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
월요일 아침, 무무 씨는 원룸 경비원은 물론 회사 건물 경비원과도 인사를 하고 출근을 했다. 무무 씨는 점심시간에 신입사원 자리에 다가가 휴대폰 기프티콘 화면을 흔들며 말했다.
“누구 씨! 같이 밥 먹으러, 아니 죽 먹으러 갈래요?”
“네, 좋아요! 무무 선배님!”
죽집은 사무실에서 가까웠다. 하지만 의외로 사람이 많아서 10분쯤 대기하고 자리에 앉을 수 있었다. 무무 씨는 단팥죽을, 누구 씨는 호박죽을 주문했다. 지난번 누구 씨가 사무실에서 혼자 먹었던 단팥죽과 그 전에 냉장고 속 단팥죽이 생각났다. 무무 씨는 단팥죽에 대해 물어보고 싶었으나, 냉장고 속 죽에 대해 달리 설명할 길이 없어서 묻지 못했다. 그와 동시에 다양한 재료가 들어간 죽 종류가 무척 많았는데, 호박죽과 팥죽처럼 전통죽을 주문한 둘은 마음인지 음식 취향인지 무엇이 맞는 걸까 궁금증이 들었다.
“엄마가 수술하기 전에, 아니 어렸을 때부터 죽을 자주 해주셨어요. 제일 많이 해주신 게 호박죽, 팥죽… 동지 팥죽은 매해 먹었구요. 지금 생각해보니 엄마가 죽을 좋아하신 거였는데… 어렸을 때는, 아니 얼마 전까지도 엄마가 좋아하는 거에 관심이 없었으니까… 엄마가 좋아하는 음식을 저도 모르게 좋아하게 된 거 같아요.”
누구 씨가 말했다.
‘아, 죽을 좋아하는 엄마… 호박죽, 팥죽을 자주 해주시던 엄마… 그게 서로 맞았구나!’ 무무 씨는 천천히 고개를 끄덕였다.
죽은 그야말로 술술 넘어갔다. 식사를 마치고 생각보다 점심시간이 남아 무무 씨와 누구 씨는 카페에 잠시 앉아서 얘기를 나누었다. 누구 씨의 어머니는 유방암인데, 다행히 일찍 발견해서 수술을 할 수 있었고 다음 주부터 방사선 치료를 시작한다고 했다. 누구 씨는 약간 머뭇거리는 듯 짧게 끊어서 말했다. 무무 씨는 고개만 가끔 끄덕일 뿐이었다.
무무 씨의 어머니는 폐암이었다. 알게 된 때에는 수술은 물론 무엇도 시도하기에는 이미 늦었다고 했다. 중환자실과 일반병실 오가며 약간 좋아지시는 것 같다가 결국 7개월의 병상 생활을 마무리했다. 누구 씨의 이야기를 듣는 짧은 시간동안 여러 생각이 떠올랐지만, 무무 씨는 아무 말도 하지 못했다. 무슨 말이라도 대꾸를 해야 할 거 같았지만, 누구 씨에게 어떤 말이 적당할지 몰라 그저 고개만 끄덕였다.
사무실로 들어가면서 혼자가 아니라는 생각이 들어서 일까, 아침에 경비원에게 인사를 했기 때문일까. 무무 씨는 경비실을 향해 목소리 조절이 안 되어 조금 크다싶은 소리로 인사를 했다. 당연히 그 자리에 경비원이 있을 거라 예상했는데 아무런 인기척이 없어 무안할 찰나, 경비원의 모습이 두더지처럼 불쑥 올라왔다. 경비원은 손으로 입을 가리면서 “아, 예예…” 대답하는데 많이 당황한 듯 했다. 무무 씨도 뭔가 많이 잘못된 것 같아 서둘러 사무실로 올라갔다. 옆에 있는 누구 씨까지 민망함은 덤이었다.
무무 씨는 급히 오후 근무를 시작하였다. 분명 별일 아닌데 계속 신경 쓰였다. 일에 집중하느라 잊을 만하다가도 찝찝한 마음은 쉽게 없어지지 않았다.
퇴근이 가까올 무렵, 누구 씨로부터 문자가 왔다.
“카페에서 제 얘기 들어주실 때, 아무런 말씀도 하지 않으신 거… 처음엔 선배님이시니까, 뭐라도 말씀해주실 줄 알았는데… 그냥 고개만 끄덕여 주셔서 뭐랄까… 마음이 편하더라고요… 고맙습니다!”
사실은 망설임 때문이었지만, 침묵이 더 나은 대답이 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