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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Jonathan Feel Jan 06. 2019

암호화폐 골드러시

[블록체인 선언] (3) 디지털 창세기 2막의 시작

블록체인의 등장은 ‘디지털 창세기’ 2막의 시작이다. 

《블록체인 혁명》의 저자 돈 탭스콧이 한 말을 떠올려보자. 

“19세기에 자동차, 20세기에 인터넷 혁명이 있었다면 21세기에는 블록체인이다!”


어제의 인터넷은 오늘의 블록체인이 됐다. 인터넷이 열어젖힌 디지털 창세기는 새로운 전환점에 도달했다. 블록체인 기반 암호화폐(Blockchain based cryptocurrency)는 현대판 골드러시다. 성장세를 보면 그렇다. 2018년 기준 암호화폐 종류는 2000개를 넘어섰고, 시가총액은 2000억 달러(약 230조 원) 이상이다. 비트코인이 나온 지 10년 만이다. 2013년 시가총액이 22억 달러였음을 감안하면 그 성장세가 얼마나 폭발적인지 알 수 있다. 


비트코인은 안전 자산으로 인식되는 금의 입지도 위협하고 있다. 2018년 비트코인 거래량이 금 거래량을 앞질렀다. 뉴욕상품거래소(COMEX) 금 선물 거래 추세를 보면, 8월 중순경 금 거래 순매수 포지션은 순매도 포지션으로 바뀌었다. 2001년 이후 처음이었다. 헤징 거래에서 선호도 0순위를 자랑하던 금이 비트코인에게 자리를 양보했든지, 뺏겼다.

비트코인을 둘러싸고 화폐냐, 아니냐는 논란은 이미 끝났다. 시간문제다. 화폐는 사회적 계약이자 수단이다. 암호화폐 사용자가 많아지고 네트워크가 커지면 국가의 인정 여부와 무관하게 화폐로 기능하는 것이다. 


비트코인이 실물과 연계돼 지급 수단으로 처음 사용된 사례는 2010년 5월이었다. 미국 플로리다 주에서 프로그래머 라스즐로 핸예츠가 파파존스 피자 두 판을 주문하고 1만 비트코인을 지불했다. 이후 비트코인을 사용할 수 있는 사용처도 늘었다. 물론 활발하게 사용된 것은 아니었다. 모두의 관심을 받은 것도 아니었다. 2011년 초반 무렵에도 비트코인 가격은 1달러 안팎을 오갔다. 가능성으로만 존재하던 비트코인이 본격 주목을 받은 시기는 2013년이었다. 이 해, 미국 암호화폐 거래소 코인베이스에서 비트코인 거래 규모가 100만 달러를 넘어섰다. 경제잡지 <포브스>는 이 해를 ‘비트코인의 해’라고 칭했다. 거래소인 마운트곡스 파산 등으로 시장이 일시적으로 출렁이긴 했으나 2015년부터 꾸준히 시장 규모가 커졌다. 2017년 12월에는 1비트코인 가격이 2만 달러에 육박하며 정점에 이르렀다. 당시 비트코인이 미국 시카고 상품거래소(CME)와 옵션거래소(CBOE) 선물 거래 품목으로 진입한 것도 가격 폭등 이유 중 하나였다. 이는 암호화폐가 제도권 시장에 편입했음을 의미한다. 이후 비트코인 가격은 큰 폭으로 주저앉았지만 각국에서 암호화폐의 존재감은 나날이 커졌다. 긍정이든 부정이든 암호화폐는 사회적 관심의 주체가 됐다.  


2017년 4월 일본은 가상통화법을 제정해 암호화폐를 결제수단으로 인정했다. 금융감독청 관리 아래 암호화폐를 제도권으로 끌어들였다. 이에 암호화폐를 통한 공과금 납부와 물품 구매도 가능하다. 일본 재무성은 암호화폐에 세금을 부과하는 방안도 마련하고 있다. 싱가포르와 홍콩은 암호화폐 관련 ‘규제 샌드박스’ 적용에 나섰다. 영국 정부도 암호화폐가 금융뿐 아니라 다른 산업에도 이익에 된다는 판단 아래 2019년 암호화폐 과세 지침을 갱신하기로 했다. 특히 중개인 없는 저렴하고 효율적인 교환수단으로 발전하리라는 예상도 함께 내놨다.

 

독일도 암호화폐를 합법적 금융수단으로 인정하고 해당 거래에 과세를 하고 있다. 아랍에미레이트(UAE) 두바이 정부는 산하기관이 만든 암호화폐 엠캐시로 공과금 납부와 상품·서비스 비용 지불에 사용할 수 있도록 승인했다. 베네수엘라는 자국 원유 가격에 연동되는 암호화폐 페트로를 발행하고 법정화폐와 동등한 지위를 부여했다.


물론 한국을 비롯한 여러 나라가 여전히 암호화폐를 규제하고 있다. 이는 역설적으로 암호화폐가 제도권으로 도약했음을 보여준다.  

17세기 네덜란드에서 발생한 ‘튤립 버블’(tulip bubble)에 비견됐던 암호화폐는 투기 광풍의 시기를 거쳐 새로운 경제 생태계를 구축할 채비를 갖췄다. 무엇보다 암호화폐는 국경을 뛰어넘는다. 다시 말해 법정 화폐처럼 국가 통제를 받지 않는다. 중앙은행 차원의 공개시장운영(시중 통화량 조절을 위한 통화정책수단)도 필요 없다. 초국가적 결제 수단이자 교환 수단으로 기존 화폐를 대체할 잠재력을 가졌다. 


영국의 MIT로 불리는 임페리얼칼리지 런던(Imperial College London) 윌리엄 노턴벨트 교수는 “암호화폐는 거래 처리 속도나 규제 등 과제가 남아있으나 널리 통용되는 지급결제 수단 기준을 상당 부분 충족해가고 있다”며 “10년 이내 주요한 지급결제 수단으로 자리매김할 수 있다”라고 내다봤다. 미국 유력 벤처캐피털인 앤드리슨 호로위츠는 현재 암호화폐 시장이 1990년대 인터넷 시장과 유사하다는 입장을 내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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