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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Jonathan Feel Dec 07. 2018

존레논, Strawberry Fields Forever

[I'm in New York④ ] 12월 8일, 국가없는세상을 이매진


1년 전, 뉴욕에 두 번째 발을 디뎠다.
5년 여동안 나를 쏟아부었던 회사를 그만두고 아무것도 하지 않고 뉴욕을 만끽하겠다고 떠난 길이었다. 그전부터 뉴욕 타령을 했었다. 한 번 짧게 내디딘 뉴욕에 혹했기 때문도  있지만 그래야 떠날 수 있을 것 같았다. 직접 만든 회사에, 대표까지 한 사람이 그만둬고 그래도 되느냐고, 지금까지 이룬 것이 아깝지 않으냐고, 나이도 적지 않은데 괜찮겠느냐고 묻곤 했지만, 내 대답은 한결같았다. "Why Not?" 그게 뭐라고. 회사가 뭐라고. 일이 뭐라고. 관계가 뭐라고.
모든 사회적 관계, 의무에 스위치를 끄고(물론 한시적이었지만) 두서없이 맥락 없이 허허실실 뉴욕으로 향했다. '어떻게든 되겠지.' 그게 당시 내 마음이었다. 다시 나는 한국에 돌아와 그 후의 삶을 영위하고 있다. 뉴욕에 가서는 내 멋대로 뉴욕을 '(마음의) 고향'으로 삼았다. 비록 몸이 태어난 곳은 선택할 수 없었지만 마음이 태어난 곳을 고향으로 삼지 말라는 법은 없으니, 나는 뉴욕을 고향으로 못 박았다.
나는 여전히, 뉴욕을 그리고 있다. 고향을 그리워하는 향수에 젖어있다.  


뉴욕 센트럴파크는 존 레논을 위한 (추모)공간도 오롯이 내준다. 

그만큼 뉴요커들이 존 레논을 각별히 사랑한다는 뜻 이리라. 공간 이름(스트로베리 필즈)도 존이 비틀스 시절 만든 노래에서 따왔다. 존은 1971년 이후 뉴욕에 살았고 뉴욕에서 총탄에 맞아 생을 마감했다.


사람들은 끊임없이 '이매진'이 새겨진 둥근 모자이크 조형물 근처로 몰려든다. 근처 벤치에서 한 청년(뮤지션?)은 비틀스와 존 레논 노래를 끊임없이 연주하고 부른다. 그들 각자의 방식으로 존에 대한 추모가 이뤄진다. 하늘에서 존은 그 광경을 보고 있겠지. 스트로베리 필즈를 찾은 인민들은 그가 끊임없이 노래하고 갈구했던 사랑과 평화를 생각하고 있겠지. 

뉴욕 센트럴파크 안에 자리한 스트로베리 필즈는 그야말로 명소다. 존 레논을 떠올리고 이매진을 흥얼거리게 만든다.


조형물에 중앙에 박힌 '이매진'이라는 단어는, 그 노래를 흥얼거리게 만든다. 그러면서 생각한다. 

국가 없고 소유 없는 세상, 죽일 일도 죽을 일도 없고, 탐욕도 굶주림도 없는 세상, 종교도 없고 모든 사람들이 평화롭게 살면서 세상을 공유하는 세상. 그런 세상이 아마도 '스트로베리 필즈'로 드러난 것은 아닐까.

Let me take you down cause I'm going to strawberry fields.
Nothing is real and nothing to get hung about Strawberry fields forever. Strawberry fields forever, strawberry fields forever...


아마 12월 8일, 이곳은 인파로 북적일 것이다. 존의 기일이다. 존의 추모 장소가 이곳에 놓인 이유는 의외로 단순했다. 센트럴파크 서쪽 맞은편 아파트(다코타)가 그와 오노 요코가 살던 집이다.(물론 부자 동네다!) 
그가 살던 아파트는 1884년 완공됐는데, 당시에는 맨해튼의 황량한 서북부 지역에 있다고 해서 '다코타'라는 이름이 붙었다고 한다.

