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
무무 씨는 씻고 옷을 갈아입는 동안 틈틈이 검색을 했다. 상자가 필요했다. 집 근처 편의점에서 상자를 구했다. 급히 택시를 타고 생각해보니 상자가 클지 작을지 짐작이 가지 않았다. 친구 집은 멀지 않았고, 주말 오전 시간이라 교통량이 많지 않아 금방 도착할 수 있었다.
친구가 미리 알려준 비번으로 문을 열고 들어갔다. 혼자 사는 친구의 원룸도 무무 씨의 원룸처럼 크지 않았다. 무무 씨가 현관에 들어서자 담요 위의 강아지와, 무릎을 세우고 고개를 파묻고 앉아있던 친구가 고개를 드는 모습이 바로 눈에 들어왔다. 푸들이라 작을 줄 예상했지만, 진짜 ‘강아지’였다. 담요와 함께 상자에 담고 보니 상자는 크지 않고 적당했다. 친구는 다니던 동물 병원에서 안내해 준 화장으로 장례를 정했고, 무무 씨는 동행했다.
친구의 차를 타고 이동하는 동안 친구와 무무 씨는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무무 씨는 궁금한 게 많았지만, 물을 수 없었다. 그저 자신의 존재로 인해, 친구가 지금 혼자가 아니라는 것만 알았으면 했다. 작은 강아지의 장례는 금방 끝났다. 친구는 운전대를 잡고 한참 있다가 출발했다.
“무무야, 나 집에 가기 싫은데…”
“어? 그래… 그럼, 우리집 갈까?”
“음… 주소 좀… 정확히 기억이 안 나네…”
“어… 우리가 좀 오랜만이지…”
무무 씨는 원룸 비번을 누르며, 아침부터 아무것도 먹지 않았다는 것과, 집에 먹을 것이 없다는 것을 동시에 깨달았다. 일단 집에 들어와서 친구가 의자에 앉는 것을 확인한 후, 주춤주춤 서성거리다가 냉장고 문을 열었다.
완전 노란 죽. 노란색에서 빛이 나는 듯하다.
단호박죽이다. 무무 씨는 엄마가 늙은 호박죽만 해주어서 단호박죽이 낯설었다. 그리고 반가웠다. 두 손으로 조심히 단호박죽을 꺼낸다. ‘아, 이 따뜻함이란…’
“혹시, 호박죽 먹을래? 단호박죽… 지금까지 아무것도 못 먹었을 텐데… 배고프지?”
“갑자기 호박죽?”
무무 씨가 단호박죽을 내밀자, 친구는 눈이 동그래진다.
“다 못 먹을 거 같은데, 우리 이거 나눠먹자.”
“죽인데, 뭐. 먹을 수 있어.”
“아니야, 그릇 줘봐. 너도 먹은 거 없잖아.”
친구가 죽을 덜면서 말한다.
“근데, 이거 냉장고에서 꺼내온 거 아니야? 죽이 왜 따뜻해? 아, 원래 죽은 따뜻한 게 맞나?”
그리고는 웃는다. 무무 씨도 같이 웃는다.
“어, 그게… 맞아, 죽은 따뜻해야지.”
무무 씨와 친구는 천천히 단호박죽을 먹으며 이야기를 나누었다. 친구가 업무 관계로 유기견 보호센터에 몇 번 가게 되었고, 거기서 어느 임신한 성견이 유기되어 새끼들을 낳았고 새끼 강아지 중에 한 마리를 임시보호하게 되었다는 것. 두 달을 넘게 기다려도 입양이 되지 않았고 임시보호 3개월이 가까울 시점에 강아지가 많이 아팠다는 것. 간호하다가 정이 들어서 친구가 입양을 하게 되었다고 했다. 임시보호 기간 동안에는 이름 없이 함께 지냈는데, 강아지가 아플 때 ‘아프냐? 나도 아프다.’ 혼잣말을 하다가 이름을 ‘다모’라고 지었다고 했다.
“우리 학교 다닐 때, 드라마 있었잖아. 다모…”
친구가 말하면서 살짝 웃었다. ‘다모’라고 부른지 두 달 보름 만에 다모는 친구 곁을 떠났다. ‘다모’라고 이름을 지을 때는 일주일 정도 고생하고 건강하게 잘 지냈다고 했다.
“지난주 우리 만나기로 했던 날… 그날 다시 아프더라고… 그래서 약속을 취소했던 거야. 이번에도 일주일쯤 지나면 나을 줄 알았는데… 너 만나서 밥 먹고 집에 가서 다모 보여주고, 자랑하려고 했는데…”
많지 않은 양의 단호박죽을 먹으며, 친구는 많은 이야기를 했다. 상실의 감정을 배경으로 때로는 웃기도 하며, 짧은 시간동안 충만했던 다모와의 기억을 떠올렸다.
저녁은 배달 음식을 시켜먹었다. 그리고 그날 밤 무무 씨의 일인용 매트리스는 이인용처럼 넉넉하게 친구와 무무 씨를 단잠으로 인도했다. 마치 일인분의 단호박죽이 이인분이 된 것처럼.