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
반년 전에 입사한 신입사원이 있었다. 사실 이제 신입사원도 아닐 텐데, 다음 주 발표해야 할 프로젝트 보고서에 약간의 실수를 했다. 그걸 가지고 부장이 오후 내내 한바탕 했고, 그걸 받아내느라 신입사원은 기어이 눈물을 쏟고 말았다. 퇴근시간은 가까워 오고 약간의 실수라지만 시간이 제법 걸리는 일이었나 보다. 신입의 허둥대는 모습에 무무 씨는 먼저 퇴근하려니 엉덩이가 떨어지지 않았다. 역시 뚝뚝 떨어지는 눈물을 보지 말았어야 했다.
“혹시 도와줄 거라도 있나요?”
“아, 저… 아니에요….”
“편하게 말씀하세요.”
“저… 그게… 실은 제가 오늘 빨리 가야할 곳이 있거든요.”
“아, 그럼… 이건 어떻게…”
“선배님, 이거 전에 해보셨죠?”
“그거야, 뭐…”
“이것 좀… 마무리만 해주시면 안 될까요? 제가 이 은혜는 잊지 않을게요!”
“아… 네…”
“감사합니다, 감사합니다!”
이렇게 갑자기 저녁 먹을 시간도 없이 야근을 하고 들어온 늦은 밤, 지친 밤이다. 예정에 없던, 그것도 다른 사람의 일로 인해 정서적으로 감정적으로 더 지친 밤이다. ‘들어올 때 햄버거세트라도 사올걸 그랬나… 맥주나 한 캔 마시고 자야 되나…’ 무무 씨는 냉장고를 열었다.
단팥죽, 가운데 단밤이 올려져있는 단팥죽이다.
배가 고픈 나머지 깊이 생각하지 않고, 무무 씨는 숟가락부터 찾는다. 적당히 달달한 맛이 야근의 스트레스를 지워준다. 냉장고에서 꺼낸 단팥죽은 무무 씨의 체온보다 약간 높은 온기를 품고 있다. 마음까지 따뜻해진다.
간밤에 단잠을 자고 일어난 무무 씨는 경비실을 향하여 평소보다 살짝 높은 목소리로 인사를 했다. 인사를 하고보니, 여자 경비원이 아닌 2교대의 남자 경비원이 약간 놀란 듯이 인사를 받아주었다. ‘이렇게 또 인사를 나누게 되는구나.’ 이전의 무무 씨였다면 괜히 인사했다고 느꼈을 일일 텐데 오히려 나쁘지 않았다. 그리고 아주 조금 아니, 아주 많이 괘씸하게 느껴졌던 신입사원이 얼마나 급한 일이 있었으면 그랬을까 하는 마음까지 들었다.
무무 씨 팀의 프로젝트 발표도 그럭저럭 잘 지나갔다. 신입사원도 그날의 눈물은 잊고, 팍팍한 회사생활에 그럭저럭 적응하며 웃는 날이 많아졌다. 오전에 외근을 나갔던 무무 씨는 점심을 빨리 먹고 사무실에 들어갔다. 점심시간이라 비어있을 줄 알았던 사무실에 누군가가 자리를 지키고 있었다. 자리에 가까이 가다 보니 신입사원이 먹고 있던 점심을 급히 치우고 있었다.
“어? 나 때문에… 천천히 드세요, 나는 커피마시고 올게요.”
무무 씨가 뒤돌아 사무실을 나오는데, 이 냄새는 뭘까? ‘아, 단팥죽 냄새인데… 단팥죽! 혹시 신입사원이? 아닌데, 그날 빨리 가야할 곳이 있다고 했는데… 그 가야할 곳이 설마, 말도 안 돼! 집을 어떻게 알고? 음… 저번에 회식 때 같이 택시를 타고… 저 친구가 먼저 내렸잖아, 원룸이 워낙 변두리라니까…’ 그래도 궁금했다. 잊고 있던 단팥죽이 더욱 궁금해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