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절대낭만 Jonathan Feel Jan 12. 2019

일상에서 만날 수 있는 탈중앙화

[블록체인 선언] (12) 연예인 팬덤 커뮤니티의 진화

2018년 11월, 흥미로운 사건이 있었다. 

걸그룹 마마무 콘서트가 예고됐다가 취소됐다. 이전에도 여러 뮤지션이 이런저런 사정을 들어 콘서트를 취소한 적은 있지만 이 건은 기존 경로와 달랐다. 마마무 팬들이 소속사가 예고한 콘서트를 투표를 통해 저지했다. 중앙 주체(마마무 소속사)가 아닌 다수(마마무 팬)가 참여(투표)를 통해 이런 결과를 만들었다는 점에서 흥미롭다.

 

마마무 미니앨범 <레드 문> 콘셉트 포토 (사진 출처 : 마마무 기획사 RBW)


과정은 이렇다. 소속사(RBW)가 먼저 콘서트를 예고했다. 마마무 팬은 이에 반발, “과도한 스케줄로 아티스트의 부상 악화와 컨디션 저하가 우려된다”는 성명을 냈다. 그들은 특히 “RBW는 갑작스럽게 일정을 공지하면서 지난 S/S(봄/여름) 콘서트 포스터를 재사용하고 잘못된 예매 링크를 첨부했다. 무성의한 태도는 소비자인 팬들에게 신뢰를 주지 못함과 동시에 실망감을 안겨줬다”라며 “F/W(가을/겨울) 콘서트 일정을 연기하고, 아티스트의 건강을 최우선으로 삼아 무리한 활동 계획을 세우지 말라”라고 요구했다.


소속사는 이에 예고된 콘서트를 취소할 수 없다는 입장을 취했다. 그러나 팬들은 굿즈(기념품) 불매운동 등에 나섰고 소속사는 콘서트 취소 여부를 놓고 팬 투표를 진행했다. 투표 결과, 콘서트는 연기됐다. 유례없는 일이었다. 팬들은 단순 소비자에 머물기를 거부했다. 소속사 고유 업무였던 매니지먼트까지 영향을 미쳤다.   


이는 넓은 의미에서 ‘탈중앙화 선언’이다. 이전만 해도 소속사는 연예인을 관리하는 중앙 주체였다. 팬은 연예인과 소속사를 먹여 살리는 핵심 주체임에도 중앙에서 결정하는 대로 따라야 하는 수동적인 존재였다. 그런 중앙집중형 구조가 뒤집어졌다. 소속사로선 쉽지 않은 결정이었을 것이다. 콘서트를 준비하면서 든 비용을 비롯해 취소로 인한 경제적 피해나 파장 등을 감안한다면 소속사 입장에서 콘서트는 감행해야 했다. 콘서트 대관 장소도 예약을 취소할 경우 향후 1년간 공연할 수 없는 벌칙도 있었다. 그러나 팬들은 ‘우리 아티스트는 우리가 지킨다’는 명분을 갖고 계속 항의했고, 소속사는 결국 손을 들었다. 또 하나 흥미로운 지점은 중요한 정책(콘서트)을 (팬덤) 커뮤니티가 투표를 통해 결정했다는 점이다. 블록체인 특징인 탈중앙화와 커뮤니티를 연상하게 만든다.


마마무 사례를 들었지만 지금 연예인 팬덤 커뮤니티를 보면 탈중앙화는 이미 진행 중이다. 팬덤 커뮤니티는 자발적으로 돈을 모아 지하철 광고판에 연예인 생일 축하 등의 광고를 게재한다. 서로 돈을 갹출해서 좋아하는 연예인 명의로 기부 활동에 나서는 경우도 있다. 중앙 주체는 필요 없이 커뮤니티가 독자적인 세계를 형성해 되레 연예인과 소속사에 영향을 미친다. 탈중앙화와 분산화가 이뤄지고 있는 사례다. 

젊은 층을 중심으로 인플루언서인 1인 크리에이터가 만든 콘텐츠가 기성 방송사 콘텐츠보다 더 많이 소비되는 것도 탈중앙화 사례라고 볼 수 있다. 취미나 취향을 공유하는 사람들이 자비를 들여 독립출판물을 만드는 것도 마찬가지다. 방송사, 출판사 등 중앙 주체 중심으로 돌아가던 콘텐츠 세계가 탈중앙화, 분산화 현상을 보이고 있는 셈이다.


블록체인은 중앙 서버가 아닌 여러 분산 노드가 함께 거래 내역을 검증하고 관리한다. 이에 중앙에 위치한 서버에 의존할 필요 없이 다수 참여로 ‘시스템’이 유지된다. 이렇게 다수 참여가 이뤄진 커뮤니티가 정책이나 제안을 투표로 통해 결정한다. 마마무 콘서트 중단 사례와 형식적으로 크게 다르지 않다. 탈중앙화는 이처럼 낯선 개념이 아니다. 어디서나 볼 수 있는 풍경이 되고 있다. 


사람들은 더 이상 수동형에 머물기를 거부하고 능동형을 택하고 있다. 중개 구조는 필요 없다. 직접 나서서 내 결정, 우리 결정을 하는 권한을 갖고 책임을 질 준비가 돼 있다. 자기가 해야 할 일은 스스로 한다. 알아서 척척척, 스스로 어른이다.   

매거진의 이전글 '탈중앙화'는 왜 중요한가?!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