 

그리니치빌리지에 태어나지 못해서 깊이 유감이라고 말했던 존이었으나 어쨌든 이곳에 둥지를 틀었고, 당시 스물다섯의 데이비드 채프먼이 쏜 네 발의 총알에 살해당했다. 채프먼은 종신형을 선고받았고, 가석방 신청을 하고 있으나 매번 기각되면서 여전히 복역 중이다. 


1980년, 
음악을 통해 세상을 바꾸고 싶었던 존 레논은
마크 채프먼의 총탄에 음악을 놓을 수밖에 없었다. 마흔 살이었다. 아직 세상에 할 수 있는 것이 많은 나이였다.
비틀스를 통해 세상을 흔들었지만 사랑과 평화가 깃든 더 나은 세상을 꿈꾸던, 
the dreamer 존 레논은 그날 이후 하늘 아래가 아닌, 하늘 위의 별이 되었다.


한 여름에 돌아본 스트로베리 필즈는 좋았다. 충분히 좋았다. 뉴욕에 온 덕분이었다. 존 레논을 만나다니.

그리고 언젠가 10월 9일, 가을이 짙은 향을 뿜을 즈음, 이곳을 다시 만나고 싶었다. 존의 생일(1940년)이자 조형물이 만들어진 날이다. 


망상에 잠깐 젖었다. 내가 떠나온 나라를 걱정하는 우국지사의 마음 따윈 내 것이 아니었다.
나는 국가 혹은 국적 없는 세계 시민이고 싶었다. 국가 없는 세상을 이매진 했다. 
국적도 없을 테고, 비자나 영주권 따위 없이 자기가 살고 싶은 어디라도 스스로 선택해서 살 수 있는 세상. 내가 여전히 이해할 수 없고 이해하기 싫은 건, 어디든 내가 발 붙이고 살겠다는데, 그건 오롯이 내 자유여야 하건만, 허락을 득해야 하고, 허락받지 않으면 '불법(illegal)'이라고 딱지를 붙이는 현실이다. 그리고선 패키지처럼 따라오는 차별과 폭력, 혐오. 빌어먹을 세상, 뻐킹 쉿. 
https://youtu.be/YkgkThdzX-8


Imagine there's no Heaven
It's easy if you try

No hell below us 

Above us only sky
Imagine all the people living for today

천국이 없다고 상상해 봐

하려고만 하면 쉬운 일이야

우리 아래 지옥도 없고 

우리 위에는 하늘만 있다고 

모든 인민이 오늘만 사는 모습을 상상해 봐


Imagine there's no countries
It isn't hard to do

Nothing to kill or die for 

And no religion too
Imagine all the people living life in peace

나라가 없다고 상상해 봐

그렇게 어려운 일이 아니야

죽여야 할 일도, 무언가를 위해 죽어야 할 필요도 없고 

종교도 없다고 

모든 인민이 평화롭게 산다고 상상해 봐


You may say that I'm a dreamer
But I'm not the only one

I hope someday you'll join us

And the world will be as one

당신은 내가 몽상가라고 하겠지

그러나 이런 생각을 하는 사람이 나 혼자는 아냐

언젠가 당신도 우리와 함께하길 바라

그리고 세상은 하나가 될 거야


Imagine no possessions
I wonder if you can
No need for greed or hunger
A brotherhood of man
Imagine all the people sharing all the world

소유가 없다고 상상해 봐
당신은 그럴 수 있는지 궁금해 
욕심도 필요 없고 배고픔도 없는
인류애만이 있다고
모든 인민이 모든 걸 나누며 사는 세상을 상상해 봐


You may say I'm a dreamer
But I'm not the only one
I hope some day you'll join us
And the world will be as one

당신은 날 몽상가라고 하겠지
그러나 이런 생각을 하는 사람이 나 혼자는 아냐
언젠가 당신도 우리와 함께하길 바라
그리고 세상은 하나가 될 거야 

스트로베리 필즈에서 상상이 뻗어나갔다. 

