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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절대낭만 Jonathan Feel Oct 26. 2018

마왕 신해철,
그리운 나의 데미안

10월27일 4주기, 사람의 있을 곳이란 누군가의 가슴속밖에 없구나...

모든 죽음은, 
살아남은 사람이 품은 기억에서 서서히 옅어지기 마련이다.
그건 어쩔 수 없다. 
그럼에도 사람이 있을 곳은 누군가의 가슴속밖에 없다. 
그건 진실이다.  

마왕 신해철. 
4년 전 저 하늘 위로 날아가버린 얄리. 
나는 싱클레어의 가슴으로 그의 처음 죽음을 들었던,
2014년 10월 27일의 가을을 아직 기억한다.


텔레비전의 네모난 브라운관에서
처음 나와 만난 무한궤도의 리드보컬 마왕은
처음처럼 다시 네모난 모니터 안으로 들어가
작은 내 가슴 앞뜰에 묻혔다.

마왕은 나의 영원한 기사였다. 
한때 우상이었으며, 내 젊은 날의 데미안이었다.


내가 그렇게 싱클레어였던 시절, 해철 데미안을 통해 세상을 배우고 나와 세계에 대해 고민했었다. 눅눅하고 축축했던 내 청춘의 한 시절, 그가 부른 노래를 통해 위로받았다. 그 고마움을 여전히 간직하고 있다.


마왕을 만난 지 30년이다. 
1988년 12월 24일 대학가요제를 통해 처음 만났고,
지금까지 단 한 번의 후회도 느껴본 적은 없다.


나는 
마왕의 팬이며, 해철 형님의 싱클레어라는 것이 늘 자랑스러웠다. 
내게도 선택은 항상 해철 마왕이었을 것이다.


생은 누구에게나 한 번 주어지고, 
그것이 언젠가는 끝날 것임을 알고 있으며, 
모든 생은 그 자체만으론 평등하니 아깝고 덜 아깝고 가 없겠지만, 
이른 죽음에 도달한 어떤 생에 대해선 유난히 안타깝고 슬프고 비통하다. 특별한 누군가처럼 마왕의 죽음도 그러했다.


모든 것은 자주 접하면 익숙해지지만, 
죽음만큼은 익숙해지지 않는다, 적어도 내겐 그렇다. 
어떤 죽음이든 개별적인 것이며 그 자체로 하나의 우주이기 때문이겠지. 하나의 우주가 소멸한다는 것은 어마어마한 일이니까.

얼마나 시간이 흐를지는 모르겠다. 
'레전드' 프레디 머큐리가 영화 <보헤미안 랩소디>로 귀환했듯,
'마왕' 신해철이 <그대에게>라는 영화로 다가오면 그날. 나는 <그대에게>를 두 팔 벌려 맞이할 것이다.


10월 27일, 4주기 기일. 
오후 5시부터 서울 강남구 테헤란로83길 20 건영빌딩 지하 1층 벨지움재즈카페 에서 마왕을 마음에 품은 사람들이 마왕을 나눈다. https://blog.naver.com/dreamdream16/221382114362 

추모 모임은 온통 마왕에 신해철이다. 그래서 마왕과 함께다. 

나는 다만, 올해 부산에 가야 할 일정으로 가지 못하지만, 10월 27일 나는 마왕 노래로 하루를 가득 채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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