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
갑작스런 일이 없길 바라며 무무 씨는 퇴근을 서둘렀다. 일이 떠 밀려오기 전에, 그러나 퇴근시간은 약간 넘는 선을 지키며 자리에서 일어섰다. 엘리베이터를 기다리면서도, 타고 내려가면서도 점심시간에 만났던 경비원이 자리에 있길 바랐다. 다행히 경비원은 자리에 있었지만, 무무 씨는 경비실 앞에서 머뭇거렸다. 무무 씨와 눈이 마주 친 경비원은 경비실 문을 열고 나왔다. 그리고 거의 동시에 말했다.
“아까는 제가…” “아이고, 아까는…”
“허허…”
경비원이 먼저 말했다. 아침에 식사를 못하고 출근해서 출근하면서 사온 빵과 우유를 자리 밑에서 몰래 먹다 인사를 받게 된 사연. 무무 씨는 죄송하다 말하면서 용기인지 오지랖인지, 아침식사를 못하게 된 이유까지 물었다. 경비원의 아내가 얼마 전 일하는 곳에서 다쳐서 입원을 했고, 병원과 회사를 오가게 된 것. 그러니까 경비 일을 퇴근하면 아내가 있는 병원으로 출근, 다시 회사로 출근을 한다는 것이었다.
“경비실에 전자레인지 있지요?”
무무 씨는 궁금한 것이 많았지만, 이것부터 물었다.
“네, 있지요….”
“그럼, 제가 내일 아침에 죽을 좀 사올게요. 급히 드시는 게 좋지는 않지만, 그래도 죽이 나을 거 같아요.”
“아닙니다. 괜찮습니다.”
경비원은 몇 번이고 사양했지만, 무무 씨는 꾸뻑 인사를 하고 집으로 향했다.
무무 씨는 아침 알람시간을 원래 시간보다 30분 빨리 맞추고 잠이 들었다. 다음날 알람이 울리기 5분 전에 눈이 떠졌다. 죽 집에 들려서 잣죽을 포장했다. 주위에 맛집을 찾아다니는 친구나 지인이 있다면 따라다니기는 했으나 무무 씨는 평소 맛있는 음식을 즐기며 찾아다니지 않았다. 음식은 그저 배고픔을 채워주는 것으로 족했다. 그래서 음식이나 영양에 대해 아는 것이 없었지만, 왠지 잣죽이 좋을 것 같았다. 무무 씨는 잣죽을 주문하기 전에는 경비원이 좋아하는 죽을 미리 물어보지 못해 ‘아차’ 했다가 잣죽을 포장하고 나서는 근거 없이 만족했다.
마침 경비원도 잣죽을 오랜만에 먹어본다며 좋아하였고, 그 뒤로 며칠 더 다른 죽으로 포장해갔다. 그러면서 아내가 중학교 급식실에서 조리원으로 일했다는 것, 중간에 방학이 있어서 쉬었더라도 4년 가까이 일하면서 고강도 노동에 온몸에 성한 곳이 없다는 것, 이번에 다친 것은 그동안 누적되어 온 결과임에도 비정규직이라 산재 신청도 못한다는 것을 전해들을 수 있었다. 또 무엇보다 무무 씨의 죽 배달이야기를 듣고 아내가 정말 고마워하고 기뻐했다는 것과 경비원이 회사와 병원을 오가며 깨닫게 된 사실.
“저야, 이번에 아내가 입원하는 바람에 요즘 잠깐 이런 생활을 하고 있지만… 아내는 평생 그렇게 살아왔다는 걸 알게 되었습니다. 아내는 급식 조리원 일을 하기 전에도 계속 다른 일을 했었는데, 어디서든 일을 마치고 퇴근을 했지만 그건 집으로 출근을 한 것이지요. 아침에는 다시 일하러 출근을 한 것이고요. 저는 평생 집으로 퇴근을 했지만, 아내에게는 퇴근이 없었던 것입니다.”
경비원의 말을 들으며 무무 씨는 병원 입원 중에도 무무 씨의 끼니와 집 걱정을 하시던 엄마가 생각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