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무 씨의 냉장고

by 박정아

6.

오랜만이다. 냉장고에서 캔 맥주를 꺼내 마시는 행위가. 그리고 더 오랜만인 것은 시원하다고 느끼며 마시는 것. 무무 씨의 일상은 변함이 없었다. 회사에 출근을 하고 때때로 야근을 하고 주말에는 늦잠과 함께 휴식을 갖는 것. 그런데 무언가 달라진 느낌이다. 출근이 힘들지 않았고 야근도 할 만 했으며 주말에 휴식의 질이랄까… 냉장고의 캔 맥주는 주말에 무료하거나 딱히 (먹을 것이 없을 때와 구분이 어렵지만) 먹고 싶은 것이 없을 때나, 야근을 하고 피곤하지만 출출할 때 그리고 허전할 때 마셨다. (그러니까 자주 마셨다.) 그럴 때는 냉장고 캔 맥주의 온도가 차갑더라도 시원하다고 느끼지 못했다.

맥주가 시원한 금요일 밤… 뭔가 다른 허전함이 감지되는데 이것은 무엇일까…

죽이다. 무무 씨의 냉장고에 이제 죽이 없다. 이전과는 전혀 다른, 생생한 엄마의 꿈을 꾼 이후로 무무 씨의 냉장고에는 죽이 없다. 버리지 말고 싹싹 먹으라는 죽이 없다…! 냉장고 안에 뜬금없이 죽이 있어서 눈을 의심했었는데, 이제는 죽이 있나 없나 눈을 크게 뜨고 찾고 있다. 처음에는 무엇을 찾는지도 모르고 냉장고 문을 열었다 닫았다를 반복했다. 무무 씨는 이제 냉장고에서 막 꺼낸, 따뜻한 죽 한 그릇 먹고 싶다.


휴대폰이 울린다. 태고 때부터 울렸던 것 같은 진동음이 아득하게 점점 확실하게 느껴진다. ‘받아야 하는데… 받고 싶은데…’ 무무 씨가 겨우 눈을 떠서 휴대폰을 확인해보니 지난 주말에 약속을 취소했던 친구다.

“…여보세요.”

“무무니?”

“…어”

“통화 괜찮아?”

“음…”

“무무야, 나 어떡해? 다모가 죽었어!”

무무 씨는 벌떡 일어났다.

“죽었다고? 다…다모? 다모가 누구야?”

“다모는… 강아지지! 너무 슬퍼……”

친구의 프로필 사진에 있던 커피색 푸들이 떠올랐다. 뜬금없는 강아지 사진인가 했더니 반려견이었나 보다.

“지금 어디야?”

“집…”

“어, 내가 집으로 갈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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