있다.

남성 호르몬의 부족의 가장 흔한 원인은 뇌하수체에서 분비되는 황체 호르몬의 분비량이 감소하는 것이다. 황체 호르몬은 고환에서 남성 호르몬의 합성을 촉진시키는 역할을 하는 호르몬이다.

나이가 들어감에 따라 노화로 인하여 남성 호르몬을 생성하는 고환의 라이디히 세포(Leydig: 강력한 안드로겐으로서 테스토스테론을 생산하는 내분비계 세포로 정자를 형성한다.)의 수와 기능이 줄어들게 되는 것도 한 원인이다. 하지만 체내의 여성 호르몬이 갑자기 증가함으로써 남성 호르몬의 농도가 상대적으로 감소하여 ‘남성 호르몬의 결핍 증상’이 나타나는 경우도 있다. 이와 같은 여성 호르몬의 이상증가에 의한 남성 호르몬의 결핍은 비만, 간 기능 저하, 아연 결핍, 과도한 음주, 이뇨제, 항우울제, 위장약 등의 과다 사용과 환경 호르몬에 오염된 음식물 등을 섭취할 때 발생한다.

이처럼 정신과 육체에 모두 큰 지장을 초래하는 갱년기 증상을 막기 위해서는 평상시 과도한 음주가무를 피하고 지속적인 운동과 체중 조절로 건강한 신체를 만드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 건강 보조제로 아연과 비타민 B6는 여성 호르몬의 생성을 억제시켜 주는 역할을 하기 때문에 매일 섭취해 주는 것이 좋다.

두부나 콩에 들어있는 식물성 영양소는 여성 호르몬의 작용을 방해하므로 남성 갱년기에 많은 도움이 된다. 또한 호두류나 넛츠류에 들어 있는 필수 지방산과 브로콜리와 양배추에 많이 함유되어 있는 항암성분 인돌3카비놀(Indole-3-Carbinol)은 여성 호르몬을 수용성의 독성이 약한 호르몬으로 변화시키므로 매일 섭취하도록 한다. 이밖에도 토마토나 수박처럼 붉은 과일에 많이 들어 있는 라이코펜(Lycopene)은 특히 전립선암의 발생을 저하시키고 혈류를 개선해주어 심장마비의 발생을 줄여주므로 중년 남성들이 빼놓지 않고 섭취하도록 권장하고 있다.

갱년기 장애가 심한 경우에는 남성 호르몬을 주사, 패치, 경구용 약제로써 보충할 수 있다. 주사는 6주에 한 번씩 일 년에 총 4회를 근육주사로 맞으며 1회 주사 비용은 약 28만원이다. 피부에 부착하는 패치는 일정한 농도를 유지할 수 있으나 알러지 및 사용상의 불편함이 있고, 시판되는 경구용 호르몬제는 대부분 간에서 파괴되어 소변으로 배출되어 효과가 미약하다는 실험결과가 있다.
더군다나 최근 들어서는 '제 2의 비아그라’라는 식의 발상으로 무분별하게 남성호르몬을 유흥을 위해 투여하는 사례가 적지 않다. 필요 없이 남성호르몬을 보충하면 혈액이 끈적끈적해져 각종 혈관 질환을 유발할 수 있고 초기 전립선암 환자의 경우 암의 진행 속도가 빨라질 수 있다. 수면무호흡증 환자는 저산소증이 생길 위험이 커진다. 미국 FDA에서는 남성호르몬 보충 치료가 오히려 심근경색 등 혈관질환 위험을 높일 수 있다고 발표했다.

그리고 최근 미국의 공동연구진은 남성 호르몬인 테스토스테론 수치가 높을수록 본능적인 판단에 의존하며 합리적으로 숙고하는 경향이 낮다고 발표했다. 쉽게 말하자면 남성 호르몬이 과다한 남성은 일반인보다 판단력이 떨어지는 것으로 나타났다는 것이다. 이를 보면 헐크가 왜 간단한 단어조차 구사하지 못하는지 그 이유를 잘 알수 있다.


갱년기 증상 개선제로 유명한 태반주사는 태반(胎盤)을 원료로 혈액과 호르몬을 제거한 뒤 단백질을 아미노산으로 완전히 분해한 제재를 주사제로 이용하는 피하 근육 주사요법이다. 태반주사의 효과로는 갱년기 장애 치료, 항노화작용, 성기능 개선, 탈모 방지, 피로해소와 간기능 개선, 아토피성 피부염 완화, 기초대사 향상, 활성산소 제거작용 등이 있다고 한다. 보통 1주일에 2~3회씩 8주 이상 투여하며 1회 비용은 5~15만원 상당이다.
흔히 ‘마늘 주사’, ‘감초 주사’, ‘비타민 칵테일’이라고 불리는 영양 주사들은 주로 수용성 비타민제와 영양제로 이루어져 있으며 정맥 주사로 투여하고 피로 회복 등에 즉각적인 효과가 크다고 알려져 있다. 특히 ‘마늘 주사’는 1회 3만원의 적당한 가격에 실비보험 적용도 된다고 하니, 과중한 업무와 음주로 곧 유체이탈 할 것 같은 미천한 직장인들도 한번씩 VIP 못지않은 원기회복의 ‘주사 선생님’ 시간을 가져 봐도 좋을 것이다.

쉼 없이 달려 온 인생의 정상점에서 맞이한 갱년기라는 장애는 뜻밖의 좌절감과 삶에 대한 허무함을 안겨준다. ‘이러려고 내가 살았나. 나는 이제 쓸모없는 부품이 되어 버리는 것인가.’라는 생각에 아등바등 살아온 시간들이 덧없고 후회스럽기까지 하다.
2007년 개봉한 잭 니콜슨과 모건 프리먼 주연의 할리우드 영화 [버킷 리스트(Bucket List)] 이후 많은 사람들은 자신만의 버킷 리스트를 적기 시작했다. 죽기 전에 꼭 하고 싶은 일들을 적어두고 하나씩 실행에 옮기는 것이다.
‘비오는 수요일에는 빨간 장미 한 다발을 산다. 한 달에 한 번씩 공연을 보러 간다. 뱃살과 이별한다. 수제 맥주집을 찾아다닌다.'
생각만으로도 의욕이 샘솟지 않는가? 나에게 새로운 도전이 생겼다. 내 인생을 환기시켜줄 나만의 버킷 리스트에 도전하는 새로운 나를 일깨우며 인생의 전환기에 찾아온 뜻밖의 복병 '갱년기'를 슬기롭게 극복하자.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