나는 사랑하는 사람과 함께 일본 가루이자와에 가 있었다. 존을 만나고 오노를 조우했으며 션 오노 레논(아들)도 함께다. 나는 그들 앞에서 '이매진'을 부르고 있다.

가루이자와는 존이 오노, 션과 함께 가장 평화로운 시절을 보냈다고 언급한 장소다. 그는 이곳을 사랑했다. 가루이자와 타운에서 자전거를 타고 30분가량 달리다 보면 소나무 숲이 나온단다. 그 숲에는 그들이 매일 들르다시피 했던 커피하우스가 있었다. 존, 오노, 션은 커피하우스 뒷마당에 자리한 그물침대에 누워 평화로운 시기를 보냈다. 노래를 부르며 하늘을 바라보고 서로를 향해 웃으면서 오후 시간을 보내곤 했다. Peace~


가루이자와 숲에 평화롭게 자리한 커피하우스에서 커피 한 잔과 함께, 이매진.
사랑하는 사람과 함께, 존 레논과 오노 요코처럼. 

어쩌면 어쩌면 존에겐, 오노 요코가 그의 나라였을지도 모른다. 두 사람이 행한 세기의 사랑을 생각하면 충분히 그럼직한 심증을 가질 수 있다.  

커피의 발견은
환각의 영역을 확장하고,
희망의 가능성을 높여주었다. _이시도르 부르돈


생각은 나라를 훌쩍 뛰어넘어 어디든 가건만, 

왜 몸은 국경을 자유롭게 넘지 못할까. 비자 따위 여권 따위 등으로 왜 그렇게 막아대는지.  


12월 8일의 노래는, 이만하면 이매진. 


스트로베리 필즈 앞에서 나는 조그맣게 속삭였다. 


존, 

국가 없는 세상에 우리 만나요.

그리고 나는 한 장면이 어김없이 떠올랐다. 그해 봄, 봉하마을, 우연히 내 발밑에 있던 임옥상 선생님이 새겨 놓은 말씀. 나는 그것을 영영 잊지 못한다. Imagine, there's no countries.


P.S. 1

존 기일에 맞추기 위함도 있을 법하다. <이매진 존 레넌> 전시회가 예술의전당 한가람미술관에서 2018년 12월 6일 막을 올렸다. 내년 3월 10일까지다. 가지 않을 도리가 없다. 어느 말마따나 그는 '음악보다 아름다운 사람'이었고, '음악 너머의 존재'였다. 


P.S. 2 

오노 요코는 2018년 10월 9일, 존이 살아있다면 78번째 생일, 이매진이 담긴 앨범을 발표했다. 여든다섯 오노가 부르는 이매진은 짠하고 아름답다. 오노의 목소리, 늙었지만 낡지 않았다. 여전히 유효한 메시지를 던진다. 
https://youtu.be/-xZnzxovFqw

앞선 해 이매진은 오노와 존이 공동 작곡했다고 인정받았다. 당초 존이 1971년 단독 작곡한 것으로 알려졌으나 46년이 지나 공동의 작품이라고 공식 발표됐다. 오노는 말했다. 

"레넌과 나는 'Imagine'에 영적 에너지를 쏟아부었다. 그 노래는 오래도록 살아남을 거라고 생각했다." 

앨범과 함께 1970년대를 기록한 책 <이매진 존 요코>도 발간했다. 발간 전 그는 이렇게 일갈했다. 

"세상은 여전히 혼란스럽고 우리가 살아가는 곳은 전쟁터 같다."


그럼에도 전쟁통에서 가장 필요한 것은 무엇?

사랑이다, 사랑. 

닥치고 사랑.

러브&피스! 

전쟁은 끝났다. 

우리가 원한다면.

부디, 해피 크리스마스.  

존과 오노의 메시지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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